천일 여행

천일여행 245일째, 2016년 2월 20일(토)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6. 2. 21. 10:04

천일여행 245일째, 2016220() 애틀랜타/맑음

 

집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로 앞에 길이 Peachtree Road,

오늘 운동을 마치고 3시 조금 전에 들어 왔는데

북쪽방향 도로에 차가 막혀서 굼벵이처럼 움직이더라고

땅거미가 지고 세상이 캄캄해진 밤까지 여전히 똑같은 거야

지난주는 발렌타인 전날이라 그렇다 치고 오늘은 왜 그런지 모르겠어

만일 어딘가 사고가 났다면 벌써 치워져 좋아져야 하는데 그도 아닌 것이 분명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토요일이라 괜찮을 줄 알고 나왔는데 저렇게 막혀 더디게 움직이니 말이야

아까 낮에 막혀있던 사람들은 이미 뚫고 지나가서 어떤 사람은 약속에 늦어

토요일인데 왜 그렇게 막혔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대며 장황하게 설명했겠지

지금 막히는 사람들은 어디로 무엇하고 가고 있는 중일까?

내 일도 아닌데 왜 그리 신경 쓰냐고?

아니야! 그냥 내가 어딘가 가고 있는데 저 위치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 거지.

 

대학 3학년 때가 1981년 그러니까 5.18이 일어난 해야

내가 ROTC에 입단해서 학교 안에서도 저 멀리 선배가 보이면

충성!”하며 목소리 갈라지도록 경례를 하던 시절이야

선배인지 아님 동기인지 구분이 안 될 때도 있거든

그럴 땐 학군단 제복 비슷하면 일단 경례를 하고 본다.

만일 선배인데 안 했다가는 나중에 단체 기합을 받으니까 우리 동기끼리 합의를 본 게

일단 단복만 보면 때려’, 여기서 때려는 경례를 하라는 우리들의 은어였지.

다른 학생들이나 일부 교수들은 우리가 그러는 것을 싫어하기도 했어

군부가 정권을 빼앗아 갔다면서 군인 비슷한 어투만 들어도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거든

우리는 어쩔 수 없잖아, 흔한 말로 군기 바짝 들어 있어야 할 때니까.

 

때로는 선배들이 우리들에게 기합 줘서 군기 잡겠다고 괜한 트집을 잡기도 했어

선배들이 차렷!”이라 명령을 하고는 움직이지 못하고 그냥 서 있게 하는 기합이 있는데

어떤 선배는 차렷 자세에 누가 움직이라고 했나? 너희들 눈알 굴리는 소리가

자동차 달리는 소리가 난다. 전체 엎드려뻗쳐, 하나에 정신둘에 통일’“하며

팔에 쥐가 나도록 팔굽혀펴기를 시키기도 하는데 그게 트집이지 뭐냐?’

천일여행에 언젠가 설명 했었나?

동기 중에 간부 6명이 있는데 내가 그 중 한 명이었거든

간부들은 다른 동기들 보다 기합이 더 많고 선배들 간섭도 많다.

동기들이 잘 못 하거나 태도가 불량하다고 우리들만 따로 집합해서 기합도 받거든

재미있었던 기합 중 하나가 매미라는 건데 6명이 한 나무에 올라가 맴맴맴하고 우는 거야.

그게 왜 기합이냐고?

말도마라 6명이 소나무 하나에 빠르게 매달리려면 얼마나 손발이 잘 맞아야 하는데

잘 못하면 다른 동기 머리를 짓밟기도 하고 어떤 때는 위에 있는 동기가 힘이 빠져

주르륵 흘러내리면 그 밑에 있는 사람은 엉덩이에 줄줄이 깔려 손은 물론 얼굴이

벗겨지고 상처 나면 너희 들은 전우애가 없어서 동기 얼굴에 상처 낸다는 트집

그러면서 더 어려운 기합을 받게 되는데

매미 하다가 힘이 없어 흘러내리려 해도 정말 죽을힘을 다해 견뎌야 한다.

 

이야기가 길어졌나?

그 시절부터 나에게 생긴 생각의 습관이 하나있어.

내가 저 선배의 입장(위치)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4학년이 돼서 후배들 훈육할 때나 장교임관해서 군대에 있을 때도 그랬고

회사생활하면서도 위치가 아래든 위든 내가 저 입장이라면 이라는 것을 많이 생각했지

살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어, 결국 ROTC가 나에게 준 선물 중에 하나지.

 

다시 현실로 돌아오자.

저렇게 막힌 차 안에서 내가 운전을 하는데

누군가 만나러 가는 중이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차에 타고 있다면?’

어딘가 급히 일 보러 가는 중이라면?’

 

왜 저렇게 막히는 거지?

Lonox Mall에 쇼핑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가?

 

오늘은 날씨가 흐리기는 했지만 온도가 낮지 않아서 정시에 운동을 시작 할 수 있었어.

아니 원래 시간보다 10분 빨리 시작했다.

우리 바로 앞 타임에 한 사람이 있었는데 나오지 않아 그랬던 것 같았어

오랜만에 따스한 날씨 때문에 그랬는지 아님 몸 컨디션이 좋아 그랬는지

이것저것 연습해 가면서 즐겼다.

아이언을 바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샷도 있기는 했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여러 가지 시도했는데 그리 나쁘지 않았지

 

앞 팀이 중간 중간에 버벅거려서 조금 지연된 홀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빠르게 진행하여 예상보다 빠르게 끝낼 수 있었어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비가 오더라고

많이 내린 비는 아니었지만 조금만 늦었으면 비를 맞아 축축할 뻔했지 뭐야

집에 와서 잠깐 낮잠을 즐기고 저녁을 먹었지

오늘 저녁은 새로 하지 않고 남은 것들 중 선택해 먹었지

카레, 콩나물북어국, 연어구이, 콩나물무침

이 정도면 훌륭한 저녁이었지 뭐

 

저녁을 먹기 전, 먹고 난 후 어제 저녁에 이어 CPA가 전화 와서 세금보고 자료 뭔가를 묻기에

자료를 찾아가며 대답했는데 이제 막바지에 가고 있는 것 같아.

원래는 어제까지 마친다고 했었는데 나는 믿지 않았거든

월요일까지 마무리 한다기에 화요일에 하자며 하루 날짜를 더 줬지

어차피 하루 차이고 2월 말 전에 마무리 하는 것이기에 문제가 없는 거지

우리 자료 많다고 징징 댄다

나도 알지 적지 않다는 거, 하지만 중간 중간 점검 하자고 했는데 하지 않더니만

매년 똑같이 이리 헤매고 그런다니까

그래도 연장 하자고 안 하는 걸 기특하게 생각해야지 뭐

 

토요일, 오늘도 잘 보냈다.

이렇게 하루 또 간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