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사고
정말 아차 하는 순간이었다.
장갑이 롤러에 말려 들어가는 순간
나는 내 손도 함께 말려 들어가는 모습을 생생히 보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보기만 하다가
뭉클하는 느낌에 “악!!!“ 비명과 함께 재빨리 손을 뺐다.
목장갑을 빼고 손을 보니 별 상처가 보이는 것 갖지 않고
오른손 약지를 중심으로 세 개의 손가락이 얼얼하다.
그러다 약지에 조그만 구멍이 생기면서 피가 조금 배어 나와
장갑으로 손가락을 감싸고 사무실의 구급상자 쪽으로 뛰었다.
거리는 멀어봐야 1분도 안 되는 거리,
가는 중에 목장갑을 열어 상처를 보는데
손가락에서 피가 솟구친다.
그리고 찾아 온 극심한 통증이 전신을 부들부들 떨게 한다.
몇 배의 속도로 달려 구급상자를 찾으며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적당히 응급조치만 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이미 깨우쳤다.
큰 압박붕대로 손가락 세 개를 둘러싸고
차 키를 들자마자 뛴다.
아직 이른 시각인데 의사가 나왔을까?
오늘 오전만 해도 할 일이 정말 많은데······.
왼손으로 운전을 하면서 오른손가락을 움직여 보는데 감각이 없다,
손가락 한두 개 못쓰게 될 수도 있을까?
마음은 급한데 신호등이 협조를 안 한다.
거의 모든 신호등에서 멈추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송선생님!, 영화 람보 알지요?”
“네”
“혼자 마취도 안 하고 어깨를 꿰매잖아요.”
“그런데요.”
“살점이 없어져서 꿰매지 못하고, 마취 안 하고 상처를 지질 거거든요.”
“정말요?”
“송선생님 군대 다녀온 남자. 그러니까 조금만 참아요. 마취하면 더 아파요.”
그리곤 지져 대는데 느껴져 오는 통증에 손가락을 다시 쓸 수 있다는
안심의 마음으로 참아본다.
“매일 소독하고, 붕대 갈고 하면 10여일 정도면 아물 겁니다,“
불편하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자주 부딪친다. 그 때 마다 전달 되어오는 통증이 손가락이
살아 있다는 증거로 삼고 참아본다.
그리고 3일째, 기계에 대한 공포가 아직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친해져 보고자 자꾸 Protocol을 맞춰본다,
그리고 외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June 1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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