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38일째, 2015년 7월 28일(화), 애틀랜타, 맑음

송삿갓 2015. 7. 29. 04:20

천일여행 38일째, 2015728(), 애틀랜타, 맑음

 

오늘이 화요일이잖아

이 의미는 아침에 모임이 있는 날 이라는 거지

내가 회장을 하는 거의 2년 동안

내가 애틀랜타에 있는 한

참석하지 않은 게 딱 한번이다.

그런데 오늘 두 번째로 참석하지 않았다.

 

참석하기 싫은 큰 이유는 따로 있었지만

그 이유가 참석하기 싫다는 타당한 이유가 되도록

역할을 한 다른 결정적 이유가 있었단다.

내 성격이기도 하고

좋은 말로 하면 내 삶의 패턴

조금 나쁜 말로 하면 사회성 부족 정도가 아닐까

마음에 들지 않거나 이질감이 있으면 발휘하는 거부반응 말이다.

 

사정 때문에 오늘 모임을 정말로 참석할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는데

어제 저녁에 우리 모임의 전임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단다.

우리 모임의 북미주총연회장이 오늘 아침 모임에 참석하려 하는데

주소가 필요하니 보내 달라는 전화.

총연회장이니까 애틀랜타에 오면 당연히 참석해야 하겠지

하지만 충분한 사전 연락 없이 개인적인 방문인데

모임에 참석하겠다고 하니까 뭐 이런 매너가 있어?’하는 느낌이 드는 거야

만일 내가 사회성이 좋거나 삶의 패턴이 유화적이라 하면

뭔 상관이래?’ 아님 회장이 오시니 당연히···’라는 생각을 해야 하겠지

그런데 최근 몇 개월 북미주총연이 하는 일이나 임원들 하는 언행을 보며

말은 그럴싸하게 하는데 언행이 그러지 못한 것에

마음속에서 이런 모임에 내가 계속 몸담고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과

나 자신도 떳떳하지 못한 것이 있는데

여기에 있는 것이 누가 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에

기회만 되면 발을 빼고 싶은 갈등이 일고 있던 참에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진 거야.

 

만일 내 사정이 없었다면 체면치례로라도 참석할 수도 있었겠지만

핑계 김에 쉬어 간다고 결국 아침모임을 땡땡이 쳤다는 거야

조금 늦게 회사에 출근하여 할 일을 하고 있는데

전임 회장으로부터

모임을 끝내고 차 마시면서 쉬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지

그래서 직원들 출근하는 것 보고는

회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에 앉아 있는데 느껴지는 이질감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일더라고

그래도 꾹 참았다.

아침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미안함에 그리고 예의상

모두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앉아있었지

그러다 각자 제 갈 길을 향해 흩어졌는데 시간이 애매한 거야

회사로 가자니 곧 점심시간이지만 점심은 준비 하지 않았고

그냥 점심을 하기에 아직은 이르고 또 혼자 먹는 것은 절대 하기 싫고

그래서 운동하러 가기로 했다.

덥기는 하고 저녁에 또 운동을 해야 하지만

내 삶에 대해서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걷기로 했다.

 

걸으며 생각 했지

나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고 있으며, 잘 가고 있는지?’

그리고 천일여행에 대해서 정리를 해 봤지

 

나는 누구인가?‘라는 나 스스로의 질문에

나는 나다라는 대답을 하였는데

그 나는 누구인지를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지

 

나는 원래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잖아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내가 소심하고 내성적인데다

사람들과 그냥 물리적인 친분관계에 대해 적응하지 못하는

그러니까 사람관계도 철저하게 화학적 혹은 생물학적

친분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인지도 몰라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나는 크리스천인 것은 분명한데

철저한 혹은 영성에 대해 무장되지 않은 크리스천인 것

그러니까 물리적으로 교회를 가고 기도와 예배 까지만 이지

흔히 이야기하는 영적인 부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지.

나는 이를 물리적으로는 크리스천이 분명한데

화학적 혹은 영적인 크리스천은 아니다하며

날라리 크리스천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하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는 화학적이니 영적이니 그런 말은 안하고

그냥 날라리 크리스천이라고 소개하는데

다른 사람들의 겸손하다는 화답에 조금은 미안함도 갖는다.

 

내가 천일여행을 시작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 남은 생애에 함께할 사람과

물리적 결합만이 아닌 화학적 결합을 위한

나 자신의 준비기간 혹은 다지기 위한 것이라며 우스운가?

아니야! 절대 그렇지 않아

해야 할 일은 늘 함께하고

만일 상대가 원치 않거나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설득을 해서 함께 하던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는 혜안을 위한 다짐의 기간이 천일여행이다.

 

정말 그럴 거야

만일 함께 교회를 갈 수 없다면 종교도 바꾸거나 포기하고

함께 원하는 곳으로 같이 여행을 하며 살아가는 것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가 통하는 관계

그러니까 하나같은 둘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준비의 기간인거지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알려야 하고 내가 알아야 하잖아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 왔고

내가 무엇 때문에 어떻게 살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어디를 가고 싶고 어디는 가기 싫은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음식을 싫어하는지

내가 무엇을 줄 수 있고 무엇은 줄 수 없는지

내 삶의 철학은 무엇인지를

하루하루, 차곡차곡 정리하는 게 천일여행이다.

그리고 천일여행이 끝나는 날

나는 함께 할 거다.

영원히, 아해와, 약속 ·······

 

그러다 보니 오늘 운동을 마쳤네

그리메, 오늘도 잘했다.

그치, 아해야?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