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214일째, 2016년 1월 20일(수) 애틀랜타/비

송삿갓 2016. 1. 21. 11:42

천일여행 214일째, 2016120() 애틀랜타/

 

오늘 오후에는 비가 오면서 북부조지아는 눈이 온다는 예보에

그 지역의 많은 학교가 쉬면서 혹여나 2년 전 2월처럼

길이 혼잡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뉴스가 아침부터 난리다.

 

아침 출근길은 비가 올 것 같지가 않다가 조금씩 흐려지더니

1시를 조금 넘어서부터 굵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고 외출해서 몇 가지 일 처리하고

비를 가르며 서둘러 퇴근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Gracefully(Giovanni)라는 폴더에 있는

‘Field of Dreams'를 듣고는 여운이 남아 집에 와서 다시 틀고는

알라스카 주노의 산에서 들꽃 사진을 찍으며 걸었던 상황에 사로잡혔다.

파란 하늘에 꼬불꼬불한 흙길, 다 오른 듯하면 또 언덕이 있고

숨 돌리며 뒤돌아보면 멀리 보이는 바다의 풍경

산꼭대기 조금 남은 눈을 배경으로 찍었던 사진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찍은 사진에 예쁘다 하면서도

사진에서 잘려나간 발목을 아쉬워하기도 했었지.

들리는 음악에 맞춰 나풀거리며 날던 노랑나비의 뒤를 쫓던 생각도 하고

거의 정상에 다다라 배가 지나온 먼 바다를 배경삼아 인증사진을 박았었지

꿈꾸듯 아님 음미하듯 그 때를 그리는데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따스해 지더니

맺히지도 않던 닭똥만한 눈물이 툭~ 떨어지고 만다.

 

밖을 본다, 널 그린다, 가슴이 저미며 몸이 흔들린다.

, 내 원 참, 난 왜 이러니?

 

오늘 점심은 도시락을 먹었는데

고구마, 아보카도, 샐러리, 당근, 닭가슴살에 Honey Mustard Dressing

천천히, 아주 천천히 먹었지.

저녁은 콩나물북어국을 끓였어

냉동실에 조금 남아있던 황태채, 무와 양파를 썰어 맑은 물에 넣고

센 불로 팔팔 끓이다가 불을 줄인 다음 두부를 넣는다.

무가 익어 잘 무를 때까지 충분히 끓이다

잘 씻은 콩나물을 넣은 다음 뚜껑을 닫고 다시 불을 세게 해서 끓이지

다진 마늘 조금에 간은 새우젓으로 하는데 조금 싱겁게.

현미밥에 조금은 시어진 김치, 어제 무친 콩나물, 김밥용 구운 김,

큰 사발에 반쯤 차게 국을 담아 저녁을 먹는데

김에 밥을 싸서 그 위에 김치를 얹어 입에 넣고 꼭꼭 씹어 삼킨 다음

국에서 두부, , 콩나물을 수저에 얹어 입에 머물곤

국물을 한 수저 먹으면, 꿀맛이라는 이야기다.

 

오늘 낮에 내 책이 오질 않아 전에 편집하던 분에게 메일을 보냈다.

여행에서 돌아 왔으니 이제 책을 받을 수 있으니 보내 주시라고

에이 물론 농담이지, 지난 122일에 보낸 책이 아직 안 왔는데

어떻게 된 거냐며 확인해 달라는 것을 그리 쓴 거야.

밥을 먹으려 하는데 메일에 전화가 쉬지 않고 오는 거야.

내가 사는 콘도는 Package가 오면 메일로 알려주더니

최근에는 전화로까지 알려 주는데 내가 기다리는 물건이 있어 그게 왔나보다.’

했는데 무려 8 번을 전화와 메일이 오는 바람에 책이 왔다는 것을 직감했지.

 

하루만 더 기다려 볼 걸, 괜히 촐싹거렸나 하는 아주 소극적인 후회?

 

저녁에 설거지까지 마치고 짐을 찾으러 갈까하다 운동을 먼저 했다.

짐을 먼저 찾아오면 그거 정리한다고 늦어져 운동을 거를 것 같은

나를 너무도 잘 아는 습성에 운동을 앞서 하고

짐을 찾으러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책 7 박스와 기다리던 패키지까지 왔지 뭐야.

예상을 하고 아예 케리어를 밀고 내려가서 한 번에 다 찾아와서

건너 방에 쌓았더니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이야.

 

그러는 사이 메일을 보냈던 분이 답신을 이렇게 보내셨네

 

송 선생님

 

즐거운 고생하셨네요.

그런데 아직도 책이 안 갔다고요?

에구 느린것들..

 

발송했던 직원이 지금 추적해보고 있습니다.

추적되는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ㅇㅇㅇ드림

 

역시 문학하시는 분이라 정겹게 썼다는 생각이 들면서

촐싹거려 바쁘신 분 괴롭힌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

다시 답신을 보냈지

안녕하세요

제가 촐싹 되었는지

아님 김 선생님하고 메일 주고받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책이 조금 전에 도착 했습니다.

아마도 안 온다고 메일 드렸더니

바로 조치해서 온 걸로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

 

암튼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그렇게 메일 보내고 천일여행기를 쓰며 하루를 정리하는데

다시 답신을 주셨다.

ㅎㅎ

여기서도 지금 확인이 되었습니다.

1. 20. 4 : 59분에 완료되었다고..

 

암튼 반갑고요.

또 좋은 일 있으면 연락하면서 지내요.

 

오늘도 울다, 웃다,

하지만 즐겁고 행복하게 생각 하련다.

나에겐 아해가 있잖아

아해가 힘도 줬고, 이렇게

넌 슬퍼하거나 외로우면 안 돼,

내가 사랑하잖아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