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해질 무렵 -황석영-

송삿갓 2016. 4. 14. 00:21

해질 무렵 -황석영-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쉽게 했던 말

나에겐 문제가 없다며 했던 행동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야 했던 길

사람은 살면서 내 중심의 삶 혹은 남을 생각하기 보다는

내 주변을 먼저 살피며 살아야 하는 삶으로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어떻게 주는지 깊이 생각해 보지 못하는 게 정상이다.

아니 어쩌면 정상처럼 보이는 것 일런지 모른다.

 

여러 사람이 모여 행복한 가정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그 중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사연을 가지고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사람은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누가 그 사연과 고민을 알 수 있으랴

 

이 책의 주인공 박민우는 평범하지는 않지만 흔히 있을 수 있는 삶을 살아 온 사람이다.

시골에서 태어나 고생을 하다 서울의 변두리 동네(달골)에서 어렵게 사는 가정의 아들

시장통에서 장사를 하는 어머니나 어묵을 만들어 파는 아버지

가난하지만 훈훈한 이야기도 종종 있는 그렇고 그런 곳에서 살지만

변변히 학교를 다니지 못하거나 다닐 수 없는 대부분의 동네 아이들과 다르게

고등학교와 흔히 이야기하는 일류대학에 진학하는 특별한 사람으로

동네사람들과는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대학에 들어가 군 장성의 집에 입주 가정교사가 되고 유학을 가고

결혼해서 딸을 낳고 제법 큰 회사를 설립하고 재력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친분을 쌓아

자신이 자란 시장통의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의 삶을 산다.

 

반면 한 때 그가 좋아했고 그를 좋아 했던 달골의 국수집 딸은

사모하는 그를 잊지 못하지만 동네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곳에서 힘깨나 쓰는 남자의 내연의 처가 되었다가 남자가 감옥에 가서

어쩔 수 없이 이별하여 엄마와 계속 시장통에서 상점을 하며 살다 또 다른 남자를 만나

그곳을 떠나 아들을 낳지만 그 남자와도 오래가지 못하여 혼자 아들을 키우고

아들 이름을 첫 사랑의 남자와 같은 이름 민우라 지었고

아들은 성장하여 성실하지만 전문대학의 학벌로는 정규사원이 되지 못하여

비정규직으로 떠돌이처럼 전전하며 살다 연극을 전공한 여자를 알게 되지만

서로 결혼할 형편이 안 되거나 마음이 없어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다

김민우는 자살 사이트로 추정되는 그룹을 만나 집단 자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도 급사하게 된다.

 

여인의 이름은 차순아로 첫 사랑이 군대 가기 직전 자기의 몸을 바치지만

시장통을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던 박민우는 그 동네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 한다.

자신의 의지라기보다는 가난이 싫어 벗어나고픈 갈망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참 평이하고 흔히 있을 수 있는 어찌 보면 출세를 위해 달리다 보니

자기 살던 곳이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부자연스럽고 거추장스러운 것과 비슷한 그것.

굶주리던 시절 억지로 먹던 음식이 몸이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하는 것과 같은 것은

어찌 보면 삶에 있어 Jump up하여 살고픈 욕망으로 빗어지는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 과정에서 원래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벗어난 사람에 대한 동경심

혹은 함께 가 주기를 원하는 간절함에 상처를 받아 그것을 안고 평생 살기도 한다.

 

하루를 마무리 하는 저녁 무렵 해는 뉘엿뉘엿 지며 땅거미 들 때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에는

햇살에 즐겁고 행복 했던 것은 잊고 쓸쓸함이 밀려든다.

그게 실제로 드는 허전함이고 외로움인지 모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풍경이다.

아마도 삶에 있어 황혼 무렵 비슷한 감정이 들 때가 많지 않을까?

죽어도 함께 할 것 같았던 가족은 멀리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살고

혼자 있을 때 과연 어떤 마음일까?

 

참 잘 살았다고 자부하며 자신 있게 이야기 하던 나 일 텐데 말이다.

 

April 13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