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22일째, 2015년 10월 20(화) 애틀랜타 맑음

송삿갓 2015. 10. 21. 09:21

천일여행 122일째, 20151020() 애틀랜타 맑음

 

어제 밤은 최근 들어 가장 많이 잔 것 같다

물론 몸살기운이 다 가시지 않아

쌍화탕과 몸살약을 먹고 생강차까지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지

자다가 몇 번을 깨기는 했지만 다른 날에 비해 훨씬 짧게 뒤척이다 다시 잠들고는 했어

누워 있던 7시간 중에 깨어 있었던 시간이 두 시간을 넘은 것 같지는 않으니까

나름대로 큰 성공을 한 것으로 위안을 갖는다

 

오늘 아침에 모임은 신임회장이 새로운 임원 구성과 회장 이·취임식에 관한 토의를 했는데

의욕적으로 일을 하려다 보니 걱정과 두려움이 많은 것 같아

전직 회장 한 분이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고, 되는 대로 대충대충 하세요라고 하니까

많이 놀라기도 하고 실망스러운 표정을 하더라고

하지만 나는 그 말 무슨 뜻인지 잘 알거든

회원 중 일부는 모임을 통해서 뭔가 많은 것을 배우고 얻겠다는 생각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나는 그 모임의 회원이다라는 보여주는 혹은

나도 왕따가 아니고 그 모임의 회원 중 하나다라는 과시형도 있거든

 

이런 일이 있었어

전에 한 단체장을 출마하는데 자신의 결력 란에 ‘CBMC임원이라고 넣은 것을 보았는데

나를 직접 만났을 때 그것이 무안 했는지 나 열심히 할께요했던 것이나

최근에 한 출마자 관련 기사의 경력에 'CBMC 회장을 넣은 것으로 봐서도

과시형 회원이나 임원들이 꽤 있는 것 같더라고

 

그런데 오늘 모임에 토의를 하면서 사람 참 여러 형태구나하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는 회장 이·취임식을 그냥 내부 행사 정도로 생각하고 조용하고

간단하고 비용 크게 들이지 않고 했었거든

물론 내가 취임식 할 때 전임 회장이 너무 고생한 것 같아 감사패를 만들어 줬거든

애틀랜타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어리벙벙 한 상태에서 회장에 취임해서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으려 했는지 아니면 본인이 혼자 하려 했는지 모르지만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면서 널뛰듯 했던 것이 안쓰러워 감사패를 만들어 줬지

물론 돌은 회사에 많으니까 그 중 마음에 드는 것 하나 골라서 글씨 새겨 줬는데

이 친구가 자기 직전회장에게

회장님은 다음 회장을 잘 못 뽑아서 얻은 게 없지만,

저는 회장 잘 뽑아서 감사패라도 받았으니 좋네요라고 자랑하자

그 직전 회장이 두고두고 아쉬움을 표하기에 장로장립 때 기념패를 해 줬거든

그랬더니 어떤 회원이 CBMC가 형식에 치우친다며 나오지 않은 아픈 결과로 이어졌지

하지만 이·취임식은 월례회의 하듯이 정말 간소하게 내부 행사로 치뤘거든

 

이번 신임회장은 다른 것 같아

우선 매주 모임에 회원이 아닌 다른 사람을 마구 초청해서

기존의 흐름을 깨뜨리기도 하고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이 사람 저 사람을 전문가랍시고 데리고 와서

조언을 듣는다고 하면서 기존의 모임의 틀을 깨려는 것이 눈에 보인다

해서 그런지 회장 이·취임식도 기존의 하던 장소가 아닌 별도의 장소에서

조금 더 거창하게 하면서 주변 다른 사람들을 초청한다고 하는 게 마음이 편치가 않아

회장하면서 적지 않은 돈을 이월 해 주니까 쉽게 쓰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하기에

오늘 참지 못하고 일침을 가하고 말았다

회원들은 자기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은 아까워 하면서

모임의 공금은 너무 쉽게 쓰려고 하는 것이

과연 CBMC가 추구하는 것에 걸 맞는지 모르겠다라고 말이야

괜히 그랬다라는 후회나 반성의 생각은 들지 않아

단지 이제는 입 다물고 조용히 지내야 하겠다’, 혹은 한 발 뒤로 물러서야 겠다라는 생각

 

