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828일째, 2017년 9월 25일(월) 애틀랜타/맑음
명절 준비를 하시는 어머님과 통화를 했다.
힘들지 않냐?는 걱정에 셋째가 시장을 함께 가 줘서 수월하다는 대답을 하신다.
내가 생각하기엔 이제부터 할 일이 많은데 그리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며
아들들 많은데 겨우 시장에 함께 한 것을 전부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님께 죄송했다.
나도 한 때는 어머님과 함께 명절 준비를 했었기 때문에 과정이 눈에 선하고
아버지 계실 땐 주거니 받거니 도란도란, 때로는 다투며 하시던 것을
지금은 가지 수나 양이 줄긴 했지만 혼자 하시기에 벅찰 텐데······
얼마 전 이제 그만 하시라고 말씀 드렸더니
“그런 말 자꾸 하는 거 아니란다”하시며
“1년에 겨우 몇 번 어른들 모시는 건데 나 힘들다고 그만두면 되겠니?“라는 볼멘소리도 하셨다.
오늘 통화하면서 “절대 무리하지 말라”는 당부에
“그래 나도 힘들어 무리하지 않을란다”고 답하시지만
하다보면 조금 더, 이것도 저것도 하면서 일이 더해지는 것을 알기에
그 뒤에 따라오는 후유증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어 걱정이다.
원래 명절이나 제사상이 혼을 부른다기보다는 가족들 모여 함께 식사하자는 것임에도
모인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것은 모두 잊고 뿌듯한 것을
내가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그렇게 모였던 가족이 썰물처럼 떠나고 휑하니 혼자 있을 때
밀려오는 허전함과 공허감, 그리고 고단함이 병이라는 것으로 대체되는 것 또한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즘은 가족들 떠날 때 한 봉지씩 바리바리 싸서 주기 때문에 남는 것은 거의 없나 보다.
예전엔 귀찮다며 그냥 가기에 집에 남은 식구들이 남은 음식 처리하는 것도 일이었는데 말이다.
참 안쓰럽기만 하다.
혼자 있는 건 싫어하면서 다른 사람이 골프하자는 것을 거절하는 건 무슨 심보인지.
어제 ROTC 전세진 선배가 처음으로 골프 하자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냥 인사성으로 제안하는 줄 알고 ‘그러시죠’라도 답을 했더니
바로 내일 만나서 하자기에 별로 내키지 않아
‘주중엔 곤란한데요’
‘10월 1일이 일요일인데’라며 의중을 묻는다.
오늘 아침까지 고민을 했다.
오랜만에 만나면 여러 가지 물을 거고 나는 대답을 회피하거나 엉뚱한 말을 해야 한다.
그게 싫어 선약이 있다는 회신으로 완곡한 거절의 메시지를 보냈다.
많이 미안하고 조금은 착잡하면서 ‘이렇게 자꾸 숨으려 하지?’하는 생각을 했다.
오전에 Dr. 석원희 예약이 있었다.
지난 번 비뇨기과의 결과에 대해 조금 더 깊이,
그리고 주의할 사항이나 피해야 할 약이나 음식을 알기 위함이었고
비뇨기과의 모든 자료가 도착했다하여 오늘로 예약하여 가게 되었다.
한 참을 기다려 만난 Dr. Seok 하는 말
“조직검사를 한다는 내용은 왔는데 결과는 안 보이네요?”
“모든 자료가 다 도착했다던데요?”
“아니요. 아직 이네요”
“암튼 PSA 수치가 얼마죠?”
“0.61, 정상이요”
“나는 조직검사 결과 아는데요?”
“뭐래요?”
“Cancer요”
“아직 젊고 이렇게 건강한 분이요, 설마?”
“정말 이랍니다. 그런데 PSA가 정상인데 어떻게 조직검사에 그렇죠?”
“그러는 경우 많아요. PSA가 이상한데 조직검사 정상
혹은 사장님처럼 PSA가 정상인데 조직검사 이상“
“그래요?”
“많은 사람들이 PSA 이상 없으면 조직검사 하지 않는데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둘 다 하라고 합니다“
“그럼 난 어떻게 하면 되죠?”
“지지든 잘라내든 없애야지요”
“비뇨기과 의사는 Monitoring만 하자던데요?”
“치료하는 Trend가 그렇게 바뀌었나?”
“기분이 나빠요”
“당연히 나쁘죠. 기분 나쁘면 잘라내면 됩니다”
“그런데 왜 Monitoring만 하자고 하죠?”
“아마도 수술 부작용 때문에 그럴 겁니다”
“부작용이라 함은?”
“성생활 같은 거요. 그래서 나이든 사람들은 기분 나쁘면 잘라내라고 합니다.
다른 의사한데 2nd Opinion받아 보실래요?“
“하지만 11월에 MRI 일정 잡았는데”
“아! 그럼 MRI 결과 보고 원하시면 Emory나 Pidement에 2nd Refer하지요”
“네 그렇게 하지요”
“우리 환자 한 분은 뼈에 전이 되었는데도 10년 넘게 생활하고 있어요”
“통증이 없나요?”
“네, 하지만 진통제 먹어가며······”
“하지만 송 선생님은 걱정 많이 안 해도 됩니다.
지난 번 Stroke도 잘 이겨냈고 피검사에서도 나 보다 더 좋기 때문에 문제없을 겁니다“
“그래요? 그래도 기분이 나쁘잖아요”
“기분 나쁜 건 당연한데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게 좋아요”
그리곤 먹는 약이나 음식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어떤 음식은 피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를 물었지만 그냥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면 된다는 말로 마무리한다.
결국 두통약 처방전 받고 사무실로 돌아와 샐러드로 점심을 먹었다.
오후 일을 마치고 조금 이르게 퇴근 집에 도착해 아해와 영상통화를 마치고
9층에 내려가 1시간정도 걸으며 운동을 마치고 올라왔다.
어제 Dr. Fang이 줘서 고추장으로 무쳤던 무침은 모두 버렸다.
어제 잠을 자면서 그리고 오늘 오전까지도 속이 별로 좋지 않은 게
그 때문으로 의심되었기 때문에 아해의 조언을 듣고 가차 없이 쓰레기통에 넣었다.
오이를 세 개나 무치고 알찌개와 김치찌개를 데워 저녁을 먹었다.
아보카도로 후식을 즐기고 설거지를 마친 후 내일 안칠 잡곡과 콩 등을 물에 담갔다.
내일 입을 옷을 차에다 두는 것까지 마치곤 책을 읽으며 저녁을 보냈다.
지난 금요일이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는 추분이라고 하더니
낮에 급격히 온도가 올라가도 저녁이 되어 해가 넘어가면 금방 쌀쌀해지고
스치는 바람에 살갗에 닿으면 조금은 아리다 싶을 정도로 차갑게 느껴진다.
계절에 그렇게 또 바뀌고 있다는 자연의 현상을 느끼는 오늘도 참 열심히 살았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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