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822일째, 2017년 9월 19일(화) 애틀랜타/맑음
아침 사무실에 도착해 간단한 일을 처리하고 클럽으로 향하는데
복통의 잔상이 몸을 뒤틀면서 얼굴을 찌푸리게 한다.
‘건강을 위해서 음식 조절하고 운동 열심히 하는 데 왜 이렇지?’
조금은 억울한 생각이 들다가 ‘그 만큼 노력하니 이 정도지‘로 자위한다.
어제 밤,
이유를 모르는 쥐어짜는 듯한 복통에 두통까지 따라와 씨름하느라 잠을 설쳤다.
구부리거나 엎드려 가며 자세를 바꿔도 좋아 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지만
딱히 무슨 약으로 달래야 할지를 몰라 그냥 버텼는데 아침까지 계속되다가
스트레칭을 하면서 두통이 잦아지더니 집을 나설 무렵 배 아픔 또한 거의 사라졌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며 출근했다가 클럽으로 가는 길에 잊었던 아픔이 괴롭혔던 거였다.
운동을 시작하고 몇 홀 지나면서 없어졌다 슬그머니 찾아들곤 하더니
샤워까지 마치고 사무실로 말 출발해서 아해와 통화하는 중에 자취를 감췄다.
“생리하나보다”
아해의 말에 웃는 순간에 말이다.
그리고 나서야 화창한 가을날을 만끽할 수 있었다.
오늘 점심은 어제 먹으려고 준비했던 샐러드로 배를 달래며 채웠다.
오후에 비뇨기과에 갔다.
지난 번 조직검사 결과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간호사를 먼저 만나니 소변을 받으라곤 1번방으로 가서 기다리란다.
도착해서 바로 소변을 보았는데 다시 하라고 하니 쥐어짜듯 플라스틱 병을 채우곤
방으로 가서 기다리니 간호사가 들어와 몇 가지 묻더니 배를 Scan 하잔다.
소변이 남아 있는지 확인을 위해서인데 남아 있는데 없다며 나가고
잠시 뒤 의사가 간호사를 대동하여 들어오더니 서류를 한 참 바라본다.
그리고 하는 말 “Cancer"
‘뭐지?’
내가 물었다.
"Am I cancer?"
"Yes"
그리곤 칠판에 6과 10을 쓰고
6은 Very low risk
10은 High risk
10의 경우는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를 해야지만
6은 Monitoring만 하면 된단다.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가 않는다.
‘Are you kidding me'
의사는 계속 말을 하는데
기억나는 것은
Very low risk
MRI
Monitoring
정신을 차리고 물었을 때
매 3개월마다 피검사를 하며 Monitoring이 필요하고
이전에 혹시 모르니 MRI로 다시 확인 하잔다.
“치료는?“
“Don't need now, just monitoring"
“약은?”
“Need not"
아니 몸에 암세포가 있는데 3개월에 한 번씩 모니터링?
얼마나 해야 하냐니까?
계속, 하지만 하다 6개월에 한 번씩으로 늘릴 수도 있고
또 더 좋아지면 안 할 수도 있고
또 뭔 말을 하는 건지 모르지만
잠시 기다리다 다음 번 예약을 하고
Northside Hospital에서 MRI Schedule을 위해전화가 올 거라며 다음에 보잔다.
병원을 나서는데 아해가 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금방
‘아해 한테는 뭐라 말하지?’
눈물이 나려했다.
‘아해에게 미안해서 어쩌지?’
집으로 내려오며 상황을 설명하는데 눈물이 났다.
아해는
“어쩌냐?”하면서도 그 사이 인터넷을 찾아
여러 가지 설명을 하더니 토마토, 딸기, 자몽 등 좋은 과일은 먹어야 하고
지방이 많은 육류 등은 먹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정보를 준다.
집에 도착해 영상통화를 하는데 마냥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어정쩡한 표정이 되었다.
나 혼자 고민하며 저녁 보낼 것이 걱정되는지 잘 시간이 지났음에도 통화를 끊지 못한다.
그러다 약간의 억지를 부리며 자라하곤 혼자가 되었다.
급하게 저녁을 준비해 먹고는 새로 산 전화기를 Activated하곤
멍하니 앉아 있는데 불쑥 <암>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내가 오늘 오전까지처럼 나를 지키며 자연스럽게 잘 살 수 있을까?
아해에게 너무 미안한데 어쩌지?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아해가 주지시켰던 말
"Very low risk"만 생각하자.
Stroke도 이겨내고 살았던 내가 아닌가?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이제부터 더 조심스러운 삶을 살면 되지 뭐~
그래 나를 잘 지키며 더욱 열심히 운동하고 더욱 즐겁게 살자.
그렇게 나를 다독이면서 저녁을 보냈다.
참 내원~
내 몸에 반갑지 않은 친구와 함께 살아야 한다니······
암튼 오늘 기분은 구리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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