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305일째, 2016년 4월 20일(수) 애틀랜타, 맑음
‘참 고단하다’
아침에 모닝콜을 듣고 몸을 일으키며 들었던 생각이다.
이제는 저녁에 뭔가 있으면 아침이 고단함을 확연하게 느낀다.
늘 하던 순서대로 커피, 야채와 우유를 갈아 만든 아침, 스트레칭, 출근
회사에 잠깐 들려 공장 돌아가는 것 점검을 하곤 운동하러 출발했다.
내가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게을러지는 것’이다.
어쩌면 천성이 게을러 그랬는지 게을러지면 성공할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 그랬는지 모르지만
‘할 일을 뒤로 미루거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으로 나를 각성시키면서 훈련을 시키며 산다.
예로 식사를 하고 나면 설거지를 바로 하려는 일이다.
배부르니, 아님 조금 쉬어야 하느니 하며 뒤로 미루면 나중에도 또 미루려 하는 습관이다.
내가 골프를 하며 각인 시키는 것 중 하나가 게을러지지 않는 것이다.
거리를 예측하고 클럽을 들었는데 확인하니 다른 클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망설여지는 것,
너무 긴 클럽을 잡고 있다면
‘지금 이 클럽으로 조금 약하게 칠까?’
짧은 클럽을 잡고 있다면
‘조금 세게 치면 안 될까?’
안 된다.
생각이 들면 맞는 클럽을 다시 잡고 쳐야지 그냥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끔 ‘에이 그냥 해 보지 뭐’하고 쳤는데 잘 되면 그만이지만
잘 안 되면 ‘게으르면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하며 후회를 한다.
그리고 그럴 경우 잘 될 확률은 상당히 낮다.
제 클럽을 잡고도 안 될 확률이 높은 게 골프인데
다른 경우
그린에서 퍼팅 할 때 홀 반대쪽에 가서 경사를 확인하고 걸음으로 거리를 확인한다.
가끔은 귀찮아서 혹은 조금 늦어지는 것이 싫어서, 혹은 포기하듯이 그냥 한다.
역시 들어갈 확률은 상당히 낮아진다.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오기 직전 회사를 다닐 때
출장이 아니거나 아주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토요일 퇴근길에 청계산에 올랐다.
안 올라가면 죽을 사람처럼 하면서 ‘몇 주를 건너뛰지 않고 계속하나 보자’는 식이였다.
해외에 출장이 잦았는데 일본이나 가까운 나라로 출장을 하면
가능한 토요일 전에 돌아와 오르내리는 기록을 재며 산에 올랐다.
누군가 “왜 꼭 토요일 전에 와야 하냐?“고 물으면, 당연히 ”산에 가야 하니까“라고
무식할 정도로 당당하게 말했고 2년 동안 미국 출장 경우를 빼곤 한 번도 안 빠졌다.
그 때도 거르면 게을러진다는 내 자신에 대한 기준이었다.
오늘 같이 아침에 일어나 고단할 때 스트레칭을 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왜냐고? 고단하니까
너무 힘들어 쉬는 때도 있지만 아파서 거동이 불편할 때를 빼고는 빼먹지 않으려 한다.
바빠서 조금 빠르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하지 않으려 나를 다독거린다.
한 번, 두 번 그렇게 빼 먹으면, ‘안 해도 괜찮네.‘하는 것으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꼼꼼히 스트레칭을 하고 서둘러 운동도 하러 다녀왔다.
요즘 회사의 인터넷과 전화를 연결해 준 회사와 씨름 중이다.
5년 전 필요에 의해서 Contract을 했는데 다음 달이 만기라 Renewal 해야한다.
지금처럼 빠르게 기술이 변하는데 5년 전 계약한 내용은
지금 현재 'Over Pay'라고 할 정도로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와 계약한 원래 회사는 다른 회사에 팔려 이름이 바뀌었다.
얼마 전부터 다른 회사들이 ‘더 좋은 조건을 더 싸게’라며 자주 다녀간다.
계약이 남았다고 하면 자신들이 위약금을 물어준다고 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며칠 전에 지금의 회사에 전화를 했더니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다 끊어지고
다시 걸어 어쩌다 연결이 되면 나중에 Return Call 해 주겠다 하곤
‘꿩 구워먹은 소식’처럼 감감, 은근 부아가 났다.
나는 종종,
‘미국의 통신회사, 건강보험회사, 생명보험회사 모두 망하고 해외에서 들어와야 한다.’고 말한다.
주인도 없고, 주인 의식도 없고 그냥 연결하고 커미션 받아먹으면 계약한 사람 사라지고
회사의 서비스는 그야말로 형편없으면서 계약한 금액도 올릴 건수만 있으면 예고도 없이 올리고
하루라도 늦게 내면 고리대금업자보다 훨씬 더 높은 연체료 물리는 게 다반사다.
한 친구 연결이 되었다.
내 영어실력이 그리 좋지 않아 그런지 이 친구 바가지 씌우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지금보다 조금 더 좋은 장비에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로 지금보다 훨씬 비싸게 만들어 놓고
Promotion이라며 생색은 있는 대로 내며 깍아 준 다는 금액이 지금보다 거의 50% Up.
하지만 지금보다 뭐가 얼마나 더 좋아지는지 구분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계약서를 만들어 이메일로 보내 놓고 서명하란다.
'이 친구 누굴 물로 보나?‘ 하는 생각에 연결 안 될 때 보다 더 부아가 난다.
하지만 화만 내면 나만 손해, 오늘 운동하며 작전을 세우곤 사무실 들어와
내가 늘 하는 방식으로 번호를 메겨 지적하며 점잖게 이메일을 보냈다.
결론은 'Over spec, over price for us',
내용은 지금까지 5년 동안 너무 많이 낸 것도 억울하고
기술의 변화를 이야기 하며 빨리 발전하는 세상에 내가 그 돈을 왜 내야 하냐?
다른 회사는 반값에 해 준다는 데 어쩔래?
이 친구 왕창 뒤집어 씌워 한 건 했다고 커미션 받으려 하는 속셈에 일침을 가했고
공은 이제 그 친구에게 넘어가 있다.
지난 겨우내 스윙할 때 통증이 있어 조심해서 스윙을 했었는데
오늘 오전 운동 할 때 여행을 다녀오고 처음으로 풀스윙을 했더니만
오후에 오른쪽 어깨가 자꾸 찌릿한 게 기분이 별로 좋지가 않다.
오랜만에 어깨를 써서 그런가?
몸은 몸살이 오는 것처럼 살이 아프고 끝없이 졸음이 오며, 체한 것처럼 속이 더부룩하다.
그럼에서 저녁에 할 일은 해야지
우선 키위 남은 것 1박스 반을 까서 말리기 시작했다.
당근, 감자, 양파 돼지고기를 넣어 카레를 만들고 만들어 놓은 콩나물북어국을 데우고
얼마 남지 않은 김치를 곁들여 저녁을 먹었다.
빨래를 개고 하얀 빨래를 해서 널고 쓰레기와 박스를 정리해서 버렸다.
그러고 나니 오늘도 8시, 자리에 누워 TV를 좀 보다가 잠들어야 하겠다.
오늘도 바쁘게 잘 보냈다.
내일 아침에 아프지 않았으면 참 좋겠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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