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77일째, 2015년 12월 14일(월) 애틀랜타 비/맑음

송삿갓 2015. 12. 15. 10:35

천일여행 177일째, 20151214() 애틀랜타 비/맑음

 

이른 아침에 날씨가 꾸물꾸물 하더니

결국 10시 경에 한 바탕 쏟아 붓더니

점심시간을 넘겨서까지 추적추적 비를 쏟아낸다

그리고 기온이 조금씩 내려가면서 한기가 스며든다

 

오늘은 샐러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닭살에 생고구마, 샐러리, 당근, 양상치에 양송이

도시락을 준비하다 보면 때론 어떤 것을 잊기도 하는데

오늘 도시락에는 넣어야 할 것 모두를 잘 어울리게 했다

이렇게 점심을 먹으면 오늘은 배가 조금 편해 질 것이다

 

2시 쯤 내리던 비가 그치더니 햇살이 비친다

온도는 별반 차이가 없을 터인데 밝음 때문인지 따스함이 오는 것 같다

밖으로 나가 햇빛 사랑에 안겨본다

햇빛에 몸을 담그니 기분은 좋아지는데

꼭 뭔가를 기다리는 마음이랄까

유리컵에 따르는 물이 차오르듯 그리움에 잠기며 상념에 빠져본다

 

지금 잘 자고 있겠지?

잘 일어나서 잘 가겠지?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차를 적응하느라 또 며칠 잠을 설치겠지?

그래도 며칠 있으면 만나는데

금새 맑아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설레는 마음 달래본다

 

330분을 막 지나면서 퇴근을 했어

년 말이 다가오는 요즘 네 시만 지나면 집 근처가 막혀

시간이 많이 걸려 길에서 시간을 너무 허비하잖아

퇴근길에 하늘을 보고 헛웃음이 나오고야 말았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의 강한 태양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어 선글라스를 끼고서도 앞을 보기 어려웠다

자기가 세상을 비춰야 하는데 비구름이 앞을 가린 것에

징벌이라도 하듯이 흔적도 없이 녹여 버린 것 같더라고

 

해가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아무것도 없는 텅 빈 하늘에 혼자 덩그러니

자기는 세상의 지배자 같이 폼 재고 있는 것 같지만

혼자 먹고 혼자 놀아야 하는 외톨이 왕?

그걸 생각하다 헛웃음이 나오고 만거야

회사에서 가끔 그러거든

사장이랍시고 앉아서 열심히 일 하는데

파트너까지 포함하여 직원들이 모여 떠들고 있으면

내가 왕따가 된 것 같기도 하면서 외로울 때가 있거든

불쑥 가자니 분위기 깨는 것 같고

혼자 있자니 심통이 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생각하는 것이

내가 너희들 모두 왕따 시킨 거다

 

막히지 않고 집에 오니 4시 조금 넘은 거야

팔 층으로 내려가 운동을 찐하게 했지

조금 빠른 속도로 한 시간을 조금 넘겨 걸었는데

아직 배 아픈 것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그런지

숨이 차니까 다시 아파 오더라고

한 번 꼬여 경련이 일어나면 등에 담이 와서 고생하는 것처럼

한 열흘이상 고생하더라고

이 번에도 그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운동을 마쳤다

샤워를 하기 전에 어제 저녁부터 물에 담가놓은 서리태 올려놓고

닭 국물 얼려놓은 것 꺼내놓았지

콩 삶고 꽝꽝 얼었다 녹은 국물 불 위에 올리고

양파, 버섯 썰어서 준비하고 콩 끓어서 받침에 걸러 씻어 식히고

끓는 국물에 야채 넣고 조금 더 끓이다 물에 담가 놓은 떡 넣고

보글보글 끓을 때 냉동실에서 꺼낸 만두 투하

저녁은 떡만두국을 먹었다는 거야

조금 오래 된 무김지(총각김치 같은 건데 조금 큰 것)를 썰어

같이 먹었는데 조금 시더라고

운동과 샤워 하고 조금 나른한 몸에

따스한 국물 먹었더니 더 나른해 진다

그래서 주말에 해서 널었던 빨래 정리하고 쉬었다

 

내일 아침은 모임이 있는 날이니 조금 일찍 일어나야 하겠지?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