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460일째, 2016년 9월 22일(목) 애틀랜타/맑음
아침에 출근하면서 어머님과 통화를 하는데 목소리가 많이 잠겨서 깜짝 놀랐는데
오늘이 막내이모 생일인줄 알고 이모 집에 다녀와서 피곤해 오후에 한 숨 주무셨다고 한다.
오전에 부지런을 떨어 막내이모 집에 간다고 집을 나서 전철을 타고 근 처 역에서 내렸는데
어느 버스를 타는지 잊어 한 참을 헤매다 결국 이모에게 전화를 했던 모양이다.
가는 방법을 잊어 당황한데다 반가워할 줄 알았던 막내 동생이
어디를 나가려 한다며 오지 말라고 하니 서운하고 당화할 밖에
“그래도 언니가 집을 가겠다고 왔으니 얼굴이나 보자”며 가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하니
버스 번호를 알려주고 오라하기에 버스를 탔는데 예전과는 다른 길로 가는데
버스에 탄 다른 할아버지에게 상황이야기를 하니 노선이 많이 바뀌어 그렇다며
“동생이 어느 아파트 몇 동에 사느냐?“고 묻기에
“그런 거 모르고 근처 가면 안다”도 대답을 하니 기가 차다는 듯 끌끌
거의 모든 곳을 길눈으로 기억하고 다니는 어머니에게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위례단지라는 대형 아파트단지가 수시로 변하는 모습은 기억의 저편이다.
당황하면 피곤하고 힘든 건 당연지사
어찌어찌 가다가 아는 곳이 나와 “여기다”하며 내려달라 하고 이모 집에 갔더니
이모부께서 “전화를 하고 와야지 무턱대고 오면 어떻게 하느냐?”라는 핀잔 같은 말과
“내 생일은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라”며 친구들을 만나러 가야 한다는 이모 말에
피곤하고 힘들게 왔는데 얼마나 서운하고 서러웠을까?
어머니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피붙이에게 박대를 당하 것 같으니 마음의 충격이 더 컸을 터
“네 이모가 변했다”
어머님이 최근 몇 년 서운한 감정이 들면 자주하시는 말 “변했다”가 여기서 등장한다.
“그전엔 안 그러더니 요즘 들어 변했다”
얼마나 상심이 크셨으면 반복해서 하셨을까?
“그래서 점심도 못 드셨어요?”
“아니, 이모 친구들 만나는 데 따라가서 우거지갈비탕인가 뭔가 하는 거 먹었다”
“그래서 바로 오셨어요?”
“아니, 그냥 옆에서 떠드는 소리 듣다가 가락시장가서 고추장 담그려고 엿길금 사서 왔다”
밥 한 그릇 먹자고 따라가서는 남들 떠드는 데 아무 말도 못하고 앉아 있으며
소외된 것 같아 여린 마음에 얼마나 상처가 되셨을까?
“밥 먹고 나와서 이모는 가락시장 근처 병원에 간다기에 같이 지하철을 타고가며
막 퍼부었다. 네가 성한테 그럴 수 있니? 먼 길 왔는데 오지 말라고나 하고“
“아니 나는 성이 집에 있는 줄 알고 그랬지”
“그래도 그렇지. 우리가 피붙이가 많기나 하니?”
“미안해 성, 내가 잘 못했어”
“애비야! 그러고 났더니 속이 다 시원하더라. 그리고 다 풀렸어. 우린 형제잖아”
어머님 말씀을 들으며 애잔한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며 그래도 위안이 되시라고 껄껄껄 웃고는
“잘 하셨어요. 정말 잘 하셨어요”
“그래 애비야, 별 일 없지”
“그럼요. 별 일 없지요”
그렇게 통화를 끝냈는데 어머님께 죄를 지은 것 같은 마음에 어찌나 마음 아프고 찡 하던지
‘날 잡아 한 번 가야 할까보다’
오늘도 사무실에 출근해서 잠깐 일을 보고 클럽으로 향했다.
내 시각은 8시 40분으로 두 버째 팀, Tee Sheet에서 본 것 보다 앞에 가는 사람이 많다.
오영록 사장과 둘이 걷는데 지난 화요일에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몇 번 하던지
나에게 주려고 자기가 먹는 식초를 한 병 주려고 가지고 왔다 만나지 못해 다시 가지고 갔다며
오늘은 잊지 말고 꼭 가지고 가란다.
식초를 물에 타서 아침저녁으로 먹으면 처음에 Gas가 차서 불편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속이 편해지면서 내장 운동에 도움이 많이 된다는 이야기다.
끝나고 받은 게 <Apple Cider Vinegar>
‘나는 신 것을 먹으면 위가 불편하고 역류하기도 하는데 괜찮으려나?’
운동을 마치고 클럽샌드위치를 Togo 해 와서 점심으로 먹곤 일을 마치고 조금 이르게 퇴근했다.
호박을 썰어 들기름에 볶다가 다진마늘과 새우로 간을 하여 조금 덜 익었을 때 마무리하고
전에 끓여놓은 된장국, 김치, 김 등으로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마친 후
내일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고 밥솥에 있는 밥을 냉동실에 보관하기 위해 퍼서 식히면서
내일 운동 후 갈아입을 옷과 가방을 차에 두러 주차장에 내려갔는데 잘 사용하지 않는
내 Spot에 링컨 SUV가 주차되어 있었다.
전에는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여행을 다녀 온 지난 주말에 Audi 컨버터블이 주차해 있어
Post It이라도 부칠까 하다가 그냥 넘어 갔더니 오늘은 다른 차를 주차한 것이다.
아마도 바로 옆 Spot을 사용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이렇게 무 대포인 경우는 처음이다.
오늘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안내 Desk에 가서 이야기를 했더니
Warning, Towing, Boost,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란다.
에이, 이웃인데 아무리 경우가 없어도 너무 곤란하게 하지 말자는 뜻에서 오늘은 Warning만
그도 무슨 사정이 있어 그럴 수는 있지만 남의 것 잘 손대지 않고
남의 Property에 들어가는 것을 큰 결례로 아는 미국사회에서 이러는 건 아니다 싶었고
계속 그냥 넘어가면 앞으로도 같은 일 반복할 것 같고 기분도 그리 좋지 않아서 Warning
얼마 지나지 않아 안내 Desk에 있는 vikke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차주가
그 자리가 주차를 하지 않아 비어 있는 것으로 알았다는 이야기다.
허~참~! 이 동네 주차장에 빈자리라니······
암튼 앞으론 안 그런다고 하니 잘 해결 된 거다.
오늘이 가을의 시작이라는 데 왜 그런가 하고 한국 달력을 보다보니 24절기 중
밤과 낮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秋分)으로 영어로는 Autumnal Equinox Day이다.
암튼 오늘 이후로 밤의 길이가 낮보다 길어지니 해가 짧아진다는 의미겠지?
길어지는 밤에 뭘 하나?
오늘도 별 걸 다 걱정하는 듯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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