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677일째, 2017년 4월 27일(목) 애틀랜타/흐림

송삿갓 2017. 4. 28. 09:41

천일여행 677일째, 2017427() 애틀랜타/흐림

 

며칠 전부터 오늘 강풍이 불고 비가 많이 올 거라는 예보가 있었고

오늘 아침에도 비와 바람 소식은 계속 되었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오늘 일정에 대해 적지 않은 고민을 하였다.

아침에 집에서 운동을 하고 조금 늦게 출근 할까?

일단 출근해서 비가 오면 클럽에 있는 Gym에 가서 운동 할까?

아님 출근했다가 운동을 가서 비가 오면 중단 할까?

 

첫 번째가 가장 실용성이 있는 선택이기는 하지만

출근을 늦게 한다는 것은 게을러질 수 있다는 판단에 제일 먼저 제외

클럽의 Gym에서 운동할 준비를 갖춰 집을 나섰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클럽 주변에 8시부터 10까지는 비가 오지 않을 것으로 예보하였기에

전반 9을 걸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사무실에 도착하였다.

 

클럽에 가까이 갔을 때 하늘을 보니 당장 비가 오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일단 걷기로 결정

장비를 챙기고 있는데 바로 옆에 Stewart Cink가 도착해 준비를 하고 있기에 아침 인사.

연습장에 올라가니 Ken Goss 부자(父子)1번 홀로 이동하기에

나만 바보가 아닌 것 같아 또 위안으로 삼는다.

 

몇 개의 연습볼을 치고 있는 데 Stewart가 바로 뒤에 도착하면서

"Good Morning" 하고 인사를 한다.

에궁 조금 전 주차장에서 만나 인사를 하면서 위안을 가졌는데 또 인사를?’하면서도

인사를 받아주고 연습을 마치고 1번 홀로 가면서 "Have a good day"라고 하니까

플레이 잘 하라며 격려한다.

오늘 같이 비가 온다는 예보에 마음의 갈등이 있을 때 같은 길을 걷는 누군가 있다면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이 있다는 위안이 되는 데 Pro 선수가 보이니 더 마음이 놓였다.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마음이 급하다.

기왕 나왔으면, 나오기 전에 비가 내리면 그만 두면 되지 뭐~’하고 다짐했음에도

조급함이 생기는 것은 내가 결단력이 부족해서 그런가?

 

하늘은 잔뜩 흐려 있지만 다행이 비는 내리지 않고 간간히 밝은 구름이 보이기도 해

9까지 마칠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단순한 욕심인가?

허벅지는 뻐근하지만 더 걸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무리하지 말자는 갈등이 또 시작되었다.

하지만 코스의 강력한 유혹에 두 손 모아 사정을 하면서 9홀만 하고 마쳤다.

 

샐러드를 Togo해 사무실로 돌아와 일을 하고 있는데 에어컨 고치는 분께서 전화를 주셨다.

아침 사무실에 출근 했을 때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아 메시지를 남겼기 때문이었다.

잠시 뒤에 와서 점검을 하고는 누군가 전원 Switch를 내려 그렇다며 확인 하니 절말 그렇다.

어제도 안 된 것이 그랬었던 것 이었는데 또 누군가 손을 댄 것이다.

암튼 간단히 해결되어 다행

 

그러는 중에 Jonas는 오전에 Liana와 미수금 List를 점검했다며 나에게 보여준다.

그런데 일부는 Write off, 즉 손실처리를 하자는 이야기다.

오늘 일을 한 이유 중 하나가 Write off를 위한 것 이었다는 이야기다.

참 내원,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다.

기껏 일 해주고 돈을 받지 못한다며 손실처리 한다는 것은 그 금액의 두세 배는 손실인데

쉽게 그러는 것을 보면 속에서 뜨거운 것이 확 올라오기도 한다.

그래도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일부는 감수해야하는 부분적인 손실이기에 또 참는다.

 

점심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쳤다.

 

Challenge

요즘 천일여행기가 꼭 골프여행기 같이 되었다.

그건 내가 골프를 좋아하고 또 생활패턴 자체가 집, 사무실, 골프장 등 단순해지고

그 중 활동하는 가장 긴 시간을 골프장에서 보내기 때문이지만 더 큰 이유는 아해 때문이다.

