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2620일째 2022년 8월 22일(월) 애틀랜타/흐림, 약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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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달빛 아래
내 그림자 하나 생기거든
그땐 말해볼까요 이 마음
들어나 주라고
문득 새벽을 알리는
그 바람 하나가 지나거든
그저 한숨 쉬듯 물어볼까요
나는 왜 살고 있는지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
나 슬퍼서 살아야 하네
이 삶이 다하고 나야 알텐데
내가 이 세상을 다녀간 그 이유
나 가고 기억하는 이
나 슬픔까지도 사랑했다 말해주길
흩어진 노을처럼
내 아픈 기억도 바래지면
그땐 웃어질까요 이 마음
그리운 옛일로
저기 홀로선 별 하나
나의 외로움을 아는건지
차마 날 두고는 떠나지 못해
밤새 그 자리에만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
나 슬퍼서 살아야 하네
이 삶이 다하고 나야 알텐데
내가 이 세상을 다녀간 그 이유
나 가고 기억하는 이
내 슬픔까지도 사랑하길
후~ 부디 먼 훗날
나 가고 슬퍼하는 이
내 슬픔 속에도 행복했다 믿게 해
-나 가거든, 노래 조예빈-
아침 날씨가 흐렸고 약하게 안개까지 있어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과
우울함의 경계에 있는 듯한 하루의 시작,
오늘이 정기적으로 비뇨기과에 가는 날이다.
지난 월요일 검사를 위한 피는 이미 뽑았고 오늘은 의사를 만나는 날이다.
지난번까지의 담당의사는 떠났는지 아님 은퇴를 했는지 오늘 새로운 의사를 만나는 날이다.
간호사를 만나 검사하기 위한 소변을 건넸고 혈압과 Ultra Scan까지 마치고는 기다리는 데
인도계로 보이는 Bhavik Shah라는 이름의 젊은 의사가 들어왔다.
PSA 지난번과 거의 변동이 없고 좋다.
처음 Biopsy를 했을 때 암을 찾아낸 건데 지금의 상태로는 아주 좋다고 볼 수가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뭔가 Missing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예전의 것이 그대로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으니 Biopsy를 다시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네가 결정할 일이다.
지난번까지 담당하던 의사도 의미는 다르지만 그런 말을 했었다.
내가 너의 변호사라면 Biopsy를 하자고 할 거다.
MRI나 PSA에서 아주 좋기 때문에 Biopsy를 해서 확인해보자고.
그 또한 내가 결정할 일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Biopsy를 하지 않은 이유는
첫째 살을 떼어 낼 때 아픈 게 무서워서였다.
지난 번 할 때 마취를 했지만 너무 아파서 마취약을 추가한 경험에 따른 것이다.
둘째로는 암이라는 진단을 확인하는 게, 그러니까 다시 듣는 다는 게 두려워서다.
5년 전 Biopsy를 하고 뒤에 의사를 만났을 때 초기이긴 하지만 [암]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엔 멍하고 설명을 다 듣고 나와 자동차에서 혼자 않아 있을 때
느꼈던 복잡하고, 소용돌이치는 마음에 이어 ‘어쩌지?’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지금도 생생하다.
다시 오늘로 돌아와
Dr. Saha는 5년이 지났으니 다시 해 보는 게 더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을 한다.
잠시 망설이다 확인해 보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럼 일정을 잡고 그 때 다시 만나자는 이야기에 이어 인사를 하고 Front desk로 나왔다.
나를 안내한 간호사가 2~4주 이내에 가장 빠른 일정을 정하란 말을 떠나고
Front desk의 간호사가 확인하고는 설명한다.
9월 6일 8시 15분,
전날 자정 이후론 아무것도 먹지 말아야 하고
6시 15분 ?????
(설명일 빠르고 머리가 복잡해져 잘 들리지 않아 다시 물었고 또 설명을 하는 데 모르겠다.)
Biopsy를 하고 적어도 2시간은 운전을 할 수 없으니....
(또 이후에는 들리지 않았지만 의미를 알았으니 그냥 넘어갔다.)
마음과 머리가 엄청 혼란스러웠다.
일정과 주의사항 들이 있을 내용을 프린트하는 데 뭐가 문제인지 작동이 되질 않았고
누군가 Front Desk의 간호사에게 이야기를 거니 거기에 집중한다.
마음과 머리가 복잡한데 프린트 물은 나오지 않고 간호사가 나에게 집중해 주질 않으니
‘오늘 뭐가 이래?’라는 불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국 프린트에 문제가 없다며 그냥 그 날에 오라는 말을 하기에
일정을 메모해 달라는 부탁을 했던 건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끈을 잡아보려는 노력이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에 메모를 들고 나왔고 자동차에 앉아 머리를 기대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참 그렇다.’며 출발을 위해 자동차 시동을 걸었을 때 마침 들리는 노래가
‘나 가거든 -조예빈 부름-’이었고 마침 가사는
그 바람 하나가 지나거든
그저 한숨 쉬듯 물어볼까요
나는 왜 살고 있는지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
나 슬퍼서 살아야 하네
‘뼈를 때리는 말’이라는 표현이 있듯이
가사가 귀를 때렸고 마음을 후벼 팠다.
