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276일째, 2018년 12월 17일(월)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8. 12. 18. 10:33

천일여행 1276일째, 20181217() 애틀랜타/맑음

 

애비도 심심하지?”

어머님과 아침에 통화를 할 때 하셨던 말씀인데 듣는 순간 심쿵!’했다.

심쿵!’은 연인들 사이에 어떤 말이나 행동을 보고 심장이 쿨렁하며 마음이 심히 떨리게 하는

SNS가 일반화 된 21세기에 만들어진 짧고 간결한 단어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다.

물론 부부간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연애시절처럼 자주 혹은 심하게

생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열렬이 사랑하는 2·30대의 청춘들에게 많이 쓰이는 것 같다.

그러니까 어머님이 말씀하실 때의 심쿵은 예전엔 가슴이 벌렁거린다.’로 표현했을 게지만

오늘의 심쿵은 벌렁거리는 것으론 표현이 다 돼질 않는 심장의 떨림이라 심쿵이라 했다.

 

연말연시가 눈앞이라 모두가 인사와 선물을 주고받는 북적거림에 들떠 있을 때

옆에 누군가 있어도 허전함을 느끼기 시작한 나이가 언제부터였지?

아니 어린 시절부터 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 횟수가 강도가 많아지고 심해지고

그러다 혼자가 되었을 때의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가족들과 큰 웃음을 주고받으며 활기찬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부러움?

아님 외로움을 크게 느낄 때 아침·저녁을 함께 할 수 있는 짝이 있다는 안도가 없다는 거?

다른 사람들의 행복과 즐거움을 남의 일로 생각하며 자주 느끼는 공허함?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

암튼 혼자가 되기 전엔 느끼지 못하는 허전함 비슷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머님이 느끼는 그런 마음이 아들도 그럴 것이라는 많은 이해 속에 하신 말씀이

애비도 심심하지?”라는 것으로 당신의 마음표현과 아들에 대한 위로의 말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어 어머님에 대한 안쓰러움이 첫 번째 다가온 심쿵!’이었다.

그리곤 함께 할 수 있다고 굳건히 믿고 있는 아해에 대한 그리움이 두 번째 심쿵!’.

“Thanksgiving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때 혼자 있으면 징징대잖아~”라고 했던 아해의 말,

하지만 올 해는 한 때는 함께 있었고 이번은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징징댈 수도 없는 마음을 머금고 달래야하는 것에 마음이 더욱 아렸다.

세 번째 심쿵!‘은 당연히 대략난감의 아해.

내가 아해가 아니니 모두를 알 수는 없지만 많이 복잡할 것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아해게 나에게 미안해!”라고 했던 말,

무섭다.”고 하며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실은 나 역시도 미안한 게 많다.

 

네 번째 심쿵!’은 우리 때문이다.

난 아해로 인해 인생의 2막을 화려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혼자가 되어 실의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내 존재자체도 느끼지 못할 때 아해를 만났다.

우선 입는 옷이 달라졌고 얼굴의 표정이 달라졌고 걸음걸이가 달라졌다.

그리곤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달라지면서 나에겐 내일이 없으니 오늘 최선을 다해 살고

충분히 즐기고 행복을 누리자는 것으로 매일을 산다.

내일의 희망은 아해을 보호하며 손잡고 횡단보도를 걷는 일이다.

그 말고 다른 것은 모두 부주적인 것 일뿐이다.

그런 우리가 있음에 심심하지?”라는 어머님께 미안함의 심쿵1’이었다.

오늘은 유난히 맑은 햇살의 날 이다.

비가 내리고 날씨가 흐렸던 지난 며칠은 오늘의 화창을 위한 것이란 생각에

내 인생의 Sweet spot인 오늘 인생의 2막을 설렘과 흥분을 느끼며 한껏 사랑을 즐긴다.

 

오늘은 개인적인 일로 바쁘게 보낸 날이다.

아침에 사무실에서 일처리를 하곤 외출,

일단 은행에 들려 Deposit을 하곤 여권사진을 찍기 위해 Costco로 갔지만

더 이상 Photo Service를 하지 않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안경점에 가선 Sun Glass를 수리하고 옷수선 집에 가선 바지를 찾고 JC 여행사로 갔다.

내일을 도와주던 매니저는 내일까지 나오지 않는다기에 다른 분에게 부탁,

2월에 카메룬에 갈 비행기를 예약하러 갔는데 이리저리 한 참을 헤매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니

담당직원이 더 오래 걸릴 것 같다며 식사를 하고 오란다.

배가 고프다고 했더니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조언에 여행사를 나서

자동차세차장에 차를 Drop하고 근처의 패스트푸드점에 가선 샐러드로 혼밥,

세차장으로 돌아왔더니 어느새 말끔히 닦아 반짝반짝,

이어 사진관에 가서 사진을 찍고는 다시 여행사로 갔더니 예약내용을 잘 프린트하여 대기 중,

Stables로 가서 UPS로 비자신청서를 보내려 했더니 System Down이라며 안된단다.

발길을 돌려 UPS로 가선 한 참을 걸려 비자신청서를 보내는 것으로 개인 일 완료,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 어느덧 2시를 훌쩍 넘겨 사무실로 돌아왔다.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눈이 아리도록 부신 태양 때문인지 공기가 따뜻해서 춥지가 않은 날씨,

사무실로 들어와 잠시 할 일을 점검하곤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Costco에 들려 우유와 과일 등 아침에 사지 못한 것들 득템,

저녁 메뉴는 연어머리 굽고 미역국 데워 오이무침에 아스파라거스였다.

식사 후 설거지, 빵 썰기 등을 마치니 8시가 넘어 하루를 마무리 할 시간이 되었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낸 것에 감사......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