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첩기행 1 - 남도 산천에 울려퍼지는 예의 노래 -김병종 지음
가슴에 묻어둔 첫사랑은 다시 만나려 애쓰지 말 것, 사랑만이 아니다.
그리움의 장소도 될 수 있는 대로 가슴에만 담아둘 것,
고향?
찾아가보면 그리던 고향이 아니다.
해묵은 핏빛 볏을 단 장닭과 마당에 토란아래 징그럽게 큰 두꺼비,
소리꾼의 구슬픈 상엿소리가 가랑가랑 이어지던 동구,
홍시를 단 들판의 감나무가 서리를 맞고 서 있던 곳,
잠시 장에 나가 투망질을 하면 살진 붕어가 한 양동이씩이나 퍼올려지던 곳,
아무리 찾아가고 찾아가보아도, 우리네 그 옛 고향은 이미 현실의 지도위에는 없다.
-본문 정지용과 옥천-
책에 의하면
‘소리는 전라도 춤은 경상도‘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데
화첩기생 1편은 전라도의 소리와 서예, 경상도의 춤과 문학을 소개한 게 주 내용이다.
내가 무식해 그랬는지 서편제는 전라도, 동편제는 경상도로 알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판소리는 전라도의 가락인데 어찌 경상도를 생각했었는지,
어떤 책을 읽으며 동편제와 서편제는 섬진강을 기준으로 동과 서로 구분되는 것을 알았을 때
아차다 싶었지만 책을 읽음으로써 알게 된 것에 다행이고 고마웠다.
작년엔가 박병천의 구음시나위와 수궁가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관심을 끌고 있는
이날치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판소리와 가까워지면서 우연히 알게 된 사실,
왜 ‘판소리’는 그냥 노래나 창이 아니라 ‘소리’라고 했을까였다.
새소리, 동물소리 등은 자연의 노래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판소리 역시
삶에서 우러러난 사람이 토해내듯 읊어내는 소리임을 강조한다.
판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즐겁고 행복한 내용이나 해학이라기 보단
한 서린 마음을 피를 토해내는 듯한 내용이나
지지리 궁상의 삶에서 하늘 혹은 용왕 등의 신적인 도움을 받아 반전을 이루는 내용이 많다.
내가 표현할 수 없는 인생의 고달품이나 삶의 어려움을 소리꾼이 토해내는 절절함에
실어 나를 위로해 보려는 것이라고나 할까?
본문에서도 이런 내용이 있다.
'노래'란 애초부터 가르치거나 배워서 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건 가슴에 고이는 물줄기 하나를 길어 올리는 일이었다. -이난영과 목포 편에서-
물론 여기서 이야기하는 노래와 판소리는 시대가 너무도 동떨어져 다름이 있을 수 있으나
한 서린 마음을 토해내는 것은 다르지 않음이라.
가슴에 묻어둔 첫 사랑, 마음 한켠에 크게 자리하고 있는 고향을
예의 노래를 들으며, 아님 몸으로 표현하는 춤을 보며 아우르고 달래는 게
우리네 삶인 것을......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
이 책의 저자를 만나보고 싶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내 삶의 아픔을 그리고 응어리진 나를 다독이고 싶다.
June 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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