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내게 말했다
몸이 신호를 보냈다
“무리하지 말고 조금씩 쉬엄쉬엄 하라고”
그런데 듣지 않았다
왼쪽 팔이 아프기 시작했다
매년 겨울이면 한 번씩 찾아오는
일련의 행사이려니 생각하고 무시하였다
몸은 그렇게 신호를 보냈는데
왼쪽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어! 이건 예년과 다른데?”하면서
며칠 진통 소염제를 먹으면 좋아지겠지 하며 무시하였다
몸은 그렇게 신호를 보냈는데
아직은 봄이 오지 않았음에도
몸이 나른하고 피곤하기 시작했다
“아! 예년보다 일찍 봄이 오러나?”하며 무시하였다
몸은 그렇게 신호를 보냈는데
평상시 하지 않던 일이 많았다
저녁 모임에 이일 저일 많았다
자주 어지러움을 느끼곤 하였다
“조금 바쁘게 보내서 그러나?”하며 무시하였다
몸은 계속 신호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 하루
점심을 먹으며 식은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평소 점심에 먹지 않던 음식이라
맛이 좋아 그러려니 하며 무시하려 하였다
몸은 쉬지 않고 신호를 보내다
나에게 철퇴를 가했다
저녁에 오한과 두통과 어지러움으로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물론
몸 이곳저곳이 뒤틀리며 그야말로 미치게 반응하였다
그리고 주저앉았다
몸은 음식은 물론 물 한 모금도 거부했다
침대에 누워 진정을 시키려 하는 노력도 거부하고
그것을 잊으려 가장 친한 친구 책을 잡았지만
의욕이 없는 것은 물론 눈 까지 어른거리며 거부했다
의사에게 가야할 정도의 생각이 들지는 않을 정도
그렇지만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 무기력으로
침대에 누워 창밖을 바라보는데
몸이 네게 말한다
“내가 말 했잖아. 쉬엄쉬엄 하라고”
몸은 나를 3일을 붙잡고 쉬지 않고 잔소리 하였다
“내가 말 할 때 잘 들어라. 고집 부리지 말고, 나이가 들어 갈수록···”
3일 뒤 조금씩 회복시켜가며 나를 일상으로 놓아 보낸다
아직은 평상시 같지 않지만 몸과 3일을 연애하듯 행복하게 보냈다
고맙다, 나!
Feb 2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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