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여행지의 추석상

송삿갓 2016. 9. 20. 04:07

여행지의 추석상

 

여행지에서 마주친 추석상이다.

차례상에 올랐던

붉은 것은 동쪽에 흰 것은 서쪽이라는

홍동백서의 과일이 없고

조율이시라는

서쪽부터 대추, , , 감도 없다.

그렇다고 어동육서의 고기와 생선이 없고

식혜와 포의 좌포우혜도 있을 수 없다.

 

단지 흔한 소꼬리 푹푹 끓이고

손수 빚은 김치만두에

쑥가래떡 몇 조각에 김과 계란을 고명으로

얹은 국적불명의 떡만두국

 

관상용으로 기르던 부추에

상품 가치 거의 없는 작은 오징어,

자색양파를 튀김가루로 버무려

식물성기름에서 춤추던 부추전

오래되어 아삭함은 흔적도 없는 신김치가 전부다

 

누군가는

훌륭하네할 수도 있겠지만

할 수 있는 것 다 모아

겨우 만든 객지 추석상이라 그런지

아님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에게

푸짐하게 상차린 어머님이

다 있는데 큰 아들만 없네 하며

사운해할 어머님 생각에

죄스러운 마음이 무거운 건지

 

누가 그러라고 한 것도 아니기에

이라도 먹을 수 있음에

마음의 큰절로 추석을 보낸다

 

그래도

지중해로 떨어지는 보름달은

한국서보다 훨씬 큰 것 같아

그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그리고

누가 알겠는가?

함께하는 이가 있어

더 행복했다는 것을

 

September 1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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