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409일째, 2016년 8월 2일(화) 애틀랜타/맑음, 소나기
몸살감기에 의욕상실
오늘의 상태다.
아침에 모닝콜에 일어나려는 데 몸이 예사롭지가 않다.
잠을 충분하게 자지는 못했어도 일어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몸이 굼뜬 것이 살은 아프고 모든 뼈마디에 이물질이 낀 것처럼 서걱서걱 하는 것 같다.
맨손을 움켜쥐어 보지만 손 안에 계란 한 개 들어 있는 것같이 쥐어지질 않는다.
“출근했어?”
“아니, 집이야”
“에궁~ 여전히 안 좋구나”
“아니, 괜찮아”
“열은?”
“내렸다 올랐다 그래”
“일어나기 싫다”
“그래도 일어나야지”
“그래 알았어”
아침에 모닝콜을 받으며 나눴던 대화다.
몸을 일으켜 걷는데 누군가 가지 말라고 매달려 있는 듯하다.
커피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우유를 준비해 마시는데 몸은 바람이 버티려는 대나무 같다고 할까?
나가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찾는 듯, 아님 넘어져서라도 이유를 만들려는 듯 휘청휘청
우유를 마시고 나면 아침 스트레칭을 해야 하는데 배가 부글거려 화장실로 먼저 달려간다.
변기에 앉아 내린 결론 ‘오늘 나가지 않는 게 나를 위한 것’
아스피린을 먹고 여름 이불을 덮고 누웠는데 춥다.
작은 담요를 겹으로 덮고 나서야 조금 추위가 가시며 스르르 잠이 온다.
한 시간 쯤 잤을까?
속이 쓰리다.
어쩌면 속이 쓰려서 ‘뭘 좀 넣어 달라’는 위의 사보타지에 깼을지도 모른다.
아까 보다는 살이 덜 아프고 한 결 가벼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묵직하고 몸은 부었다.
토마토를 잘라 올리브 오일로 달군 프라이팬에 익히고 생 치즈를 얹어 아침 겸 간식을 먹는다.
두통이 심해 약을 먹으려면 위에서 아우성치지 않아도 중화시킬 뭔가 넣어야 해서 먹는 간식,
하지만 커피를 곁들이는 우매한 습관은 버리지 못한다.
‘커피는 내 정신을 일으켜 세우는 보약이야’라는 자위를 하면서 말이다.
‘늦게라도 회사를 갈까?’, 아님 ‘그냥 책이나 읽으며 하루 푹 쉴까?’를
고민하는 시간은 직원들이 출근하는 9시,
출근하지 않으려면 적어도 Jonas에게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데
아프다며 출근하지 않는 것은 거의 없고 습관일 될까 피하는 일인데
갈등을 하다 종래는
‘I'm sick. so I'll stay at home today. If you have a somethings, contact me, please'
바로 답신이 온다.
‘Ok take it easy'
Jonas는 내가 아픈 게 제일 무섭다고 했다.
내가 혼자 있어 그러기도 하지만 다시 아파서 회사에 나오지 못하게 되면 회사일이 걱정
예전에 내가 아파서 회사에 나오지 못할 때 암담했다고 했다.
그 때는 Market이나 회사 사정이 너무 좋지 않아 위태로울 때여서 더욱 그랬을 거다.
아픈 중에도 나와서 내가 한 첫 번째 일이 모든 직원의 <해고>였다.
한 달 반 정도 만에 회사에 나와 보니 <풍전등화>라는 말이 적절할 정도로 아사 직전
여러 가지를 검토하다 사무실에 둘이 앉아 결정한 것이
‘둘이서 회사를 하고 모든 것은 외주를 주자’며 결정한 것이 전원 해고
"Liana 한 사람만 남기자“고 했을 때
“그건 불평등이고 회생을 위해선 배수진이 필요하다”라는 것으로 내 주장을 관철시켰다.
바로 전 직원 소집하여 그 사실을 통보하면서
“1년 이내에 돌아오기를 원하는 직원은 다시 받아들이겠다”는 약속과 “미안하다”는 말에
대부분의 직원들은 “어려운데 지금까지 급여 늦추지 않고 여기까지 와 준 것에 고맙다“며
곧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눈물 속의 해산을 하였다.
사정이 그리 좋아지지 않았지만 한 달여 뒤 Liana를 필두로 해서
정말 해가 가기 전에 원하는 직원은 모두 복귀하였다.
Jonas는 다시 그런 사태가 오는 것을 두려워한다.
물론 일상생활에 그 기억이 묻혀 좀더 철저하지 않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후 힘들고 아파도 가능한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꿋꿋한 척 하게 되었다.
침대와 의자를 왕복하며 쉬다가 점심은 식빵을 구워 잼과 해바라기버터를 발라먹고
잠시 쉬었다 목욕을 하였다.
탕에 따스한 물을 받아 한 시간도 넘게 들어 앉아 땀을 흘렸다.
몸이 허하니 땀이 많이 난 건지 모르지만 오랜만에 많은 땀을 흘리고
다시 침대에 널브러져 자다 깨다를 반복하였다.
중간에 아해와 함께 샀던 때가지나 물컹해진 망고 한 개를 먹고 다시 침대 위를 뒹굴었다.
저녁은 누룽지, 된장찌개와 생 고추, 쌈장을 차렸다.
고추가 조금 매워 그런지 아니면 낮에 목욕으로 땀구멍이 열려 그런지 땀을 많이 흘렸다.
예전에 한국에서 회사생활 하며 국내사업본부에 소속되었을 때 여름 토요일이면
본부장이 팀장들을 데리고 북한산 계곡으로 데려가 멍멍탕을 먹으며
단합대회를 하며 오후를 보낸 일이 있었는데
그 때 몇몇의 친구들이 펄펄 끓는 멈멍탕에 땀을 뚝뚝 흘리면서도 닦지 않아야 한다 했을 때
식사를 하면서도 그렇게 많은 땀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봤었다.
오늘 저녁에 많은 땀을 흘리며 그 시절이 떠오르며 ‘아마도 계절적으로 지금 쯤?’일 기억하였다.
저녁을 먹고 나니 또 침대로 가고 싶은 충동과 부대끼는 속이 아직도 몸이 힘들어 함을 느꼈다.
아해나 나나 몸이 얼마나 지치고 힘들어 이렇게 헤매는 거지?
사람들이 여름에 보양식을 먹어야 한다는 주장하는 것을 처음으로 깊이 생각게 하였다.
오후 들어 수시로 하늘이 캄캄해 지면서 소나기를 퍼 부어 세상을 적시더니
오히려 저녁 무렵에는 맑고 밝은 햇살이 마음껏 짙은 녹색으로 치장한 건너편 숲에
오랜만에 만나는 밝음에 춤추며 즐기는 해수욕장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며칠 전만 해도 이 시각이면 90대 중반의 열기를 내 뿜는 저녁이
이번 주 시작된 개학에 맞춰 특히 오늘은 더 잦은 소나기가 식혀
80도 아래의 선선함을 선물한다.
참 이상도 하지?
온도가 떨어질 때를 알아서 개학을 하는 건지
아님 개학을 했다고 온도가 떨어지는 건지 모르지만 이제 아침저녁으론 제법 선선하다.
뉘엿뉘엿 자취를 감추는 햇살에 저녁 잠자리를 준비하는 듯
더욱 짙어지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이런 풍경에 아해와 함께라면 얼마나 좋을까?’
내일은 오늘보다 더욱 건강하고 씩씩한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침대로 향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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