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254일째, 2016년 2월 29일(월) 애틀랜타/맑음
새벽녘 잠든 사이 꿈을 꿨다.
꿈속에서도 어제 소식 들었던 선배님이 수술을 해서 거동이 불편했고
살던 집을 팔고 여러 세대가 공동으로 사는 허름한 단층집 한켠으로 이사를 했다.
뜬금없이 이명박 전대통령 부부가 나를 찾았고 영부인과 함께 아픈 선배님 집을 방문했다.
중간 중간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기억나는 장면은 작은 표정까지 생생하다.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생생한 장면과 또렷한 말소리가 귓전을 울리며 마음을 잡는다.
불길한 것일까 아님 좋은 징조일까?
제발 나쁘지 않기를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어제 뗑깡부린 하나님께 도와주길 간청해 보기도 했다.
2월의 마지막 날이다.
기다리던 3월이 내일부터 시작되건만 마음 한 가운데 무거운 돌이
짓누르는 것 같이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에 급여를 지급하는 등 대충 일을 정리하고 선배님을 뵈러 집으로 갔다.
퇴원해서 집에 계신다고 해서 묻지도 않고 길을 나선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수술을 위해 Postman에게 일주일 동안 Mail을 Delivery하지 말라고 하였지만
수술 전 예상 했던 일주일 보다 훨씬 길어져 오늘은 메일을 받아야 할 것 같아
여동생을 불러 운전을 시켜 가게에 가셨다는 거다.
오랜만에 찾았던 집에 헛걸음하고 되돌아 와야만 했다.
아무래도 저녁시간에 다시 찾아야 할 것 같다.
오후에 집에서 운동을 마친 후 저녁을 먹고 다시 선배님 집을 찾았다.
예상 했던 것 보다는 건강한 모습으로 맞이해 주셔서 한편으론 감사하게 생각했다.
자리에 앉아 얼마 지나지 않아 수술과정을 설명하신다.
“배에 구멍을 세 개 뚫고 한 개에는 카메라를 한 개에는 집게를
나머지 다른 한 개에는 칼을 집어넣어 암 부위를 잘라 냈다“는 이야기다.
설명을 들으며 저 말씀을 만나는 사람마다 할 것이라는 생각에
‘차라리 그냥 써서 나눠주면 안 되나?’ 하는 얼토당토 않는 발칙한 상상을 했다.
암 덩어리가 크지 않고 2 인치 크기 구멍만 세 개 냈다고 해서
용정 잘라 내듯이 조금 도려 낸 것으로 생각했는데 대장 5인치를 두 곳 잘라
잘 꿰맨 것도 아니고 스티풀로 찍었다는 말에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 황당한 것은 5일을 입원하고 계셨다는 말에 장로님 참 무던하다는 생각과
그러도록 모른 내가 너무 무심했다는 반성도 했다.
내일 병원에 가시고 1주일 정도 더 쉬고 일을 하신다는 말씀이나
교회에 알리지 않아 담임목사도 모르고 몇 사람만 안다는 것과
이렇게 조용히 지나니까 마음이 편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저러는 마음이 얼마나 편치 않을까 하며 모를리 없는 담임목사에 대해
내 마음이 편치 않고 야속한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발길을 돌려 내려오는 길에 내가 크리스천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다시금 혼동이 왔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고 이웃 섬기길 예수님 섬기듯 하라’고 하였거늘
자기 입맛에 쓰다고 아픈 동지를 위로하지 않는 크리스천 집단이 과연 옳은가?
하나님! 이건 아니지라 잉~~~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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