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aza
로마의 유적지, Tipaza
야외의 조그만 화장실 같이 생긴 입구
사진 찍는 것은 안 된다며
카메라와 삼각대를 두고 가야 한다 했었지
스마트폰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그건 괜찮다고
아마도 스마트 폰이 나올 줄 모르고
예전에 만든 “사진 찍지 마세요”에
휴대폰은 안 된다는 게 없었던 것 같아
결국 삼각대만 매표소이자 관리사무실에 두었지
실은 가방 안에 조그만 삼각대가 있는데, 훗훗 웃던 그곳
로마시대 때 검투사들이 싸움을 했던 곳 정도의 크기
반은 허물어지고 계단 곳곳에 풀이 자란 원형경기장
이어진 어떻게 옮겼을까 생각게 하는
비석 비슷한 크고 작은 돌들의 조형물
땅에 심어져 있는 나무의 조각
땅속이 싫어 세상구경 하려는 듯 나온 뿌리까지
정교하게 만들어진 조각
기이한 나무에 발걸음 멈추고 찰칵찰칵
조선시대 왕 앞에 신하들 도열하듯
두 줄인가 세 줄로 길게 늘어선 크기, 형태 다른 돌비석
파란 하늘에 조각구름, 짙은 푸름으로 멋을 낸 지중해
어떤 사람 다가와 배를 타라 호객하던 그곳
소풍인지 학습인지 아이들
그룹지어 이리 폴짝 저리 폴짝, 재잘재잘
모터보트 탄다며 손들고 환호하는 아이들
흙냄새 물씬 나는 울퉁불퉁 지그재그 산길
구릉지 올라서니 우릴 반기는 듯
좌로 우로 바다하늘 가르는 갈매기들
무너져 남은 벽이 토담길 닮아 그 위를 걸었지
떨어질라 조심하며 너는 내 손, 나는 네 손
멀리 수평선 보이는 언덕의 돌 위
상념에 잠긴 모습 멋있다며 찰칵찰칵
그곳의 사람들 카뮈가 싫다며 이름이 빡빡 긁힌 카뮈 비석
네가 처음 가서 사진을 보냈을 때, “풍경 좋다” 했던 그곳
조그만 삼각대를 땅 위에 세워놓고 이리 저리 찰칵찰칵
창틀인지 멋 부린 건지 남아있는 문처럼 돌로 만든 사각 앞에
사진을 찍자하니 불쑥 나타난 아랍 궁뎅이
좋은 사진 버렸다며 투덜투덜 했던 그곳
U자처럼 생긴 돌산사이 멀리보인 바다배경
사진 찍는다며 그 사이 들어가선 급한 마음 쪽~
들어가지 말라는 곳, 위에서 바라보니
조각난 항아리를 제짝 찾아 반 쯤 짜 맞춘 곳
돌벽에 난 구멍보고 저쪽 가서 서봐 라며
삐뚤빠뚤 구멍을 액자삼아 찰칵찰칵
그리곤 너 하던 말, 역시 넌 구녕을 좋아해
정문을 돌아 나와 생선구이 냄새 따라 들어선 곳
고양이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파리 떼 들 끌어도 햇살이 반기던 곳
노릇노릇 잘 구어 진 생선을 먹던 그곳
포구 따라 길 걸으며 구운 땅콩 까먹으며
두툼하고 싱싱해서 도미 골라 샀던 그곳
클레오파트라 동생 묘지 보자면서
길 몰라서 지나치며 하루를 즐겼던 곳
January 2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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