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의 컬럼과 글

또 언제

송삿갓 2015. 11. 27. 05:49

또 언제

 

한국을 방문했다

순전히

어머님과 놀기 위해

 

어머님! 음식 새로 하지 마세요

먹다 남은 음식이 있는 데

매 번 새롭게 하신다

애비야! 엄마가 또 언제 해 주겠니

 

어머님! 제 속옷 안 빨아도 돼요

있는 동안 매일 갈아입을 속옷을 가져왔다

그럼에도 매일 손빨래를 하신다

애비야! 엄마가 또 언제 해주겠니

 

어머님! 어떻게 어머니가 저를 주물러요

추위 때문에 손발이 차가워진 내 손이며 무릎을

틈만 나면 주물러 주신다

애비야! 엄마가 또 언제 해주겠니

 

어머님! 제가 어떻게 자리에 앉아요

지하철을 타고 일 보러 다닐 때

자리가 나면 나 보고 먼저 앉으라 하신다

애비야! 엄마가 또 언제 해주겠니

 

연세 드신 어머님은

이 세상에서 이별이 다가 오고 있음에

뭔가 더 해주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자꾸 자꾸

또 언제를 반복하신다

 

난 젊고 어머님도 정정해

영영 안 떠나실 것 같은 착각에 사는데

어머님은 이별을 아쉬워하며

이별을 준비하고 계신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는데

생각도 싫은데

어머니는

아니

엄마는

또 언제

날 가둔다

 

눈물 나게스레

 

November 2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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