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411일째, 2016년 8월 4일(목) 애틀랜타/맑음, 저녁 많은 비

송삿갓 2016. 8. 5. 08:14

천일여행 411일째, 201684() 애틀랜타/맑음, 저녁 많은 비

 

아침에 애틀랜타는 별일이 없었는데 클럽이 있는 북쪽은 폭우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클럽에 도착하니 이미 비가 많이 내렸는지 잔디는 축축이 젖어 질퍽한 곳이 많다.

기온은 많이 내려갔지만 습도가 높아 그런지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만만치 않다.

두 골퍼를 앞세우고 빠르게 걷다보니 땀이 몸을 흠뻑 적신다.

 

요즘 2016 상반기 비즈니스 분석 중이다.

2015년에 비해 전체적인 영업실적은 낮은 데 비용이나 자재 재고는 늘었다.

Jonas는 이 상황을 자세히 모를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지 실천력도 부족하다.

물론 내가 그 일을 담담하기 위해서 옆에 있는 것이긴 하지만 나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설명을 하면 당시에 충분히 알겠다고 대답은 하지만 다음 날이면 까맣게 잊는지

하지 말기로 한 것을 태연스럽게 저지르고 만다.

 

오늘 운동하면서 분석 자료를 어떻게 정리해서 설명해야 하는지 궁리하기에 바빴다.

아마도 당분간은 재고 소진과 미수금 때문에 의견 대립이 있을 것 같다.

어떤 회사는 수금 전에는 영업을 하지 말라고 할 것이고

그는 영업을 해야 수금이 가능하다고 우길 수도 있고 나 모르게 영업을 했다가

내가 알게 되면 논쟁이 있을 수도 있다.

삶에서 누군가와 의견이 충돌하며 다툼 하는 것이 싫다.

그래서 가능한 좋게 이야기하고 조정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불 보듯이 뻔 한 것을 언제까지 보기만 할 수가 없어 거의 주기적으로 반복하게 된다.

걸으며 방법을 생각하던 중 CBMC의 부탁이 마음을 다른 곳으로 이끈다.

내년 북미주총연에 도움을 달라는 부탁, 나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는 것에

아예 더 이상 부탁 비슷한 것도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는다.

 

CBMC는 나 없어도 누군가 할 것이고 잘 안 되어도 나와 무관한 것이지만 비즈니스는 다르다.

내가 무너지면 회사가 흔들리고 그러면 딸린 식구까지 50명이 훨씬 넘는 사람이 밥상을 잃는다.

잘 안되면 뿔뿔이 흩어지면 되지 않느냐며 일하는 사람들은 각자 알아서 잘 살 수도 있겠지만

나는 물론이거니와 JonasLiana는 다르다.

냉정하게 하면 나는 그냥 조그만 비즈니스 시작해서 살면 먹고 사는데 거의 문제가 없다.

하지만 Jonas는 어딜 가도 오래 버티지 못할 거고 Lina는 자기 나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해서 그토록 싫어하는 의견대립이나 논쟁을 하면서까지 지키려 하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은퇴하는 시기까지라도 큰 문제없이 먹고 살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보니 목욕하듯 땀에 젖어 운동을 마친다.

CBMC 문제는 나중에 조금더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사무실로 들어와 Togo 해 온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비즈니스 분석자료 마무리 정리하고

Jonas와 상반기 Review를 하면서 차분히 설명하였다.

늘 그렇듯이 충분히 이해한다며 원인에 대해, 그리고 대책에 대해 동의하였다.

이제 남은 것은 상반기 결과의 대책을 실천 하기위해 투쟁하듯 밀당을 할 것이다.

내일 아침에 할 자료까지 마쳤기 때문에 내일도 바로 운동하러 갔다가 사무실로 올 예정이다.

 

배춧국, 계란찜, 마늘피클, 무말랭이무침을 저녁을 먹고 쉬고 있는데 많은 비가 내린다.

다른 날은 오후에 잠깐 소나기를 퍼붓고 자리를 비웠던 태양이 석양이 되어

노을을 선물하곤 했는데 오늘은 보기 드물게 성난 듯 시끄러운 천둥번개에 비바람 몰아치고

바람 통하라고 열어 놓은 발코니의 문을 통해 비가 들이쳐 거실 바닥을 적신다.

저녁 길손들의 마음 급한 질주는 물보라를 일으키며 목적지를 향해 발길을 서두른다.

 

이렇게 비가 오면 내일 운동 못하는 거 아닌가?’

내일 이른 아침 운동이 걱정될 정도로 쏟아지는 비를 보며 상념에 잠긴다.

 

아해야! 네가 참 보고 싶다. 정말루~~~’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