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037일째, 2018년 4월 22일(일) 애틀랜타/오전/흐림, 오후/비
동질성
사람과 사람 사이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을수록 자신과 동질성을 찾게 되고
멀리하고 싶은 사람일수록 자기와 맞지 않는 것을 이야기하게 된다.
Harrison이 Sugarloaf의 멤버가 되어 첫 골프를 나와 하게 된 것이 작년 이맘 때,
처음엔 자주 만나지 못하고 가끔 함께 걷는 골프친구가 되었다.
이 친구 꾸준히 걸어서 골프를 하면서 20파운드 넘게 몸무게가 줄었고
오히려 이제는 걷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린다고 할 정도다.
함께 걷는 횟수가 많아져 가까워지면서 이야기를 해 보니 책을 좋아한단다.
유발 하라리의 호모사피엔스나 호모 데우스를 소개한 것이 이 친구이고
다른 여러 가지 책들에 대해 종종 이야기하며 권하기도 하였다.
어느 시점에 내가 쓴 책을 한 권 주니 사무실에 두고 잘 읽고 있다며
가끔 책의 내용에 대해 묻거나 자기의 소감을 전하기도 하는데
그냥 책이 좋았어요 하는 것이 아니라 참 구체적인 소견이 정말 깊이 읽은 거다.
다른 것은 나처럼 뭔가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스타일이다.
내가 골프하는 모습을 유심히 보다가 “그런 왜 그렇게 하는 거죠?”하는 질문을 한다.
어쩌다 한 번 보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계속 관찰하다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하면 묻는데,
예로 “같은 클럽을 비슷한 스윙을 하는 데 어떤 땐 멀리가고, 어떤 땐 많이 뜨냐?”는 것.
“볼의 위치에 따라 그렇다.“는 대답을 하면 또 유심히 관찰하면서 본인도 연습한다.
칩샷은 물론 드라이버나 페어웨이 우드, 퍼팅까지 다양하게 묻고 탐구하여
처음 만났던 1년 전에 비하면 실력이 눈에 띠게 향상되었고
때로는 나 보다 잘 치는 데 오늘이 그런 날 중의 하루다.
최근 들어 ‘절대 짧은 퍼팅은 하지 않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플레이를 하다보니
3퍼팅이 많아져 점수를 까먹는 경우가 허다한데
박 사장은 퍼터의 그립을 굵은 것으로 바꾸곤 적어도 4~5타는 줄었고
오늘 전반엔 10개 오버를 친 나보다 3~4개는 덜 칠 정도로 실력이 좋아졌다.
오늘 걸으며 이야기에서 은퇴 후의 삶에 대해 설명하는 데
내가 추구하고 있고 원하는 방향대로 그 또한 비슷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에
내가 모자를 좋아한다는 말에 그 또한 그렇다며 나와의 동질성을 추가로 찾아냈다.
오늘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예보에 9홀만 걸으려고 가방을 메고 나왔지만
둘이 빠르게 걷다보니 18홀을 다 걸었다며 즐겁게 돌아가는 그를 보며
좋은 골프친구가 되어가고 있는데 오래 유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비는 17번까지 내리지 않다가 18번 홀 중반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더니
마치고 주차장에서 정리를 할 때쯤부터 빗줄기가 굵어져 차창을 적시며 흘렀다.
오늘 아해는 골프를 잘 쳤다고 한다.
한 참을 배우다 몇 개월을 쉬면서 걱정을 하더니
점점 예전의 스윙패턴을 찾아가는 것으로 짐작된다.
골프라는 게 한 번 잘 배우면 잘 안 되는 날도 있지만 다시 돌아오고
또 내리막을 걷다 회복되지만 그 폭이 작아지고 전체적은 흐름이 상승하는 사람이 있는데
탐구정신이 투철하고 뛰어난 아해가 그런 것으로 생각한다.
골프라는 같은 취미를 가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폭이 좁아져
나이 들어 함께 즐길 수 있는 날을 생각하면 참 기대되고 마음에 따스함이 깃든다.
오후로 접어들며 조금씩 거세어지던 비는 저녁이 되어서는 시원한 소리를 내며 줄기차게 내리며
간혹 바람까지 동반하여 창을 두드리는 빗줄기가 위협적으로 들리기까지 하였다.
이번 비로 바람에 날리던 꽃가루가 많이 떠내려가 알러지가 없어지면 참 좋겠다.
알찌개를 끓여 저녁을 먹고는 편안히 앉아 주말의 끝을 즐겼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 간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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