아해는 원래 골프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내 기억으론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한다는 이유였는데

골프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가장 큰 원인과 똑같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골프 레슨을 받겠다고 시작하더니 초기 몇 개월은

내가 왜 이 짓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투덜투덜

손으로 직접 던져도 잘 안 되는 공놀이를 긴 작대기를 가지고 휘둘러 패야 하니 당연지사.

 

아해를 위해 골프 옷과 신발에 모자나 장갑은 물로 여러 가지 필요한 것들을 하고

전에는 볼을 주워서 다른 사람들을 줬는데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다 나에게 왔을 때 함께 Golf Shop에 가서

고르고 골라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골프채 Sets와 가방을 장만해 줬다.

가능한 예쁘게 차려 입히고 함께 골프를 했었다.

골프를 하지 않았더라도 함께 책을 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만족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골프까지 같이 하니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말할 수 없이 좋았다.

 

지난번에 가서는 집 안에 연습할 수 있는 방을 꾸며주었더니

이제는 매일 집에서도 연구와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다른 취미 생활을 할 수 없는 곳에서 골프를 한다지만

나라 전체에 골프장 달랑 하나 밖에 없고

페어웨이는 잔디보다 배추 닮은 잡초가 더 많지만 그나마 일 년에 반 이상은

바짝 말라 쩍쩍 갈라져 크레바스를 만들어 골프 볼이 빠지면 꺼내지 못하기가 다반사다.

 

티 박스가 거의 맨땅이지만 그도 평평한 곳은 거의 없어 몸으로 평형을 맞춰야 하고

우리가 말하는 그린(Green)은 모래(Sand)라 불러야 마땅하고

깃발은 부러진 나무에 비닐봉지를 매단 곳도 몇 안 된다.

 

그런 악조건 하에도 열심히 노력하는 마음이 가상하다.

나와 함께 취미생활을 하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한 노력, 어찌 마음이 짠하지 않을 수가?

이제는 골프이야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상황에서 자세는 어떻게 하고 어떤 클럽으로 쳤는데 기분 좋게 맞았고

드라이버 샷이 멀리 날아가 Golf Ranger로 쟀더니 220야드를 날아가서 어디에 떨어졌고

5번 하이브리드로 두 번째 샷을 했는데 갈대숲을 넘어가 그린 앞에 떨어졌다는 설명도 한다.

페어웨이 한 중앙에 정확하게 갔는데 풀이 길어서 찾지를 못해서 속상했고

로브 샷을 해서 볼이 높이 떠올라 그린(실은 Sand)에 떨어져 핀 옆에 멈췄다는 설명에는

스릴 있게 들리며 꼭 내가 친 것처럼 짜릿하기도 한다.

이렇게 아해와 더 많은 것을 함께 재미있게 하기위해 나 역시 열심히 하게 된다.

그걸 천일여행기에 쓰면서 추억을 아해와 함께 나누고 있는 것이다.

 

2주 전 주말엔 사무실에서 멀리 로마유적지 탐방(?)을 다녀왔는데

몇 주 전부터 하필이면 주말에 그런 델 가서 남의 취미생활을 못하게 하냐?”며 투덜대더니

지난 주 내내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하고 싶은 것 못해서 그런 거다.

 

이번 주도 열심히 연습했는데 주말 첫 날인 내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투덜거린다.

하기야 1주일을 기다렸는데 비가 와서 취미생활을 못하면 난들 그러지 않겠는가?

그래서 비가 내리지 않기를, 적어도 아해가 운동하는 시간만큼은 멈추기를

그것도 안 되면 젖지 않을 정도로 아주 조금만 내리기를 간절한 바램을 하늘에 속삭여 본다.

 

다른 사람들 보란 듯이 폼 나게 손잡고 골프장을 향하는

서로를 격려하며 칭찬하는 뿌듯함을

내가 꿈꾸던 함께 골프를 하기위해

내가 골프하는데 아해가 함께 하기에 더욱 신나서

나는 오늘도 아해를 격려하고 나 자신 또한 열심히 운동한다.

오래 오래 함께 하기를 바라며······

 

콩나물을 데쳐 무쳤다.

배춧국과 동태전을 데웠다.

사각만두를 기름에 구웠다.

오이무침을 더하여 상을 차려 저녁을 잘 먹었다.

차와 토마토로 후식을 즐기고 새소리를 들으며 노을과 사랑을 나누는 건너편 숲을 보았다.

오늘도 어제처럼 아해를 그리며······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