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038일째, 2018년 4월 23일(월) 애틀랜타/비

송삿갓 2018. 4. 24. 09:45

천일여행 1038일째, 2018423() 애틀랜타/

 

어제 골프를 마칠 무렵 시작된 비는 가끔 잦아지고 멈추기도 하였지만

오늘 아침까지 끈질기다 할 정도로 내려

도로의 어느 곳은 물이 잔뜩 고여 차를 달리자 수상스키처럼 물보라를 일으켰다.

순간 조심운전하라는 아침 뉴스가 생각났다.

 

요즘 아해 꿈을 자주 꾼다.

매일, 하루 중에도 자지 않는 시간엔 수시로 메시지에, 보이스와 영상통화를 하여

꼭 옆에서 함께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는데

꿈속에서도 자주 만난다.

하지만 꿈속의 내용은 내 의지에 따르지 않고 때로는 눈물과 한숨, 한탄으로

안타까움과 한스러움이 쌓이기도 한다.

어제 밤의 꿈이 그랬다.

어찌하다 내 전화기가 고장 나서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아해가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전화번호를 알 수 없어 연결을 할 수가 없었다.

연락처에 대한 모든 정보는 전화기에만 저장되어 있기 때문인데

휴일이고 이른 아침이라 모든 전화기 판매 대리점이 문을 닫아

발을 동동거리며 이리저리 수단을 강구 해봐도 찾을 수 없어 가슴을 졸이며 걱정을 했다.

내가 때 맞춰 전화를 걸지 않으니 아해가 걱정 속에 통화를 시도 했을 것이고

몇 번을 연락해도 연결이 되지 않으니 얼마나 걱정할까?‘

아해가 혼자 집에 있는 주말에 잘 있는 것을 알면서 통화를 시도할 때 연결되지 않으면

순간적으로 별의 별 생각이 다 들고 걱정을 하며 몇 번을 시도해도 계속 무응답이면

타들어가는 듯한 마음을 경험하였기 때문에 꿈속에서의 내 전화기 고장은 그에 상응하였다.

수없이 몸부림을 치다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마저 꿈일 거야.’하면서 깨었을 때의 안도······

마음의 평정을 찾고 전화번호를 다른 곳에도 저장해야지하는 다짐을 하곤

다시 잠에 들었다 아해의 모닝콜에 잠에서 깼을 때 꿈의 여운 때문에

더욱 반가운 마음으로 , 일어날게, 고마워. 사랑해라는 답을 보냈다.

출근 중에 어머님과 통화를 하는데 미팅을 한다던 아해가 보이스 콜이 왔지만 받지를 못했다.

새벽녘 꿈이 생각나 얼른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어머님과 통화를 마치고 Return call,

그리고 첫 마디 미안해. 어머님이랑 통화하느라 그랬어.‘

그런데 뭐가 미안해?”

바로 연결이 안 돼서 미안해

 

사무실에 도착해 일을 시작하곤 화장실에 갔다.

앉아서 볼 일을 보고 있는데 Crew 화장실에서 물새는 소리가 들린다.

뭐가 새는지 이미 안다.

Christian에게 남자 소변기를 고치도록 몇 번 이야기했는데 하지 않아서

주말 내내 저렇게 물이 흘러내리고 있는 거다.

생각 난 김에 지난 주 Christian에게 이야기 했던 것들을 점검했지만 제대로 마친 것이 없다.

이를 어쩐다? 이 친구를 어떻게 훈련을 시켜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Jonas가 출근하여 잠시 시간을 내자며 이야기를 했더니

Christian에 대한 비슷한 문제를 그도 안고 있으며 많은 고민을 하면서

그 나름 다방면의 시도를 했음을 실토한다.

지금까지 했었던 이야기는 Christian이 회사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였는데

나름 많은 고충이 있었던 것을 나에게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본인의 방식으로 시도를 했었다.

때론 사무실에단 밖에서 일을 한다며 나가선 엉뚱한 일을 하거나

원래 걸려야 하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곤 하는데

개인 적인 일을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처음 하였다.

이건 아니다.

이렇게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기 시작하면 점점 나쁜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다잡아 서로 믿는 형태로 가도 부족함이 많은데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방향을 설정하고 잡아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월요일을 시작한다.

 

소나기 쏟아지듯 Jonas와 직원들을 흔들어 놓고는 은행에 가서 필요한 일 하고

점심약속을 위해서 둘루스로 올라갔다.

부동산업을 하는 몇 명들과 일 때문에 만났는데 예전의 실패했던 경험이 있어

우리여력으론 감당하기 어렵다는 정중한 거절에 점심 값을 내는 것으로 미팅 종료

사무실로 내려와 오후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퇴근길에 아해와 통화를 하는 데 어제 밤의 꿈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해의 목소리가 더욱 감미로우면서 보고픔이 더해졌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픈 그래서 볼을 양손으로 살짝 쥐며 체온을 느끼고 싶은 그런 마음

복받치는 감정에 뜨거움이 눈을 통해 당장이라도 쏟아 낼 것 같은 그런 마음이었다.

그러면 울보라고 또 놀릴 것 같아,

안쓰러움에 아해가 가슴아파할 것 같아 억지로 참아야 했던 퇴근길이었다.

콘도에 도착하기도 전에

평상시 잠자야 하는 시간이 5분이나 남았을 시간에

다른 날 같으면 조금이라도 더 통화하고 싶어 뭔가 화제를 만들어 말을 이어가려는 때에

잘 자고 오전 잘 보내라.”는 인사를 서둘러 마치며 통화를 끝냈다.

그러곤 집에 들어와 이르게 마친 통화에 대한 후회와

잦아 들 줄 모르는 보고픔의 여운을 주섬주섬 마음속에 담느라 한참을 고생했다.

저녁을 먹고 쉬면서까지 한참을 말이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 간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