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첩기행 2 - 예인의 혼을 찾아 옛 거리를 거닐다 -김병종 지음
누군가 ‘차갑고따뜻한아메리카노’라고 말 하는 걸 들었다.
‘어떻게 차가움과 따뜻함이 같이 늘낄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는 데
그게 ‘공존’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최근에 국민의 힘의 당대표로 선출된 약관 36세의 이준석이 비빔밥을 이야기하였다.
열 가지의 다른 재료가 자기 본래의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비빔밥’이라는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공존’이며 자신은 “그 비빔밥의 고추장이 되겠다.“라고 했다.
많은 경우 그냥 그 자체에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다가
영향력 있는 누군가 이야기를 하면 그 의미의 깊이가 달리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젊은 이준석 대표의 비빔밥 론은 오래두고 화자 될 것으로 확실하다.
이 책의 본문에 이런 글이 있다.
서울은 서울 사람에게 가장 낯설다.
사람이 유년의 풍경과 그 언저리를 찾아가는 추억의 동물이라는 점은 맞다.
-박인환과 서울 중에서-
서울에 늘 살고 있으면 서울이 어떤 곳인지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게 사람이다.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
하지만 부산이나 목포 등 지방도시의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에겐
서울은 자신들의 목표고 목적지로 생각하고 수많은 노력을 하는 곳인데
정작 서울 사는 사람들은 탈 서울을 생각하는 이가 많은 데
공기가 나빠서, 그리고 너무 정체가 심해서......
하지만 집값이 너무 올라 경제적인 문제로 탈 서울 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뉴스엔
끌끌 혀가 차지지만 이 책을 읽으며 서울을 다시금 생각게 하였다.
난 초등학교(나 때는 국민 학교였지만) 3학년, 그러니까 아홉 살부터 마흔 아홉까지
사십년 동안(군대생활 2년 반을 빼면 정확하겐 37년 반) 서울에 생활권이었는데
서울을 깊이 생각해 보지 않다가 되돌아보았단 이야기다.
나또한 추억의 동물이란 말이지만 한국을 떠나 20년을 넘게 해외 생활을 하다 보니
서울이 더욱 낯선 도시가 되었다.
역시 본문(박인환과 서울) 중에서 이런 글이 있다.
서울에는 떠나가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도 추억 찾아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연어처럼 그리움에 겨워 찾아오는 이들에게는 그러나 찾아갈 옛 공간이 없다.
그들이 살던 거리와 골목은 서울의 지도 위에는 없다. -박인환과 서울 중에서-
정말 참 낯선데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알던 서울의 옛 모습을 더듬는 시간을 즐겼다.
물론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라는 [목마와 숙녀]를 되새기며 말이다.
<아리랑>은 징징 짜는 슬픔의 노래나 한의 가락만은 아니다.
가슴속에서 설움마저도 한사코 아라 앉히고 곰삭여내어 마지막에는 말갛게 우러나오게
하는 그런 화사한 민족의 노래다. 사랑과 그리움과 슬픔과 이별과 놀이가 뒤섞여 있지만
거기에 미움과 증오는 없다. 갈등은 있어도 원망과 비탄은 없다. 끌어안고 감쌀 뿐이다.
-본문 <아리랑과 정선> 중에서-
글 잘 쓰고 그림 잘 그리는 저자(내가 엄청 부러워하는 사람)의 표현은 가슴을 잘 후벼 판다.
날카롭게 찌르니 아파야하는데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
타닥거리며 타는 장작의 불멍을 하는 것처럼 수시로 혼을 앗아가
내 몸과 마음이 글의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시대와 장소와 예인을 허공에 그리며......
June 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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