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334일째, 2016년 5월 19일(목) 한국/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 용인/맑음

송삿갓 2016. 5. 20. 11:28

천일여행 334일째, 2016519() 한국/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 용인/맑음

 

아침부터 분주하다.

일부분은 안보견학을 위해서 일부는 체크아웃하고 각자의 길로 가기위해 부산하게 움직인다.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해 조금 늦게 일어나 한강변 가까이 내려가 걸었다.

멀리서 걸을 때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가까이 가니 약간 썩은 냄새가 나는 게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사람이 참 묘한 것이 조금 지나면서 익숙해졌다.

 

아침 준비를 마치고 체크아웃, 길을 나섰다.

호텔 셔틀을 타고 강변역에 내려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잠실역에 내렸다.

12시에 올림픽파크텔에서 후배들을 만나 점심을 하기로 하였기에 시간이 남아

잠실역 지하상가에서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느긋하게 걸으며 쇼핑을 하였다.

제일 먼저 눈에 띈 양말상점,

며칠 전 용인 죽전의 신세계에서 터무니없는 가격에 양말을 샀기에

다른 것을 찾으려는 욕망에 발을 들였다.

조금은 다르겠지만 그래도 참한 가격의 비슷한 양말에 운동용, 신사용 양말을 득템하였다.

백화점은 1030분에 오픈한다하여 주변을 더 서성거리다 백화점에 들어갔지만

이미 꽉찬 가방 때문에 무언가 더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발길을 돌려 나오려는데

가볍고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캐주얼신발 앞에서 서성이다 하나 득템

아직은 모두 완공하지 않았지만 아주 멀리서도 보이던 102(? 확실하지 않음)으로 발길을 한다.

지하에 들어서며 정말 크다는 생각을 하며 조금 걷는데 갑자기 피곤함이 밀려온다.

조그만 의자가 놓인 휴식공간에 앉아 잠시 쉬다가 점심 약속 장소로 가기위해 다리를 편다.

 

올림픽 파크텔에서 후배들을 만났다,

화제는 캄보디아로 가서 농사짓는 한 친구의 이야기다.

카이스트에 가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후배인데 어느 회사를 다니다 갑자기 정리하고

캄보디아에 한국의 분당만한 땅을 사서 개간하고 옥수수 농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옥수수를 택한 것은 3모작이 가능해서 회전율이 빠르기 때문이었는데

어느 해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어느 해는 비가 너무 안 와서 실패를 거듭하다

과실수를 심었지만 그건 바로 수확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야 하니

몇 년을 기다린 투자자들이 회수를 독촉하여 땅의 일부를 팔려고 내 놨지만 그도 원활치 않아

많은 고전을 하고 있는데 오늘 만난 후배들도 일부 투자하여 회수를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정식집에서 점심을 먹으며 못 다한 이야기는 커피숍으로 옮겨

남은 이야기를 하다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후배들과 헤어지고 어머님 집으로 왔다.

부추와 강냉이를 사 놓으셨고 얼마 전부터 돌김을 준비 했다며 가져가라신다.

지금까지는 뭘 사주셔도 한 번도 가지고 가지 않았는데 이번에 장을 봐서 가지고 가는 것을 보고

김치나 조기 등 뭔가를 더 싸주시려는 통에 싫다고 했더니 서운해 하신다.

일단 짐이 많아 무겁다는 이유로 사정하듯 설득을 하면서 말려야 했다.

 

저녁에 동생이 상추를 뜯어 온다며 삼겹살 먹자해서 어머님과 정육점에 다녀왔다.

셋째는 자기가 기른 상추를 함께 먹자는 의미로 고기를 먹자하니 거절할 수도 없다.

상추, 미나리를 포함한 야채 한 보따리를 싸서 동생이 오고

올 시간에 맞춰 밥하고 나물 무치는 어머님을 도와

베란다에 철퍼덕 주저앉아 기름 좔좔 흐르는 삼겹살을 구워야 했다.

 

어머님과 함께 있으면

어머님 음식 여러 가지 하지 마시고 조금씩 하세요

알았다. 그리 하마

어머님의 대답은 그냥 흘리는 말이다.

상은 늘 가득, 그릇별로 넘치도록 하신다.

넷째 동생은 그런 어머니와 다퉁을 벌인다.

배가 불러 많이 먹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이것 저것 준비하느라 고생

남으면 어머니 혼자서 꾸역꾸역 드시는 게 싫은 거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

절룩거리는 다리를 끌고 제대로 서지도 못해 한쪽 팔꿈치를 싱크대위에 지지하고 삐딱하게 서서

움직일 때는 종종 걸음으로 많이 준비하시는 걸 보면 짜증을 지나 화가 나긴 하지만

뭔가 해주고 싶어 하는 어머님 마음을 생각하면 화를 내기는커녕 말릴 마음은 꼬리를 감춘다.

이것은 간에 좋고 이것은 피를 맑게 해 주고 이것은 위에 좋고

영양학이나 움식학 전문가이신 양 연신 설명하면서 먹을 것을 권하신다.

어머니 배가 불러 더 못 먹겠어요하면

이건 소화를 돕는 것이니 먹어라하면서

다른 것을 권하시면 못 이기는 척 또 먹어야 한다.

그리곤 속이 불편해 작은 집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그도 안 되면 소화제로 달랜다.

 

오늘은 동생의 야채까지 가세해 더 많이 먹어 헉헉거리며 배가 아프기까지 해서 고생 꽤나 했다.

동생이 새벽에 일가야 한다며 일찍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한다.

둘째와 셋째가 만나면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정담을 나누기도 하는데

내가 술을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형은 아버지와 동급이라는 어머님의 세뇌교육에

어려움을 많이 타 잘 어울리려 하지 않는다.

오늘도 참 길게 하루를 보냈다.

내일의 긴 여행을 위해서 잘 자보자.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