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904일째 2020년 9월 5일(토)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20. 9. 6. 10:21

천일여행 1904일째 202095() 애틀랜타/맑음

 

즐기기

삶을 즐기면 행복에 이르기 쉽고

하는 일을 즐기면 잘 마무리 할 수 있다.

 

내가 음식 하는 것이 좋은 것은 즐기기 때문이고

매일 힘들게 걸을 수 있는 것은 골프를 즐기기 때문이다.

내가 천일여행을 매일 쓸 수 있는 것은 이 자체를 충분히 즐기고 있기에

5년을 넘게 매일 이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이렇게 <즐기기>를 이야기하는 것은

명상을 시작한지 4개월이 훌쩍 넘었는데

습관으로 만들기에 급급했지 즐기지 못했다는 생각을 오늘 명상 중간에 생각했다.

명상 자체를 즐겁게 하지 못하고 당분간 거르지 않고 해보자는 의지만 있어서였다.

그런데 오늘, 명상을 하면서 즐겨보자고 했더니 맺혔던 가슴이 뚫렸다.

 

오늘의 명상은 한 번에 한 가지씩,

Multitasking 보다는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해서 순서대로 하나씩 해결하는 게 좋다는 뜻.

나는 Multitasking을 최고로 알고 살았던 사람인데

그 때문에 쫓기듯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데 오늘 명상 중에 문득 명상도 즐겨보자는

생각을 한 것은 서두르지 말자는 것을 깨달아서였다.

 

이것 좀 드실래요?”

뭔데요?”

맥주하고 초코파이입이다.”

! 나는 맥주는 안 마십니다.”

그럼 이것만이라도...”

네 고맙습니다.”

오늘은 Gary Park부부와 나 등 셋이 Meadows-Stables를 돌았는데

전반을 마쳤을 때 Park사장이 맥주와 초고파이를 건네면서 주고받은 대화였다.

초코파이만 받아 들고 Stables로 이동을 하는데 그 조차도 안 먹으면 너무 미안해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초코파이를 먹었다.

Gary Park은 골프장에서 여러 번 만나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같이 운동은 처음인지라

가능한 예의와 매너를 다하는 중에 뭔가를 주는데 모두 거절하기가 그랬었다.

 

"미안합니다. 내가 맥주를 안 마시는 것은 종교적 이유가 아니라 몸에서 안 받아서...“

괜찮습니다.”

Stables1번 홀에서 티 샷을 준비하며 주고받은 짧은 대화였다.

어쩌면 Sugarloaf에서 골프를 하는 중에 먹을 것을 주고받는 건 거의 없는 일,

아니 Dr. Fang부부가 준 적이 있었구나.

암튼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생경하면서도 친근감이 들은 건 뭐였지?

 

Park 사장은 젊고 덩치가 커서 그런지 시원시원한 샷에 실수를 거의 하지 않는

잘 치는 골퍼였기에 재미있게 잘 즐겼다.

 

요즘 들어 급작이 아침, 저녁에 선선하고 낮에는 따가운 햇살에 간혹 부는 바람이

시원함을 느끼며 한국의 가을 풍경이 그려지는 날씨가 이어진다.

저녁에 뉘엿뉘엿 지던 해가 사라지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더욱 확연하게 느껴지는 데 지금의 코로나는 언제나 잠잠해 지려나...

그래야 나도 아해를 만날 수 있을 텐데...

낮에 박 사장 부부가 주고받는 대화를 보고 들었던 기억이 마음을 더욱 아리게 한다.

그런 마음을 달래며 오늘을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