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사람 -프레드릭 배크만-
‘죽음이란 이상한 것이다. 사람들은 마치 죽음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양 인생을 살아가지만, 죽음은 종종 삶을 유지하는 가장 커다란 동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 중 어떤 이들은 때로 죽음을 무척이나 의식함으로써 더 열심히, 더 완고하게, 더 분노하며 산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주금의 반대 항을 의식하기 위해서라도 죽음의 존재를 끊임없이 필요로 했다. 또 다른 이들은 죽음에 너무나 사로잡힌 나머지 죽음이 자기의 도착을 알리기 훨씬 전부터 대기실로 들어가기도 간다. 우리는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지만, 대부분은 죽음이 우리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데려갈지 모른다는 사살을 더 두려워한다. 죽음에 대해 갖는 가장 큰 두려움은, 죽음이 언제나 자신을 비껴가리라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우리를 홀로 남겨놓으리라는 사실이다.’
위 글은 이 소설의 거의 끝부분 ‘오베라는 남자’라는 제목의 글의 시작부분이다. 이처럼 우리는 죽음이 내 자신과 관계가 없는 양, 어쩌면 누구에게나 죽음이 오지만 나는 비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려 하는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있는 죽음의 진리에 자기는 해당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같은 것 말이다.
사람은 살면서 어느 누구도 자기의 삶을 간섭하지 않고 피해주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자기는 다른 사람의 삶에 관여하고 자기의 주장이나 의도대로 살아 가 주기를 바란다. 오베는 다르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삶에 관여하기를 거부하지만 자신도 다른 사람의 삶에 관여하지 않고 피해주지 않는 것을 자신의 삶의 원칙으로 세우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법이나 룰을 만들 때는 자기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합의에 따라 살 것을 바란다. 그리곤 그걸 따르지 않는 사람을 향해 원칙 준수를 고집하지만 자기는 슬쩍 어겨도 되거나 예외가 되기를 바란다.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융통성이 없다며 답답하고 꽉 막힌 사람으로 치부한다.
오베가 그런 사람이다. 자신이 정해 놓은 자신의 삶은 물론 공동의 합의에 의한 모든 것은 한 치의 양보도 못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친한 사람도 원칙에 어긋나면 죽을 때까지 등 돌리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의 내면은 카푸치노처럼 따스한 사람이며 멋쟁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을 양보할 줄 알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어도 불평불만을 늘어놓지도 않는 사람이다. 한 여자에게 자기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멋쟁이다. 그가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매일 자살할 결심을 하는 것도 먼저 죽은 자신의 아내인 소냐를 다른 세상에서 만날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오베’라는 사람, 내 편이 아니면 모든 것에 마음에 들지 않아 지적하고 폄하하기를 서슴치 않는 복잡한 현대를 살면서 가장 닮아가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August 8 2016
'책을 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의 기술 - 알랭 드 보통(정영목 옮김, 청미래) (0) | 2016.10.22 |
---|---|
단 한 번의 사랑 -김홍신- (0) | 2016.08.16 |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도종환- (0) | 2016.04.18 |
해질 무렵 -황석영- (0) | 2016.04.14 |
당신 - 박범신 (0) | 2016.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