모임이 끝나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어

있으면 괜시리 자꾸 말이 길어질 것 같았고

운동하면서 마음을 달래는 것이 나를 위해서 좋을 것 같아서 얼른 떠났지

아침 햇살을 받으며 물기 머금은 잔디를 걸으니 마음이 편해지고 즐겁기까지 했어

조금 쌀쌀 했지만 오히려 그런 기온이 몸을 옥죄여 주니 좋았던 거지

 

회사로 들어와서 기계소리 들으며 점심을 먹고 오후 일과를 잘 보냈지

나는 공장에서 그라인더로 돌을 갈아 내거나

~ 하며 돌아가는 톱이 돌 자르는 소리가 좋아

물론 소음이고 공해라 할 수도 있지

하지만 예전에 일이 많이 않을 때

큰 공장에 기계는 멈춰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고요함이 흘렀을 때

언제나 저 기계들이 정신없이 돌아가나?’하면서 손꼽아 기다렸던 생각

일이 없어 주머니에 손 넣고 이리저리 배회하던 공장 식구들 보며

언제나 저 식구들이 바빠서 좀 쉬고 싶다는 아우성을 기다렸던 생각

그럴 때 생각하면 지금은 정말 좋아진거지

그러니 그게 소음으로 들리겠어?

공장 식구들은 물론 회사 직원들과 그의 가족들의 웃음소리와 미소로 보이도 들린다

 

돌가루가 많이 날리니까 회사의 어디를 가든 먼지투성이잖아

손님들이 오면 쌓여있는 먼지를 보고 인상을 찡그릴 정도로

아님, ‘여기는 청소도 안 하고 사나?’하는 표정이 보이거든

그 먼지 때문에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기침도 있고

그렇게 어찌할 수 없는 그것들을 거부감이 없어

먼지 때문에 기계나 사무실 컴퓨터를 비롯한 많은 것들의 고장이 잦은데

닦고 털고 수리하면서 가끔은 투정을 부리기도 하지만 대개는 기분 좋게 한다

 

2년 전부터 공장의 일부에 칸막이를 해서 사무실로 먼지가 덜 오게 하려는 생각을 했어

하지만 쉽게 실행하지 않는 이유가 그렇게 하면 공장과 사무실에 물리적 벽이 생기는 거잖아

공장 식구들은 비록 마스크를 쓰고 하지만 온 몸에 먼지를 뒤집어써서

휴식시간에 마스크와 보안경을 벗으면 눈과 코, 입만 뽀얀 동물원의 너구리같거든

그럴 때 옆에 가서 어깨를 툭툭 치며 털어주면서 볼기짝 툭 건드려 주면 씨~익 웃는다

그것 때문에 칸막이 하는 것을 2년 째 망설이고 있는 거야

 

사람이 어떤 일에 전문가가 되려면 만 시간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하잖아

그걸 대충 계산하면 하루 3 시간씩 10

내가 지금의 일을 시작한 게 12년 하고 4개월

그러니까 시간상으로 전문가가 된 거지

그래서 기계의 소음이나 날리는 돌가루 먼지, 그걸 뒤집어 쓴 공장식구들

모두 내 몸의 일부 같다고 하면 과장일까?

 

사무실에 앉아 일 하다도 기계소리 이상해 가 보면 문제 생긴 거고

직원들 발걸음을 소리로 듣거나 눈으로 보면 문제를 대충 파악할 정도는 된 거지

물론 다 알 수는 없지만 그게 내가 가지고 있는 장기이자 다른 거야

영어, 스페인어 못하지, 미국 삶에 문화 다르지

그거 극복하려면 적어도 뭔가 하나는 특기가 있어야 하잖아

파트너나 직원들은 잘 모르다가도 문제을 예측하거나 해결하는 것을 보고 인정하지

 

에구구~ 오늘 너무 길게 간다, 그치?

 

이제 하루 마무리 할래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