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072일째, 2018년 5월 27(일) 애틀랜타/맑음
아해는 날더러 ‘꾸러기’라고 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누구에게도 들어보지 못하던 소리며 별명이지만 아해는 그렇게 부른다.
내가 꾸러기 짓을 안 하는 데 그렇게 부를 리는 없다.
틀림없이 꾸러기 같은 행동을 한 적이 있고 아해가 그렇게 부르니 더 꾸러기가 되곤 한다.
예전에 찍힌 내 사진에서 이빨이 보이는 경우는 거의가 없었다.
하지만 아해는 거의 모든 사진에 이빨이 보이도록 웃고 언젠가 날더러 그렇게 웃으라 하였기에
잊지 않는 한 이빨이 보이도록 웃으려 하는 노력을 한다.
때론 너무 작위적으로 웃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사진이 좋다.
억지웃음이라도 잊지 않고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에 칭찬을 하고픈 마음이다.
그러곤 ‘그래 난 점점 더 꾸러기가 되고 있어. 잘 하고 있는 거야.’하는 자부심을 갖는다.
그럴수록 내 스스로 점점 더 철부지가 되는 것 같아 겸연쩍어지기도 하지만
내 생에도 그래 볼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다행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도 “에구 저 꾸러기~”하는 말을 아해로부터 들었다.
기분이 좋아서 양팔을 굽혀 위로 치켜들며 하늘을 찌르듯 “아 싸!”
오늘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지난 금요일 일기예보에 “토~일요일에 2-4inch rain"이라며 홍수예보까지 있었지만
오늘오전은 어제보다 더 맑아 내일도 비가 올 것 같이 않은 생각 -방정맞은 생각인가?-
4일 연속 18홀을 걸으니 오늘은 조금 지친다는 생각에 박 사장과 공통으로
“내일은 비가 와도 좋고, 안 와도 좋고.”
뭐 이런 생각이 있어?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만큼 힘들어 비가 오면 그 핑계로 쉬고
비가 없으면 못 이기는 척 하고 하루 또 걸을 생각이기 때문이다.
“내일도 칠거야?”
“Yes, weather allowed"
오늘 아침에 골프를 하러 나올 때 박 사장과 그의 Wife가 했던 대화였는데
박 사장의 "Yes"라는 대답에 제 정신이 아니라는 듯 검지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단다.
‘아! 부부가 사는 사람의 일반적인 게 저런 거지’하는 생각을 하며
현재 혼자 살고 있는 나에겐 그래 줄 사람이 없다는 것에 잠시 외로움 같은 혼란함.
하지만 이내 내가 했던 말이 “비가와도 좋로 안 와도 좋다.”
그리곤 외로움 같은 건 마른 땅에 물 말라가듯 사라졌다.
나에겐 아해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중간에 약간 힘들어 하자 "You need some rest"하며 Eric이 걱정했지만
이후엔 보란 듯이 훌륭하게 잘 Recovery했다.
‘언제든 Kenny는 이럴 수 있다.‘라는 듯이 말이다.
집에 퇴근해 아해와 영상통화를 할 때 들었던 말이 “에구 저 꾸러기~”였다.
기분이 더욱 좋아져 시간을 보내다 잠시 TJ Maxx에 다녀왔다.
건과류를 담을 컨테이너를 사러 갔었는데 집에 와서 보니 하나가 깨져있었다.
에궁~ 좋았던 기분에 살짝 스크래치가 났지만 그래도 여전히 룰루랄라~
그거야 뭐 내일이라도 바꾸면 돼지 뭐~
닭곰탕과 삼치구이를 데우고 무생채와 멸치볶음, 아스파라거스로 상을 차렸다.
후식은 Grape Fruit과 카마모일, 설거지까지 마치곤 저녁을 쉬었다.
늦은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고 하였지만 맑은 하늘 상태로 날이 저물었다.
결국 내일 아침에 비가 오지 않으려나?
오늘 하루도 참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천일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일여행 1074일째, 2018년 5월 29(화) 애틀랜타/비와 햇살 (0) | 2018.05.30 |
---|---|
천일여행 1073일째, 2018년 5월 28(월) 애틀랜타/대체로 흐림, 오후/맑음/수시로 소나기 (0) | 2018.05.29 |
천일여행 1071일째, 2018년 5월 26(토) 애틀랜타/맑음 (0) | 2018.05.27 |
천일여행 1070일째, 2018년 5월 25일(금) 애틀랜타/대체로 맑음 (0) | 2018.05.26 |
천일여행 1069일째, 2018년 5월 24일(목) 애틀랜타/대체로 맑음 (0) | 2018.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