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749일째, 2017년 7월 8일(토)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7. 7. 9. 10:06

천일여행 749일째, 201778() 애틀랜타/맑음

 

어처구니,

아해와 나는 서로 어처구니라며 조심할 것을 강조한다.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어처구이 없이 다치고 사고를 치기 때문에 시작한 단어다.

안타까움과 아쉬움, 그리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하는 소리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떨어지는 집중력이나 주의력 때문이고

어떤 현상에 대한 늦어지거나 엉뚱한 대응이나 반응으로 어이없게 다치는 것 때문이다.

지중해에서 맨발로 물에 들어갔다가 성게를 잘 못 밟아 벌집처럼 가시가 박혔을 때

어찌할 바를 모르며 발을 동동 구르던 아해가 웃자고 하며 했던 소리도 어처구니였다.

아해도 뭔가 많았었는데 지금은 생각나질 않지만 나 역시 같은 마음으로

놀리듯 어처구니를 말했었다.

 

오늘 습한 아침에 운동을 하면서 카트에서 내리면서 물기에 미끄러지면서 몸을 휘청했다.

몸의 중심을 잡으려 버틴다는 것이 허리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중심을 잡는 것과 동시에 오른쪽 옆구리부분에서 느끼는 칼로 도려내는 듯한 통증에

! 이거 허리에 문제가 생겼다. 잘 못하면 오래 갈 텐데와 동시에

아해에게 이야기하면 걱정스러운 마음에 어처구니라고 놀리겠구나하는 생각이 스쳤다.

다행이 크게 다친 것이 아니라 잊고 있다가 골프를 마치고 샤워를 하면서 구부려 씻을 때

기습하듯 찾아 온 통증에 운동하면서 미끄러졌던 일이 생각났다.

집에 도착해 Bio Freeze를 바르고 그 위에 저주파 치료기를 붙이고 한 숨 자고 일어나니

통증은 잦아졌고 큰 부상이 아니라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참 어처구니없게도 말이다.

지난 번 알제리아의 해변에서 찔렸던 성게 가시를 모두 뽑고 오른쪽 네 번째 발가락 끝에

한 개 남아 있었는데 괜찮은 것 같아 그냥 놓아두었다 잊고 있었는데

오늘 아해와 통화하면서 뽑았느냐?”는 질문에 아직이라고 대답하곤

통화를 마치고 Nail Cutter로 굳은 살 같은 것을 잘라 냈음에도 나오질 않았다.

발바닥에도 있는 비슷한 점은 뭉퉁 잘라내니 없어진 것 같기는 한데 발가락 것은 그대로 남았다.

괜찮겠지 하면서 그냥 두었다 저녁을 먹곤 가시가 찜찜해서 밝은 불에서 보니 여전히 검은 점이

보이고 꾹 누르면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기에 소독약을 바르고 바늘로 후벼 파다가

손톱으로 꾹 짰더니 2~3mm 되는 가시가 툭 빠져 나왔기에 손가락 끝에 가시를 올려놓고

에궁 너는 먼 지중해에서 나에게 붙어 이곳 미국까지 오게 되었구나하며 피식 웃었다.

 

어제 잠자리에 들 때만 해도 오늘 운동 시작시간이 930분인 줄 알았는데

아침에 깼을 때 Alexa가 알려준 시각은 850, 하마터면 늦을 뻔 했다.

9시에 여자들 4Group이 있어 그 앞에 가자고 Made Reservation 했던 것을 잊었던 거다.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클럽으로 향하며 이르게 운동을 마친 아해와 통화를 하였다.

안 사장과 곽 회장 말고도 SKC 법인장을 하다 고문으로 자리한 김호진이 함께하였다.

연습장에서 오랜만에 만나 악수를 하며 인사하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데 지나가는 것은 집에서 자주 봤습니다라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Meadows 8번 홀 Tee Box옆이 그의 집이라 걸을 때 봤던 것 같다.

간혹 그 집을 보면 모든 등이 꺼져있어 캄캄하게 보여 어딜 갔나 했었는데 아니었던가 보다.

시작할 때부터 안 사장이 곽 회장에게 매정하고 강하게 주의를 주기에

조금 심한 것 아니냐?“고 하자 그럴 필요가 있다며 다른 때에 비해 조금 차갑게 느껴졌다.

아닌게 아니라 곽 회장 본인은 많이 신경을 쓰는 것 같으면서도

다른 사람 퍼팅을 하지도 않았음에도 대충 퍼팅하고 볼 가까이 가지도 않고 보내달라는 것이나

먼저 티 샷을 하고 카트를 타고 페어웨이를 왔다·갔다하는 등의 매너 없는 행동은 여전하였다.

다른 사람 퍼팅하는 것 보지도 않고 깃대도 잡아주지 않을 거면 왜 함께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불만을 표시하자 안 사장은 그냥 놔둬라며 나를 달랜다.

샷을 준비하는데 앞에서 떠드는 것은 물론 시야에서 얼쩡거려 실수를 한 일도 있었지만

대충 참고 플레이를 하다 17번 홀에서 퍼팅을 하려는데 홀 바로 앞에서 짝다리로 서 있기에

회장님, 저쪽으로 비켜 주실래요?”라고 하자 안 사장과 김호진씨가 안타깝다는 듯이 바라본다.

날씨가 덥고 곽 회장이 그랬음에도 소풍 나온 기분으로 즐기자며 18홀을 잘 마쳤다.

 

요즈음 자주 드는 생각이 지금의 삶이 현실이 아닐 것 같은 것

꿈을 꾸고 있고 집으로 들어가면, 저녁때가 되면 현실로 돌아와 혼자가 아닐 것 같은 착각

그러다 그게 아니고 지금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엄습하는 공허함과 허전함

바닷가에서 모래를 파면 스며들 듯 모이는 물처럼 가슴을 파고드는 그리움이 몸·마음을 적신다.

헤아릴 수 없는 깊은 나락을 느끼며 걷잡을 수 없는 서러움에 금방 눈가가 젖어든다.

오늘도 운동을 마치고 I-85를 달리면서, 그리고 아해와 통화를 마치고 오후를 보내면서 그랬다.

에궁, 내가 많이 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먹고살자고 저녁준비를 하였다.

아침에 나가기 전에 손질해 놓은 닭을 냉동실에서 냉장실로 옮겨 놓았었다.

무쇠 냄비에 해동한 닭을 넣고 감자 2, 양파 1개 반, Brown 버섯 10여개를 썰어 넣고

애기 당근과 고춧가루를 넣고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30여분 푹 끓여 닭복음탕 완성,

오이무침과 콩나물무침으로 구색을 맞춰 상을 차려 푸짐히 저녁을 먹었다.

디저트는 냉장실에 보관하고 있는 오렌지 1, 충분히 배가 불렀다.

 

오후나 늦게 소나기가 온다기에 어제처럼 한 바탕 쏟아질 줄 알았는데

맑은 상태로 해가 저문다.

의자에 머리를 대고 건너편 숲을 바라보는데 낮에 골프장에서 들었던 매미소리가 귀를 울린다.

낮에 들을 땐 생각 없이 들렸는데 갑자기 녹음테이프 돌아가듯 환청으로 다가 온 거다.

무슨 추억이 탈출하고 싶어 이러나?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저물어 간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