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54일째, 2015년 8월 13일(목), 애틀랜타 맑음

송삿갓 2015. 8. 14. 04:40

천일여행 54일 째, 2015813(), 애틀랜타 맑음

 

Xuefei Yang의 기타 연주

"Romance"

고등학교 시절 제일 친한 친구는

중학교도 같은 학교를 다녔는데

그 친구의 특기가 기타를 잘 치는 거였어

키가 작고 손이 작은데

기타를 잘 치면서 나중에는 당구도 참 잘쳤다

기타나 당구 둘 다 친다고 하니까 조금 우습기는 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그 친구는 기타를 잘 쳤는데

당시에 뜯는 기타, 그러니까 클래식을 그렇게 표현했던 것 같다

뜯는 기타의 대표적인 것이

로망스, 러브스토리의 테마음악이었지

기타를 배우겠다고 나서는 학생들이

제일 먼저 접하고 배우는 것도 로망스일거야

그래서 나도 기타를 배워보겠다고 하며 달려들어

열심히 배우면서 연습한 것이 그 곳이었는데

전부는 어려워서 못하고 첫 몇 음절을 반복하면서

듣는 것도 뭔가 많은 배운 것 같은 마음으로 했었지

 

기타를 배우겠다고 달려 든 것이 여러 번이었는데

결국은 조금 배우다 말았다

아마 지금도 기타 치라고 하면

그 때 배운 것 몇 번 반복하고 말겠지

코드를 잡는 손가락이 아프잖아

몇 번 뜯고 나면 왼 손가락 끝이 콕콕 쑤시는 게

장난이 아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우연히 전문가의 기타연주를 듣는데

갑자기 친구들과 어울려 기타를 배운다거나

건들거리며 껄렁거리게 놀아 보고 싶었던

Teen Ager 생각에 잠겼었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고등학교 동창들이랑 많이 어울리지 못해서

지금 확실히 연락되는 친구는 위에서 말한

기타 잘 치는 중·고등학교 동창뿐이거든

아주 친하게 지냈던 친구 6명인데

한 명은 20대에 죽고 나머지 셋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처럼 고등학교 동창과 친하지 못하고

대부분 대학, 그 중에서도 ROTC 동기들 하고만 연락이 된다

또 옆길로 빠졌네

 

실은 영화 ‘Love Story’를 얼마 전에 봤거든

테마 음악은 기타 때문에 알았고

눈 장면은 워낙 유명해서 여기저기서 보기는 했는데

정작 영화는 보지 못했다

그 만큼 학창시절 문화생활과 어울리지 못했다

성인이 돼서 DVD를 구입했었나봐

얼마 전에 집에서 영화 한 편 볼까 하고 Rack을 뒤지다 보니 있더라고

그래서 처음으로 영화전부를 봤지

그리고 오늘 우연히 음악을 들으니

영화생각이 나면서 옛 생각을 했다는 거다

 

들리는 기타 소리가

다른 소리가 하나도 안 들리는 아주 조용한 곳에서

항아리에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

조금은 촌티가 나지만 귀엽게 생긴 짧은 며리의 여자가

비를 맞아서 추위에 떨고 있는데

귀 밑의 머리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 같은 애처로움

뭐 그런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야

 

왜 그랬을까?

그리고 왜 그럴까?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맑은 햇살이 강하고 더운데

그늘에 들어가면

솔솔 부는 바람이 살갗을 차갑게 훑는다

그러면 한기를 느끼면서 몸이 움츠러들어

한 발만 나가면 따스함이 있는데 그러질 못하면서

따스함을 그리워한다

가을인가?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