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나무
훅~
입에서 뱉어 낸 씨앗은
갸름한 게 양쪽 끝은 뾰족하다
마을입구 장승처럼 사립문 앞 자리해서
오는 손님은 반갑게 맞이하고
가는 손님은 안타깝게 작별한다
앙상한 가지에 날카로운 가시로
겨우내 찬바람 가르다가
봄이면 제일먼저 파릇파릇 입새 돋으면
먹을 게 없던 옛날 옛적 빈 곡간 축낸다면
아들·딸집 발걸음도 뚝
여름에 들어서면 푸른 열매 열리지만
먹음직스러워서 비릿한 맛 입에 가득
갈색반점 비치다가 와인색 되었을 때
비릿함은 사라지고 쌩뚱맞은 단맛이다
선선한 바람 불면 열매는 쭈글쭈글
입 안에 하나 넣고 오물오물 굴려대면
어떤 것은 달달하고 어떤 것은 푸석푸석
먹고 남은 씨앗은
갸름하니 길쭉한 게 양쪽 끝은 뾰족하다
이리저리 농락하다 훅~ 하고 뱉어 낸다
November 2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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