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24일째, 2015년 10월 22(목) 애틀랜타 맑음
어제 저녁 잘 자기를 기대한 것과는 다르게 거의 잠을 설쳤다
오늘의 기다림에 대한 설렘과 잠을 잘 잔다고
약을 먹은 것의 부작용(?)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중학교 2학년 때인지 아님 3학년 때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내가 시험공부를 한다고 처음 독서실을 찾았다
그것도 동네에는 없어서 버스를 타고 멀리까지 갔었고
거기서 친구들이 잠을 안 자기 위해 ‘타이머’라는 약을 먹는 것도 알았다
조용한 집을 놔두고 왜 독서실에 가야 하는지 몰랐지만
그러지 않으면 다른 친구들에게 뭔가 뒤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였을까?
처음 약을 먹어 그런지 오히려 정신만 몽롱해 지고 집중이 되지 않았다
공부는 공부대로 못하고 의자에 앉아 밤을 새니 몸만 피곤하고
아마 기대했던 성적이 나오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성인이 돼서는 잠 안 오는 약을 먹는 것이 아니라 잠자는 약을 처음 먹은 게 언제지?
대체적으로 그냥 버티며 책을 보던가 했을 텐데 아마도
구조조정 한다고 팀에서 두 사람의 명단을 올리라 했던 그 언젠가 12월
불면증으로 하루 1시간도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사회생활 해 보겠다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회사에 들어와 일 잘 하고 있는데
회사 구조조정 한다고 강제로 나가라 해야 한다니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 팀원들은 내가 잘 알았다
그 어느 직원들보다도 열심히 일 하고 단합도 잘 되었는데
그래서 사내에서도 최강의 팀으로 불리며 자부심과 긍지도 대단 했는데
누구를 선정하느냐 하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출근하면 담당 중역은 “누구냐?”고 명단을 내라 하고
급기야 인사관리팀장이 직접전화를 걸어 닦달하기도 하였다
“회사의 문제는 직원들이 만든 것이 아니고 경영진이 잘 못 한거 아니냐?“며
담당중역이나 사장에게 따지고 들기도 하였고
“문제가 생겼다고 팀에 균일하게 할당하듯이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도 하였지만
당시 기술기획실 소속이었기에 중역은 “기획실이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며
만일 팀장이 정하지 않으면 중역이 임의로 선정하겠다는 협박도 하였다
팀원들은 내 눈치만 보고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다른 팀 모두 제출 했는데 우리 팀 때문에 중역회의에 보고를 할 수 없다며
인사담당 중역의 호출을 받고 핏대를 올리며 싸우기도 하였다
그렇게 거의 한 달을 고민하다 년 말이 거의 되어서야 결국 내 이름을 써냈다
팀장 한 사람의 급여가 일반 직원의 두 명에 해당하니까 산술적으로 틀리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며 이름을 써 내고 잠적해 버렸다
그 한 달 사이에 수면제를 꽤 많이 먹었던 것이
아마도 잠을 자기위한 약을 처음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수시로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일이 적지 않았는데
내 생애 두 번째 심각한 불면증이 지금 회사 직전에 4명이 동업하다 갈라 설 때가 아닌가?
지금의 파트너와 다른 두 미국 국적의 한국사람, 넷이서 동업은
서류를 작성하지 않고 인정으로 구두약속을 시작하였고
그게 걸려서 서류를 만들려 할 때 마다
다른 두 한국인이 “회사 좋아지면 천천히 하자”는 것에 차일피일 미뤘다
또한 일이 많아져 회사가 잘 운영되고 있는데 그래서 별로 불만이 없고
나쁜 일도 없을 것 같은 것에 적극적으로 서류를 만들지 않았다
그러다 불경기 조짐이 있어 그동안 번 돈의 일부를 회사로 재투자하여
안정적으로 돌아 갈 때까지 버텨보다며 이번 기회에 동업에 대한 서류를 만들자 제안하였다
하지만 두 한국인은 “회사 나빠지고 있는데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 아니냐?“라며
재투자와 서류작성을 거부하였다
그 책임은 내가 지고 회사를 떠나겠다며 결별선언을 하자
지금의 파트너도 내가 회사에 없으면 회사 존립이 어려우니 나기도 떠나겠다는 선언을 하였다
결국 둘은 남고 둘은 떠났는데 그 때 거의 20여 일간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을 제대로 자지 않으니 완전 회복되지 않은 몸이 버티지 못하고 다시 쓰러질 것이 걱정되어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때도 두통약과 잠 오는 약을 적지 않게 먹었다
최근에 다시 불면증이 생겼다
하지만 뭔가 좋지 않은 결정이나 진행을 위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예상하지 못한 기다림의 불면증이다
가슴에 맺히고 그걸 풀지 못해 답답해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천일여행은 아직도 갈 길이 먼데 그래서 몸과 마음의 안배를 잘 해야 하는데
초장에 너무 소진하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잠과 가까워지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며칠은 조금씩 개선되는 것이 다행이라 할 수 있는데
어제는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오늘은 특별한 날 이니까, 이건 일시적인 현상이니까’로 위안을 삼는다
오늘이 지나면, 그래서 만남이 이루어지면 기다림의 갈증이 해소되고 또 힘을 얻어
내일, 또 내일을 잘 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며칠 째 이어지는 푸른 하늘과 강한 햇살의 가을이
잠을 이루지 못한 눈을 자극하며 아리게 한다
이것도 나를 사랑하며 즐겁게 사는 한 형태로 나를 달래며 잠시 눈을 감아본다
소리가, 향기가, 숨소리가 점점 가까이 느껴진다
오늘 또 천일여행의 한 걸음을 내 딛는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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