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하루 - 신준모 지음, 김진희 그림 -
어제 병원을 가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으면서 이 책을 읽고 있는데
간호사가 나타나서는
"Mr. Song"하며 나를 부른다.
"Yes. me here"라곤 읽던 책을 가방에 넣고 다가가니
무슨 책을 읽고 있었느냐는 물음에
‘어떤 하루를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지?’라다가
"One someday"라는 대답에
"What kind of?“라는 물음으로 이어졌다.
어떤 날은 기쁘고 즐겁고, 어떤 날은 우울하고 슬픈 등의
일반적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매일, 매일의 이야기라고 하니 책을 보여달란다.
순간 무례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내 접었다.
지난 3년여 동안 그 병원에 3개월 주기로 가서 적어도 10여 번 이상 만났던 간호사니
그녀 입장에선 충분히 부탁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책을 건넸다.
그리곤 하는 말, 그림이 예쁘고 엄청 좋다며 영어버전은 없냐며 아쉬워했다.
그 뒤에 주고받은 사연은 많지만 그림만으로도 좋은 책이란 걸 느낀단다.
이 책의 Winter Story 끝에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에 이런 내용이 있다.
이 책의 지은이가 책의 출판을 위해 출판사를 직접 찾아다니고 있던 중
어느 유명 출판사에서 “원고를 검토해보니 저희출판사와 출간 방향이 맞지 않아서
출간이 어렵겠네요.“라는 거절에 어느 부분이 출간 방향과 맞지 않는지 알려달라는
지은이의 간곡함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누구나 다 쓸 수 있는 글입니다.
이런 글들로는 출판하기 어렵습니다.“라는 대답을 들었단다.
지은이는 ‘누구나 쓸수 있는 글’이라는 것에 기분이 상하고 곱씹다가 문득 든 생각
‘누구나 다 쓸 수 있는 글이라면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는 글일 테고,
누구나 다 할 수 있지만 누구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아닐까.‘에
생각을 전환해 계속 글을 쓰며 출판사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내 주변에 아는 이 중 나보다 많이 읽는 이가 있다.
몇 년 전 그에게 내가 지었던 책을 건넸더니 며칠 뒤 하는 말
“사장님, 사장님 책을 읽고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래요? 고맙네요. 그런데 무슨 용기?”
“내용을 보니 어렵지 않아 이 정도는 나도 쓸 수 있겠다는 용기 말입니다.”
칭찬인지 까는 건지 구분이 어려웠지만 칭찬으로 알고 “고맙다.”는 말을 했고
이후에도 가장 많이 만나며 친하게 지내며 3년 넘게 지났지만 그는 책을 출간하진 않았다.
물론 글을 쓰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단지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해 가끔 이야기를 해
그 정보로 책을 구해 읽고 있으니 나름 삶에 도움이 되고있는 친구다.
책을 읽으며 내 생각이나 일상과 비슷하네, 아님 충분히 공감이 가네라며
나도 이 정도는 쓸 수 있는데 라는 자신감을 갖는 사람은 많은 데
실제 용기를 내서 책을 쓰는 사람은 참 적다.
그래서 글 쓰는 사람들이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그 만큼 마음만으로 되는 건 아니란 뜻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책 ‘어떤 하루’는 색이 바래서 누렇다.
‘왜 이렇게 변했지?‘라며 출판년도를 보니 2014년 그러니까 7년 전으로
내 생애 밀려든 몇 번의 위기 중 1, 또는 2번째로 힘든 시기에 구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말인 즉,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어 인터넷이든 아님 서점이든 방황하듯 뒤지며
간택한 책 일거라는 의미인데 겉표지의 뒤편에 이런 글이 있다.
‘바람이 말한다. 지금 내게, 괜찮다..괜찮아...’
이 책은 우리가 매일을 살아가며 느끼고 외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느끼고 외치곤 있지만 글로 쓰기 쉽지 않은 내용을 흩뿌려놓은 글의 모음이다.
누가?
지은이가...
책을 읽다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며 그림을 보면
‘그래 맞아.’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July 20 2021
'책을 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폼페이 [로버트 헤리스저, 박아람 옮김] (0) | 2022.04.02 |
---|---|
The Road [코맥 막카시, 정영목 옮김] Msrch 28, 2000 (0) | 2022.03.28 |
화첩기행 4 - 황홀과 색채의 덩어리, 라틴아메리카 -김병종 지음 (0) | 2021.07.06 |
화첩기행 2 - 예인의 혼을 찾아 옛 거리를 거닐다 -김병종 지음 (0) | 2021.06.14 |
화첩기행 1 - 남도 산천에 울려퍼지는 예의 노래 -김병종 지음 (0) | 2021.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