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824일째, 2017년 9월 21일(목)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7. 9. 22. 09:43

천일여행 824일째, 2017921() 애틀랜타/맑음

 

오늘도 혼자 18홀을 걸었다.

몸을 더 건강하게 만들자고 작정하곤 걷는 것이기에

너무 빠르지 않지만 내리막이나 오르막을 같은 템포로 걸으려는 노력을 하였다.

3시간 30,

혼자 18홀을 걸으며 운동하기에 가장 적당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쳤더니 허벅지가 뻐근하였지만 기분은 좋았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다 똘똘이 샴푸를 할 때

에이고 이 녀석아 재미있게 살려고 하는 데 왜 말썽이니?’하는 생각이 들었다.

3·40대 많이 사용하지 않다 50대 중반에 좀 써먹나 했더니 말썽부린 녀석을 바라보며

너 심통 부리는 거니, 아님 힘들다고 하소연 하는 거니?’

다른 사람들 사용하는 만큼 나도 하려면 아직 먼 거 아냐?

그런데 심통 부리면 안 되지, 안 그래?‘

녀석은 대답 없이 그냥 샤워만 즐긴다.

새벽엔 한 동안 난리를 치더니 지금은 조용 하네

 

자기를 생각하면 참 딱하다. 그동안 삶이 얼마나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으면

그런 게 생기니?“

샤워를 마치고 사무실로 내려올 때 아해가 내게 했던 말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은 웃는데 눈물은 왜 핑 도는지······

어제도 저녁 먹고 사용하던 전화기 Trade in하러 Verizon에 가면서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문에 비치는 나를 보며 딱한 미소가 지어지는데

얼굴은 미소 짓고 있으면서 왜 눈물이 핑 돌던지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고 살았나?’

하면서 한국에서 정신없이 살던 30,

미국 와서 어렵게 살던 40대가 VCR10배 속도처럼 휘리릭 스쳐간다.

그래, 그랬구나. 나를 너무 험하게, 힘들게 만들었구나

 

샐러드를 Togo해서 사무실에 도착하니 Jonas가 자리에 있다.

도착하기 전 내 몸 상태를 Jonas에게 자세히 이야기 하지 않는 걸로 아해의 조언이 있었는데

"What's up?"하며 인사를 한다.

"Not much, how about you?"

무릎이 아파 230분에 의사에게 가기로 예약이 되어있단다.

얼마 전부터 무릎이 아프다며 의사에게 간다고 하더니 이제야 가나보다 생각했는데

잠시 뒤 일어나 걷는데 다리를 심하게 전다.

체중을 줄이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하면서 고생하는 것을 보면 참 안됐다.

시간이 되자 거의 엉금엉금 상태로 사무실을 나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퇴근, H-Mart에 들렸다.

빨간 무인 비트를 사러 갔다가 딸기와 자몽, 두부 등을 샀다.

집으로 와서 아해와 통화를 마치곤 마른 옷가지 정리 후

비트를 까서 잘라 컨테이너에 담는데 온통 빨간색 물이 여기 저기 번져 한 참을 닦고

두부로 조림을 하고 콩나물국 데워 저녁을 먹었다.

후식은 자몽, 반개만 먹으려다 한 개 모두 먹었다.

 

잠시 쉬다가 Kroger에 가서 호박씨와 요거트를 사서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니 8시가 넘어 하루를 마무리할 준비를 하였다.

오늘도 아해의 다양한 정보와 당부, 약간의 투정 섞인 압력에

나는 그냥 졸졸졸~

그러다 문득 생각나면 한 숨이 나오기도 하였지만 횟수는 어제보다 많이 줄었다.

그렇게 반갑지 않은 친구를 품고 또 하루를 보낸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