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의 컬럼과 글

대추나무

송삿갓 2015. 11. 26. 08:27

대추나무

 

~

입에서 뱉어 낸 씨앗은

갸름한 게 양쪽 끝은 뾰족하다

 

마을입구 장승처럼 사립문 앞 자리해서

오는 손님은 반갑게 맞이하고

가는 손님은 안타깝게 작별한다

 

앙상한 가지에 날카로운 가시로

겨우내 찬바람 가르다가

봄이면 제일먼저 파릇파릇 입새 돋으면

먹을 게 없던 옛날 옛적 빈 곡간 축낸다면

아들·딸집 발걸음도 뚝

 

여름에 들어서면 푸른 열매 열리지만

먹음직스러워서 비릿한 맛 입에 가득

갈색반점 비치다가 와인색 되었을 때

비릿함은 사라지고 쌩뚱맞은 단맛이다

 

선선한 바람 불면 열매는 쭈글쭈글

입 안에 하나 넣고 오물오물 굴려대면

어떤 것은 달달하고 어떤 것은 푸석푸석

먹고 남은 씨앗은

갸름하니 길쭉한 게 양쪽 끝은 뾰족하다

이리저리 농락하다 훅~ 하고 뱉어 낸다

 

November 2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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