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뿌등한 몸을 일으켜 침대를 벗어나 보지만
이내 따스한 온기가 그리워져 따스한 커피 한잔과 Laptop을 들고
다시 침대의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갑자기 바깥 풍경이 궁금해 지져 조금 전에 누웠는데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것에
자신에 대한 조금은 짜증 섞인 몸짓을 하며
다시 일어나 불라인드를 올리고 다시 온기를 찾아든다.
그리고 보는 바깥 풍경 비는 올 것 같지 않은, 그렇다고 해가 보일 것 같지도 않은
회색 구름무늬로 채워진 간유리로 창을 만든 것 같이 잔뜩 찌푸리고 있다.
바람이 제법 있는지 건너편 호텔 마당에 있는 깃발이 제법 펄럭이면서 춤을 추고
두꺼운 옷을 입고도 움츠리고 촘촘히 걷는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보아 날씨는 꾀나 추운 것을 감지한다.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잘 움직여지지 않는 몸
잘 정리되지 않는 그래서 뭐가 뭔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 같은 마음
그런 몸, 마음과는 도저히 하나의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한 가지에 집중은 잘 안되지만 말똥말똥 또렷해지는 머리가
지치고 힘들어 하는 몸과 마음을 평안한 휴식으로 가지 못하게 잡는다.
평소 같으면 아름답고 평안하게만 들리던 쇼팽의 피아노 음률이 애처롭게 들리며
착잡하고 복잡한 마음을 흔드는 것이 평안한 휴식으로 가는 길을 막는데 일조를 한다.
따스한 커피 한 모금을 머금고 있다 넘기며 어제 밤 모임으로 나를 이끈다.
새로운 세계로의 탐험을 떠나듯 잊혀 진 과거로의 여행을 다녀 온 것 같음.
모임에 먼저 온 사람들이 청명한 소리의 맑은 잔에 따른 와인을 나누며
술이 만들어진 년도, 이름을 나열하지만 와인을 잘 모르는 나에게는 생소하다.
그럼에도 관심을 가져보려 병을 들여다보고 쓰려진 글씨를 되뇌어 보기도 하지만
역시 나에게는 무리한 생소함.
좋은 음식을 먹기 위해 예를 갖추듯 속을 비웠다는 음식에 대한 기대 하는 유머와
저녁에 먹을 메인 메뉴에 대한 사전 예찬에 웃음과 즐거움을 나눈다.
숯불에 잘 구어 낸 메인 메뉴 민물장어, 생각 했던 것보다 좋다.
쫄깃한 식감으로 씹는 즐거움에 맛이 더해져 메인메뉴에 대한 찬사를 쏟아낸다.
물론 맛을 달리하는 여러 가지 종류의 와인은 어느 것이 좋고 나쁜지
가늠할 수 있는 지식은 없지만 확연히 달리 느끼는 향기와 맛에
눈을 감고 음미하며 즐기기에는 더 없이 만족한 행복을 느낀다.
정말로 잘 들 먹는다.
평상시 마음껏 먹을 수 없었다는 것 때문인지
아니면 함께한 사람들과 평안한 파티를 즐기는 것이 좋은지 모르지만
정말 열심히 잘, 많이 먹는다.
그런 즐거움과 만끽하는 행복 속에서 허전함과 고독이 밀려오는 것은 무슨 징조인지.
몸과 마음을 자꾸 붙들 듯 아니면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 듯 멀어져만 간다.
대부분이 사람들이 배를 두드리며, 오랜 만에 포식, 폭식을 했노라며
준비한 2차로 자리를 옮긴다.
오랜만이다. 2차라는 것이 실로 몇 년 만인지도 모른다. 한 십년 쯤?
그렇게 간 2차의 자리는 매일 지나며 보기는 했지만 안은 처음이다.
들어선 방은 내 기억에 자리하고 있던 예전의 그런 룸이 아니다.
중앙에 대형 스크린, 좌우에 세로로 작은 창 여러 개를 이어 놓은 것 같은 작은 화면
뒷면 천장 부분에 굵은 띠로 데코레이션 하듯 늘어놓은 화면
예상치도 못하고 처음 보는 방안의 많은 화면 배열이다.
예전보다 훨씬 두꺼워진 그래서 한 손으로는 들기도 힘들 것 같은 노래집까지
생경으로 다가와 나를 더욱 긴장하게 한다.
세대와 시대를 넘나드는 노래들에 박수를 치며 호응은 하지만 난 좌불안석이다.
“제발 나에게는 노래를 시키지 말지.”라는 불가능한 염원에
그래도 뭔가를 해야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조바심에 머릿속은 빠른 회전을 하고
몸은 점점 굳어만 가지만 함께한 사람들은 점점 몸과 목이 풀려 가는지
몸짓은 커지고 목소리는 다양을 넘어 즐거움과 행복 흐느낌까지 어우러진다.
한 사람, 한 사람 순서가 돌아 갈수록 점점 침이 마른다.
머지않아 나에게로 차례가 올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노래집을 보며 찾아보지만 불안함 때문인지 더욱 흐릿해 지면서 방황을 한다.
그러다 불쑥 튀어 나온 것이 30대 한국의 직장생활에서 불렀던 한 곡,
‘잘 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함에 떨고 있을 때 마이크가 넘어온다.
잘 했는지 모르지만 한 고비를 넘기자 마음이 조금 편해지면서
묻어 두었던, 그래서 절대 열지 않을 것 같았던 과거의 빗장이 조금씩 풀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입과 머리에 맴도는 노래들로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엄습해 오는 잊혀졌던 과거에 대한 회상,
춤추며 놀던 장소, 사람들, 그리고 행위들까지 화려하기만 했던 과거로 가며
몸과 마음이 반응을 하면 할수록 밀려오는 공허함이 마음을 나락으로 끌어내린다.
평상시 몸과 마음에 간직했던 불만을 토해 내듯 치는 몸부림이나
모임을 이끌어 가는 리더의 씩씩하면서도 애처로운 솔선수범을 보며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고
그 시절에는 내가 지금 여기에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만일 그 때 그런 일들이 없었다면 지금 나는 어디에서 어떻게?라는
비현실적인 생각이 나를 사로잡을수록 자구 눈물이 나려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틈만 나면 나를 달래 듯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러본다.
이렇게 하여 빨리 목이 쉬고 더 이상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도록 목을 혹사해 보려는 시도도 서슴치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술에 취해 점점 흐느적거리고 그래서 음정과 박자가 흐트러지며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모임에도 끝은 다가왔다.
다행인 것은 끝까지 과거의 회상에 매여 흐트러뜨리지 않고 끝낼 수 있던 것에
그래서 다시 빗장을 채워 닫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와 다행함으로 마무리하였다.
운전 할 수 없는 친구를 데려다 주며 나누었던 사랑의 대화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밀려오는 피곤함과 졸리 움에 아무 곳에서나 차를 세우고 자고 싶은 충동도 누르고
집에 도착하여 내동댕이치듯 침대에 몸을 던졌다.
아침에 일어나 정리할 겨를 도 업이 식탁 의자에 걸려 잇는 어제 입었던 옷을 보며
전날 저녁에 있었던 잊혀졌던 과거로의 탐험이 어떠했는지 회상을 한다.
옷 전부가 의자에 걸려 잇다는 것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위안을 가져본다.
Jan 1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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