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861일째, 2017년 10월 28일(토) 애틀랜타/흐림, 오후/비

송삿갓 2017. 10. 29. 10:00

천일여행 861일째, 20171028() 애틀랜타/흐림, 오후/

어제 밤도 새벽에 잠을 설쳤다.

오늘도 이유는 모르겠다.

늦게 일어나도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한 참을 책을 읽다

아해에게 전화를 걸고 한 소리 듣곤 다시 잠을 청했지만 그리 오래 자진 못했다.

아침에 나갈 준비를 하는 데 몸이 무거웠다.

잠을 설친 때문이지만 비가 오려는 듯 날씨가 흐린 것도 한 몫 한 것 같다.

토스트 한 빵에 두텁게 치즈를 얹어 커피와 함께 아침을 먹곤 집을 출발했다.

이미 어느 정도 비가 내려는지 땅이 젖어 있었지만 더는 내리지 않고

동쪽 하늘에 해가 돋는지 붉게 물들었다.

 

오늘은 걸을 까 했지만 날씨가 걱정되었고 몸이 무거워 그냥 카트를 탔다.

안 사장과 오랜 만에 온 Van Due가 함께, 그러니까 셋이 플레이를 하였다.

흐린 날씨에 가끔 흩뿌리는 빗방울,

그래서 수시로 체온이 떨어지면서 스윙 궤도의 편차가 심했다.

때문에 Stables의 전반 9은 좋지를 않았다.

Meadows의 후반 9은 그런대로 선방을 하면서 18홀 합계는 그냥 그렇다.’할 정도로 마쳤다.

거의 끝날 무렵 안 사장이 묻는다.

마치고 Grill에서 Van하고 맥주 한 잔 하려는 데 Join하지 않을래?”

거기에 가면 술을 안 먹는다 치더라도 안주를 먹어야 한다는 것과

아해와 통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야 가도 술 먹지 않을 텐데 그냥 갈게.”하며 거절하였다.

웬만하면 오랜만이니 Join을 생각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아 그냘 말았다.

 

강박관념

나는 뭔가 원칙을 정하면 그걸 벗어나는 것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이 있다.

이를 강박관념이라 할 수 있지만 내 성격이 그런 걸 어떻게 하랴?

그리고 둘이 앉아 이야기를 하는 것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그런대로 잘 즐기는 편이지만

셋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함께하면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하는 중에 끼어드는 게 싫어

잘 어울리지 못하는 데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다.

그거 또한 다른 형태의 강박관념 같은 것으로 가끔은

이러다 점점 외톨이가 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하지만

어린 시절로부터 돌이켜 보면 많은 경우에 그렇게 살아 왔음을 알고는 점점아니라는 결론이다.

 

Van은 내일 아침 운동할 때 다시 만날 수 있으니 참자라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왔다.

아침처럼 빵을 만들어 먹으며 아해와 잠시 통화를 하곤 의자에 앉아 잠시 깊은 잠을 잤다.

 

오늘은 처음 먹어보는 아주 특별한 저녁을 먹었다.

정어리,

아해의 조언으로 어제 Costco에 김치찌개를 위한 Tuna를 사러 갔다가 정어리를 사왔다.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집에 있는 배추로 쌈을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제 바지락을 끓여 만든 국물로 미역국을 끓이고

쌈장을 만들고 배추를 씻어 정어리와 함께 저녁 식단을 꾸렸다.

잘 익혀 Olive Oil에 담가 그런지 꽁치와는 다르게 전혀 비리지 않고 기름기도 그런대로...

한 번도 그런 조합을 만든 적이 없었지만 워낙 쌈을 좋아하는 나에겐 적당하였다.

저녁을 잘 먹고 설거지까지 끝내고 차와 자몽으로 후식을 즐기며 저녁을 보냈다.

 

오전에 골프 할 때 거의 내리지 않던 비가

운동을 마치고 샤워 들어 갈 때 흩뿌리기 시작하던 비가

집으로 내려오는 중간 즘엔 거세져 차장을 적셔 닦아내야 했었는데

거의 집에 도착할 무렵에 앞을 가릴 정도가 되더니 오후 내내 줄기차게 내리며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가 일으키는 마찰음이 쉬지를 않는다.

어둑해지고 빗줄기가 잦아지긴 했지만 계속 내리면서

일기예보에서는 내일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진다기에

내일 운동하며 입을 두툼한 옷을 미리 챙겼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 간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