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의 추석상
여행지에서 마주친 추석상이다.
차례상에 올랐던
붉은 것은 동쪽에 흰 것은 서쪽이라는
홍동백서의 과일이 없고
조율이시라는
서쪽부터 대추, 밤, 배, 감도 없다.
그렇다고 어동육서의 고기와 생선이 없고
식혜와 포의 좌포우혜도 있을 수 없다.
단지 흔한 소꼬리 푹푹 끓이고
손수 빚은 김치만두에
쑥가래떡 몇 조각에 김과 계란을 고명으로
얹은 국적불명의 떡만두국
관상용으로 기르던 부추에
상품 가치 거의 없는 작은 오징어,
자색양파를 튀김가루로 버무려
식물성기름에서 춤추던 부추전
오래되어 아삭함은 흔적도 없는 신김치가 전부다
누군가는
‘훌륭하네’ 할 수도 있겠지만
할 수 있는 것 다 모아
겨우 만든 객지 추석상이라 그런지
아님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에게
푸짐하게 상차린 어머님이
다 있는데 큰 아들만 없네 하며
사운해할 어머님 생각에
죄스러운 마음이 무거운 건지
누가 그러라고 한 것도 아니기에
이라도 먹을 수 있음에
마음의 큰절로 추석을 보낸다
그래도
지중해로 떨어지는 보름달은
한국서보다 훨씬 큰 것 같아
그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그리고
누가 알겠는가?
함께하는 이가 있어
더 행복했다는 것을
September 1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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