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307일째, 2019년 1월 17일(목) 애틀랜타/아침/대체로 흐림. 오후/비
오늘 어머님과 통화를 하는 데
급기야 어머님의 흐느낌을 들어야 했다.
지난 번 동생부부와 있었던 일이 이제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어제 혹은 그제 동생이 저녁에 찾아와 저녁을 먹었다기에 정말 끝난 줄 알았더니 아직도...
어머님의 노여움이 꾀나 깊었는지 아님 상심이 크셨는지 모르지만 상당히 길게 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 날이다.
원래 나이가 들면 서운함이나 노여움이 길게 가기 마련이지만
이번은 강화로 이사가 좋은 것만 있을 줄 알았던 환상 같은 게 깨졌기 때문에
용인에 사셨을 때 좋았던 것들과 비교하면 더욱 커 보이기에
“여기는 공기가 참 좋다.”는 것 같은 강화에서 좋은 것은 다 묻혀버리고
동생네 부부와 생긴 서운함만 가득하니 “괜히 여기로 왔다보다.”로 결론지어지고
‘엎지러진 물 주어 담을 수도 없다.‘로 이어지니 상심의 차이가 클 밖에.....
“어머님 자꾸 그렇게 생각하면 내 마음에 상처만 깊어져요.”라는 말로 위로를 하면
상처가 났을 때 빨간약을 바르면 괜찮은 것 같지만 그건 잠시 뿐이고
통증이 여전히 남는 것처럼 어머님의 곱씹는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 것과 같음을 안다.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억지로라도 크게 웃는 것으로 위로할라 치지만
닫혀 진 어머님의 마음은 치유가 되지 않으니 결국 시간이 약일 밖에....
그 시간이 지날 때까지 느껴야 하는 아픔에 대해 마음이 아리다.
그리고 드는 생각
‘나는 왜 장남으로 태어났을까?’
‘아버지는 이런 어머님을 두고 왜 훌쩍 떠나셨을까?’하는 야속한 마음이
또 내 스스로 부질없는 상처를 만들고야 만다.
어머님께 그러지 말라고 위로했던 걸 내 자신에게 필요한 위로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난 아직 젊으니까,
아직은 날 잘 달랠 수 있으니까로 나를 다독이지만 어머님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럼에도 누군갈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 다짐이 흔들리지 않는 걸 다행으로 알고 말이다.
어머님이 나와 통화를 하면서 잠시라도 아픈 마음을 잊었으리란 믿음 또한 날 위로한다.
그래 내가 장남이고 어머님과 동생들에겐 아버지 대신이니까.......
오늘 운동은 혼자 걸었는데 전반 9홀에서는 약간 흐리다, 해가 나기를 반복하더니
후반 들어선 흐리기만 하다 12번 홀에서 약간 빗방울이 옷에 떨어지더니 다음 홀에선 주룩주룩,
결국 세 번 만에 볼을 그린에 올리곤 줍고 중단했다.
다른 때 같으면 한두 홀 정도 더 객기를 부렸을 수도 있지만 오늘은 쉬이 중단을 한 건
전반에서 땀이 너무 많이 흘렸기 때문에 급격히 체온이 떨어지는 게 걱정이 되어서였다.
카트를 밀고 클럽 하우스까지 와선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 세우곤 샤워를 하였다.
사무실에 들어와 잠시 일을 점검하다 외출했던 Jonas가 들어와 문을 닫는다.
내가 할 말이 있었는데 그가 먼저 닫으니 오히려 잘 되었다 싶어 이야기를 들었다.
Liana가 자꾸 병원에 가면서 본인의 돈을 지불하니 도움을 주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에
생각해 보겠노라하곤 몇 가지 숙제를 줬다.
그런데 해결 생각보다는 그러지 않을 이유만 만드는 게 도움이 안 되겠다 싶어 마음을 닫았다.
한 예로 Chris가 같은 장소에 대한 작업지시서(Job Start)를 두 번 발행하였고
두 번 다 Luis가 Install한 것으로 하여 두 번 Paid를 하였는데 그걸 나중에 알았다.
Luis를 불러 물으니 같은 장소가 아니라 바로 옆 Lot 두 개를 Install했다는 이야기에
Chris에게 확인해 달라는 부탁을 하였지만 확인 메일을 요청했는데 답이 없다는 말로 넘어가기에
오늘 Jonas에게 부탁을 했던 건데 Luis에게 물으니 두 번 작업한 건 맞지만
Slab은 한 장만 가져갔다는 대답을 들었다는 데 그건 이미 내가 Christian을 통해 확인 한 거다.
그리고 Slab 한 장으론 두 Job을 할 수 있는 Size가 아닌 것을 Jonas는 파악도 안 했다는 것.
답답한 마음이 들어 하던 일을 중단하고 슬쩍 퇴근해버렸다.
집에 도착해 늦은 오후 시간을 보내는 데 비가 많이 내리며 건너편 숲이 안개가 잔뜩 낀 듯
흐려 한 참을 바라보는데 마음이 허전해 지면서 코끝이 찡하며 자꾸 눈물이 맺힌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아침 어머님 통화, 오후에 아해와 통화, 그리고 사무실에서의 일들이
몸과 마음에서 웃음기를 가시게 만들고 묵직하게 자꾸 처지기만 해서 그런가보다.
따스한 옷을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의 온기를 빗소리가 앗아가기만 한다.
일진이 그리 좋은 날이 아닌가보다.
최근 2~3일 저녁에 느낀 게 낮이 많이 길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5시만 넘으면 어둠이 깃들고 순간적으로 적막한 밤의 한 가운데 였는데
최근 며칠 특히 어제 같은 경우는 6시가 되었음에도 햇살을 볼 수가 있었고
오늘은 비가 많이 내리며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흐렸음에도 6시 가까이 까지 나름 밝음,
때문에 저녁의 향기를 한 참 더 느낄 수 있었다.
저녁을 먹고는 마음을 달래며 편히 쉬면서 시간을 보내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 하루 일진이 그리 좋은 것 같지는 않았지만 나름 열심히 잘 보냈음에 감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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