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826일째, 2017년 9월 23일(토)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7. 9. 24. 09:34

천일여행 826일째, 2017923() 애틀랜타/맑음

 

달갑지 않은 녀석이 몸에 생겨나 동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하루, 이틀은 멍한 상태에서 'Why me?'라고 보내고

이후부터는 혼자 조용히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스멀스멀 튀어나오려 한다.

 

즐겨먹지 않거나, 자주 대하지 않던 음식과 과일들

이제는 영영 이별이라는 듯이 맛을 지워버리는 지방질 많은 육류들

먹어도 과하지 않거나 가능한 줄여야 하는 것들

결국 또 한 번의 생활패턴을 변화를 줘야하는 변곡점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대립 혹은 싸움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Depress 되면서 예전에 한 참을 고생했던 우울증이 다시 생겨나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

그래서 잘 이겨 내 보자고 음악이나 TV를 크게 틀어 고요함을 깨뜨려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 노력을 부가적으로 하며 억누른다.

 

밤사이에도 잠에서 깬 순간들이 며칠 전까지만 해도 화장실 다녀와

그냥 잠을 청하면 되었던 것이 생각지도 못했던 이상한 곳으로 생각이 끌려가려고도 한다.

영어를 배워야겠다며 듣던 뉴스를 틀고 아해가 즐겨듣는 쇼팽의 Nocturnes을 들으며

가능한 소리에 빨려 들어가려는 듯 집중해 보아도

갈 곳을 잃은 고장 난 마차바퀴가 도랑으로 향하는 것처럼

생각이 이상한 곳으로 향하는 것에 구명줄을 잡는 심정으로 즐겁고 사랑스런 추억을 떠올려

흐르는 음악과 결합시키려는 노력으로 나를 다잡곤 한다.

 

곁에 누워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나에게 아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뜻하지 않게 하나의 큰 짐에 되어 미안한 생각이 들긴 하지만

짐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서 내가 잘 이겨 낼 테니 예쁘게 봐 줘라하는

상당한 이기적이지만 간절한 생각에서 출발 서둘러 고마워하는 스스로의 답으로 마무리한다.

혹여나 나 힘들어하는 대답이 나올 겨를을 주지 않기 위해서 입을 막아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토요일 아침이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밖을 바라보는 데

붓으로 스치듯 그려진 것 같은 구름이 하늘에 몇 점 있다.

바람 한 점 없어 움직이지 않는 구름이 어제도 그 자리에 있었을 것 같고

내일도, 아니 영원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 같고

나 역시 지금의 상태로 멈춰 변하지 않을 착각에 빠지는 아침의 풍경이다.

그건 내 착각이겠지?

아니 그럴 수 없는 것을 멈췄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 간절함의 표현이 아닐까?

그리도 무덤덤한 것 같지만 소용돌이치려는 마음에 구명줄 잡듯이

생각의 더듬이는 아해의 웃는 얼굴, 마냥 이쁘다는 말만 해 주는 아해의 목소리를 찾는다.

이제 막 떠올라 나뭇잎에 비춰 반짝이는 햇살 조명에 드레스 입고 포즈를 취한 아해를 그린다.

이내 음악소리에 맞춰 마음이 춤추고 어깨가 들썩이며 즐거운 마음으로 하늘을 난다.

 

토요일 아침인데 Jonas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급한 일 아니면 하지 말라고 수차례 부탁하고 당부 했거늘 생각 없이 그냥 보낸 것 같다.

내용인 즉 Dent Insurance를 내지 않아서 우리 PolicyCancel 된다는

Jonas 친구인 Insurance Agent가 보낸 것을 나에게 Forwarding했다.

혹여나 내가 실수를 해서 문제가 생겼나하고 Bank Account에 들어가 확인 했더니

이번 달 것은 지난 825일에 Bank에서 check을 보냈고 829Clear 되었다.

Insurance Webpage에 들어가 확인하고자 했지만 Link가 되질 않아 포기,

결론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이같은 내용을 Jonas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원하면 네가 직접 확인하라며

IDPassword를 이메일로 보냈다.

스트레스를 줄이며 나를 온순하게 만들고 싶은 데 이런 일이 있으면 감정기복이 일어난다.

분명 어딘가에 좋지 않은 것으로 쌓이는 것을 알지만 조절이 쉽지 않다.

어제의 경우도 공장식구들 주급 정리하면서 자료를 검토해 입력한 것에

기분 나쁘다는 듯이 그게 아니라는 메모를 붙였기에 확인 했더니 문제가 없었다.

지금까지 늘 그랬듯이 자료를 넘겨주고 그가 검토하면서 여러 가지 지적을 하지만

내가 실수 하는 경우는 열에 하나도 되지 않지만 그러려니 하면서

대부분은 그냥 넘어가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경우는 자료를 보면서 고쳐주었다.

이 모든 것이 마지막 해결자로 스트레스를 떠안는 삶이 된 것이 사실이다.

잠시 생각을 하다 순서를 바꿔보는 것을 생각해 보기로 하였다.

그가 먼저 검토하고 마지막으로 내가 마무리하면

Jonas가 자료의 부족함을 미리 깨닫기도 하고 하는 일도 많아지겠지만

내가 받는 스트레스는 훨씬 줄어들고 서로의 대립각도 줄어 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는 것이 앞으로도 내가 없을 때 문제 줄이는 것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지난 10년을 넘게 해 오던 순서를 바꾸자고 하면 오해를 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잘 검토해서 월요일에 정리해야겠다.

 

오늘 골프는 Northwood CC에서 박일청 사장부부와 함께하였다.

뜻하지 않게 박 선배 장모를 모시고 나와 자리를 지켰고

몇 사람이 함께 하는 그룹이 있다 보니 다른 팀에서 한 분이 남아 우리 팀에 합류하였다.

그러니까 카트는 세 대, 골프하는 사람은 넷이 되었는데

사전에 했던 이야기가 달라 마음이 편치는 않았지만 내색할 수가 없었다.

거기다 14번 홀에서 ROTC 모임의 이사장이 Join하는 이해할 수 없는 진풍경이 되었지만

본인도 사정을 모르고 왔다가 본인을 포함해 5사람이 되니 눈치가 보였는지

한 홀도 마치지 못하고 그냥 떠났는데 결국 박일청 사장이 개념과 매너 없는 행동이지만

함께하는 다른 사람들이 예정에 없이 많은 사람을 데리고 와서 그랬다는 이야기로

사정을 설명하기에 그러려니 하며 또 한 번의 실망감을 마음에 기록했다.

애틀랜타에서 그나마 만나는 선배인데 점점 신뢰감이 줄어가고 있는 거다.

골프를 마치면 그냥 집으로 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저녁도 함께 즐기라는 아해의 메시지에

마음을 돌려 후배가 하는 식당으로 가서 굴튀김을 애피타이저로 메인은 대구지리를 먹었다.

 

집에 도착해 Tea를 만들고 멜론과 함께 먹고 저녁을 쉬며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어제보다 조금 더 무뎌진 건가 아님 정면 돌파의 의지로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중인가?

암튼 오늘은 어제보다 덜 고민하며 오후를 보내고 하루를 정리한다.

아해, 고마워요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