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23일째, 2015년 10월 21(수) 애틀랜타 맑음
오늘은 ‘기다림’이라는 단어가 자꾸 맴돈다
내가 요즘 기다리는 것이 몇 가지 있거든
물론 가장 중요하고 제일 기다려지는 것은 내일 이지만 말이야
그 기다림 때문에 몸과 마음에 병이 나서
아직도 완전 회복되지 못하고 들락날락 하지만 말이야
고등학교 다닐 때 전공과목 선생님 중 한 분이 키가 아주 작았다
그래서 높은 굽의 구두를 신었고 와이셔츠가 너무 길어서
양쪽 끝에 클립이 달린 멜빵 같은 고무줄로 소매를 줄여 입은 분이었다
그 분은 성질이 급해서 그런지 아니면 제자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여 반드시 잘 가르치겠다는 의욕이 넘쳤던 건지
단체기합을 잘 주셨는데 손으로 쥐기 힘든 몽둥이 찜질이 일품이었거든
긴 복도에 일렬로 엎드려뻗쳐를 시켜 놓고 순서대로 엉덩이를 찜질하는데
가능한 뒤로 가려고 이리저리 피하면 더 화가 나서
“키 작은 순으로 엎드려뻗쳐”라고 불호령이 떨어지면
가능한 작게 보이려고 무릎을 살짝 굽힌 친구들도 있었다
결국 앞에서부터 곤장 치듯이 ‘빡~빡~’ 두들기면
학생들은 ‘어이쿠~, 악~’하는 괴성으로 회답하곤 했었지
선생님도 사람인지라 중간 쯤 지나면 힘이 떨어져 소리가 작아지기도 하거든
‘제발 지쳐서 중간에 그만 둬라’하는 염원을 보내면서도
앞에서 나는 두들기는 소리와 비명이 귀를 울리며 마음은 공포로 움찔움찔 한다
그 때의 기다림은 정말 최악이지
그게 고문인거야, ‘차라리 앞에서 맞은 사람은 지금 얼마나 편할까’라는 생각을 하지
요즘 기다림은 ‘시간아 빨리 가라!’하는 거다
왜 이리 지루한지 시간이 멈춰 서 있는 것 같아
오늘이 최악이다
스마트폰 버튼을 누를 때 마다 시간이 제자리 인거야
‘고장 났나?‘ 할 정도로 지루하게 흐르는 것이 답답하기만 하다
내가 ROTC를 했잖아
학창시절에 ROTC 들은 여름방학에 4주 동안 군사훈련에 들어간다
날짜 가는 것을 달력에 표시 했다가 기합 받은 건 이미 이야기 했고
끝나는 날의 기다림을 이야기 하고 싶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출소식인데 빨리 안 내보내 준다
마음은 군사학교를 떠나 이미 집에 가서 먹고 싶은 거 왕창 먹고
24시간이라도 잘 준비가 되어 있는데 “이거해라 저거해라”하면서
잡아놓고 질질 끌을 때 누가 조금만 건들면 폭동을 일으킬 양
험악해져 있는 분위기는 초조한 기다림의 최상이라 할 수 있지
오늘은 그런 기다림에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정말 잘 먹었다
3일 전에 끓인 배추국에 어제 미리 쪄서 무쳐 놓은 가지나물
말리려고 오늘 사 온 배추의 속으로 먹는 배추쌈
들기름에 볶은 호박나물(오늘은 양송이를 조금 넣었다)에
고등어자반 구이 등으로 정말 잘 먹었다
내일을 위해서 말이야
내일은 오늘 보다 더 지루하겠지?
그래도 좋다
기다리던 날이 오니 말이야
오늘 잠을 잘 잤으면 참 좋겠다
정말루~~~~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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