나는 왜 살고 있는지.....
얼굴로 살짝 열이 오름을 느꼈고 눈시울이 붉어지기며 상념에 빠졌다.
왜 이러지?
‘9월 6일 혼자 와서 Biopsy를 하고 2시간 운전을 못한다니 자동차에서 기다렸다 가야겠지?’
‘왜 나는 아픔을 혼자 알고 혼자 견디고 혼자고, 혼자고, 혼자고’
5년 전 Biopsy를 하러 갈 때 혼자였고 결과를 들었을 때도 혼자였고
무섭고 막막하고 슬프고 쓸쓸했었는데......
암이라는 설명을 들었던 혼자였던 그 날
한참을 자동차에 앉아 있다가 전화를 걸었었다.
‘나 전립선암이래.’
‘정~말~?’
‘응, 어떻게 하지?’
(사실 그 때의 이 물음은 그로 인해 관계를 정리하자고 해도 할 말이 없다는 자포자기한
각오로 했었다.)
‘에구,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컸으면 그런 게 몸 안에 있냐?’
(너무도 큰 위안이 된 말이었다.
정말 이 사람이 내 곁에 꼭 있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도 있었다.)
내가 지난번까지 담당하던 의사가 Biopsy를 해보자고 했을 때 마음의 결정을 못 내렸던 건
그 때의 그 마음이 다시 되는 게 싫어서, 아니 무서워서였을 것 같다.
그럼에도 오늘 용기를 내서 다시 하자고 결정했는데 뭐 이러냐?
약한 안개의 흐린 날씨,
때 마침 들려오는 내 생을 휘젓는 듯한 노랫말
눈에 간유리 안경을 낀 것 같은
아님 마음에 얇은 습자지를 덮은 것 같은
탁하고 멀리 보이진 않은 이 모든 게
어쩜 이렇게 딱 맞아 떨어져 마음을 무겁게 하냐?
드라마 작가가 틀에 짜 맞춘 각본처럼....
그 주차장에 마냥 있을 수만은 없는 것,
그래서 자동차를 출발시켰다.
아까의 ‘나 가거든’을 지나 최백호의 ‘바다 끝’에 이어 들리는 노래가
최백호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였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이
그 빛을 잃어버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이
그 빛을 잃어버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내 자신이 정말 쓸쓸한 것 같았고 처량한 생각까지 들었다.
신호등에 자동차가 멈췄을 때 내 손을 보니 움켜쥐고 있음이 보였다.
‘그래 내가 쓸쓸함을 움켜쥐고 있구나. 놓아보자.’
‘이 또한 내 삶이니 슬퍼하지 말고 받아들이자. 그리고 즐겨보자.’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마음의 여유를 찾으며 내 마음을 다독이며 쓰담쓰담...
좋은 옷에, 좋은 차에, 좋은 집에
가장 중요한 네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잖아.
동무해주고 지켜줘야지.......
오전의 날씨가 조금 맑아졌고 마음도 가벼워졌다.
오후에 병원으로부터 Medical Passport를 작성하라는 이메일이 왔다.
확인하니 9월 6일 Biopsy를 수술로 정의하고
수술이나 아팠던 History나 현재의 건강상태
현재 먹고 있는 비타민이나 처방전 약 등을 입력하는 건데
일반적으로 당일 날 작성하는 걸 미리 작성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당일 날 운전해줄 사람의 Information을 입력하라는 내용에서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동생에게 도와 줄 수 있는지를 확인하곤 정보를 입력했다.
동생이나 아이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게 된 것이다.
작성을 완료해 저장했다.
오후를 늘어져 쉬다가 닭다리와 샐러리를 볶았고 어묵국을 데워
양상치쌈과 해초무침 등으로 상을 차려 저녁을 먹고 설거지, 이어 후식까지...
그러는 중에 아침에 있었던 많은 생각들은 묻어지거나 덮어지게 되었다.
어쩌면 병원에 갈 무렵 또 한 차례 출렁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오늘 아침에 병원에 잘 다녀 온 것에 감사하고
내 자신을 추스르며 보낸 것에 감사하고
아침에 어머님과 저녁에 출근 준비하는 아해와 영상통화를 하며 안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에도 감사한다.
나의 행복을 위한 10가지 마음가짐
먼저 나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책도 걱정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미루지 않고 행동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내 안의 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웨인 다이어 책, 행복한 이기주의자에서-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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