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614일째 2019년 11월 20일(수) 애틀랜타/맑음
어제 밤도 두통에 시달리면서 어떤 마음에서였는지 두 번이나 두통약을 먹었다.
새벽 두 번째 먹을 때는 소화제까지 먹고 한 참을 지나서야 잠잠해졌지만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 아침을 맞이하였다.
아해의 감사결과에 대한 억울함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되어
예전의 내 기억과 복합되면서 아해의 마음을 헤아려보겠다는 마음이 절러 일었다.
어떻게 도와야 할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길을 찾을 순 없지만 그냥 억울함에
그리고 나보다 훨씬 답답해할 아해를 생각하니 더욱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어제 통화를 할 때 아해는 지금까지 살면서 좌절을 한 번도 겪지 않았다고 했는데
지금의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하는 마음이 수시로 숨을 멎게 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아해와 통화를 하는데 내 마음이 답답했지만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막연히 생각 난 것은 누군가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하소연을 하면 들어 줄 사람이 간절하게 필요했던 기억이 있기에
“색시야! 난 계속 옆에 있어 줄게, 말동무가 되어줄게”라는 말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나는 아해를 철저하게 믿는 다.
똑똑하고 굳건하고 지혜로운 사람이기에 결국은 잘 이기고 극복할 것을 믿지만
그건 오늘이 아니기에 당장은 그냥 곁에서 말동무라도 해 주는 게 내 역할란 생각이 든다.
사무실에 도착해서도 잠시 통화를 하면서 자꾸 울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 있다가
통화를 마치면서 결국은 오열을 하고 말았다.
아해에게 미안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곁에 있어주지 못해서
아해의 억울함이 너무 숨이 막혀서
운전대를 잡고 폭발하듯 오열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고 보니 내가 그런 일을 당했을 땐 오열도 할 겨를이 없었기에
어쩌면 내 자신이 당했던 기억까지도 같이 쏟아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진정시켰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해 곁에서 그냥 있어주는 것,
아해의 하소연을 들어주며 말동무 하는 것,
아해가 욕하는 대상을 같이 욕해 주는 것,
아해가 잘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며 응원하는 것
겨우 이것이지만 그라도 충실히 하겠다는 거다.
오늘은 많은 생각을 하면서 9홀을 걸었다.
아침의 사건이 있어 더욱 그러긴 했지만 왠지 간절한 무엇이 있는 듯 말이다.
걸으면서 찬바람이 아침의 오열로 흘렀던 눈물 자국을 스칠 때 더 차갑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아해 곁에서 말동무를 하겠다던 아침의 다짐을 반복, 반복을 거듭하였다.
본인은 모를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성가시게 느껴질 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자신을 가두며 외로움의 소용돌이로 빠지는 것을 느끼고 손을 뻗을 때
누군가 잡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한 가닥의 용기가 된다는 것을 경험상으로 안다.
아니 몰라도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작은 순간이라도 느낄 때
빠져드는 속도가 조금은 느려진 다는 것을 나중에 알 수 있는 것 또한 내 경험이다.
골프를 마치고 잠시 약국으로 가는 사이, 그리고 다시 사무실로 가는 사이
아해와 다시 통화를 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 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2시를 조금 넘겼을 때 아해가 미안하다며 잔다는 메시지가 왔고
나는 3시 가까이까지 사무실에서 자리를 지키다 집으로 향했다.
계란찜을 만들고 갈치를 구워 오이무침, 김 등과 함께 저녁을 먹고
감기기운이 있어 쉬면서 시간을 보내다 샤모니에서 아해가 산 감기약을 먹고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오늘을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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