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23일째, 2015년 10월 21(수) 애틀랜타 맑음

송삿갓 2015. 10. 22. 09:12

천일여행 123일째, 20151021() 애틀랜타 맑음

 

오늘은 기다림이라는 단어가 자꾸 맴돈다

내가 요즘 기다리는 것이 몇 가지 있거든

물론 가장 중요하고 제일 기다려지는 것은 내일 이지만 말이야

그 기다림 때문에 몸과 마음에 병이 나서

아직도 완전 회복되지 못하고 들락날락 하지만 말이야

 

고등학교 다닐 때 전공과목 선생님 중 한 분이 키가 아주 작았다

그래서 높은 굽의 구두를 신었고 와이셔츠가 너무 길어서

양쪽 끝에 클립이 달린 멜빵 같은 고무줄로 소매를 줄여 입은 분이었다

그 분은 성질이 급해서 그런지 아니면 제자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여 반드시 잘 가르치겠다는 의욕이 넘쳤던 건지

단체기합을 잘 주셨는데 손으로 쥐기 힘든 몽둥이 찜질이 일품이었거든

긴 복도에 일렬로 엎드려뻗쳐를 시켜 놓고 순서대로 엉덩이를 찜질하는데

가능한 뒤로 가려고 이리저리 피하면 더 화가 나서

키 작은 순으로 엎드려뻗쳐라고 불호령이 떨어지면

가능한 작게 보이려고 무릎을 살짝 굽힌 친구들도 있었다

결국 앞에서부터 곤장 치듯이 ~~’ 두들기면

학생들은 어이쿠~, ~’하는 괴성으로 회답하곤 했었지

선생님도 사람인지라 중간 쯤 지나면 힘이 떨어져 소리가 작아지기도 하거든

제발 지쳐서 중간에 그만 둬라하는 염원을 보내면서도

앞에서 나는 두들기는 소리와 비명이 귀를 울리며 마음은 공포로 움찔움찔 한다

그 때의 기다림은 정말 최악이지

그게 고문인거야, ‘차라리 앞에서 맞은 사람은 지금 얼마나 편할까라는 생각을 하지

 

요즘 기다림은 시간아 빨리 가라!’하는 거다

왜 이리 지루한지 시간이 멈춰 서 있는 것 같아

오늘이 최악이다

스마트폰 버튼을 누를 때 마다 시간이 제자리 인거야

고장 났나?‘ 할 정도로 지루하게 흐르는 것이 답답하기만 하다

 

내가 ROTC를 했잖아

학창시절에 ROTC 들은 여름방학에 4주 동안 군사훈련에 들어간다

날짜 가는 것을 달력에 표시 했다가 기합 받은 건 이미 이야기 했고

끝나는 날의 기다림을 이야기 하고 싶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출소식인데 빨리 안 내보내 준다

마음은 군사학교를 떠나 이미 집에 가서 먹고 싶은 거 왕창 먹고

24시간이라도 잘 준비가 되어 있는데 이거해라 저거해라하면서

잡아놓고 질질 끌을 때 누가 조금만 건들면 폭동을 일으킬 양

험악해져 있는 분위기는 초조한 기다림의 최상이라 할 수 있지

 

오늘은 그런 기다림에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정말 잘 먹었다

3일 전에 끓인 배추국에 어제 미리 쪄서 무쳐 놓은 가지나물

말리려고 오늘 사 온 배추의 속으로 먹는 배추쌈

들기름에 볶은 호박나물(오늘은 양송이를 조금 넣었다)

고등어자반 구이 등으로 정말 잘 먹었다

내일을 위해서 말이야

 

내일은 오늘 보다 더 지루하겠지?

그래도 좋다

기다리던 날이 오니 말이야

오늘 잠을 잘 잤으면 참 좋겠다

정말루~~~~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