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412일째, 2016년 8월 5일(금) 애틀랜타/흐림, 오후 햇살

송삿갓 2016. 8. 6. 08:53

천일여행 412일째, 201685() 애틀랜타/흐림, 오후 햇살

 

어제 오후에 오늘 오전 할 일을 거의 끝냈기에 계획했던 대로 클럽으로 바로 갔다.

클럽에 도착하니 주차장을 비롯해 클럽하우스의 여러 부분을 우회하도록 하였고

많은 골프카트를 대기시키고 멤버가 아닌 외부 사람들의 움직임 많다.

 

주차장에서 Push Cart를 꺼내 걸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한 친구가 다가오더니 걸어서 골프 할 거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오늘 무슨 이벤트가 있느냐?”고 물으니 <Birdies for the Brave>,

이는 1년에 한 번 하는 <재향군인인회 토너먼트>100명이 훨씬 넘는 행사다.

어쩐지 아침에 몇 팀을 제외하고는 거의 하루 종일 Tee TimeBlock 되어 있더라니

 

내가 첫 타임이라 준비를 하고 있는데 StarterJim이 얼른 나가라고 한다.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Meadows 1 번 홀에 가니 벌써 한 팀이 페어웨이에 나가 있다.

자세히 보니 지난 수요일에 함께 플레이를 했었던 송 선생 부부였다.

아마 티타임 여유가 없으니까 내 앞에 넣어 먼저 출발하게 한 것 같다.

부부가 번갈아 가며 뒤땅에 벙커에 시간을 많이 끌기에 오늘 많이 늦어지겠다하며

첫 홀을 마치고 두 번째 홀에 가니 나보고 먼저 가라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을 지나쳐 두 홀을 더 진행했는데 바로 뒤에 Samuel Chung이라는 한국인이 따라왔다.

앞으로 가라고 해도 가지 않는 분이기에 조금 빠르게 진행하기로 마음먹는다.

다른 날 같으면 조금 여유를 두고 멀찌감치 따라오는데 오늘은 어찌나 밀어붙이던지

전반 9을 한 시간 반도 안 돼서 끝냈다.

원래 계획은 9홀만 치고 사무실로 들어오려 했지만 너무 빠르게 마쳐 9홀 마저 돌기로 마음 변경

 

전반에 조금 빠르게 걸어 그런지 페이스를 잃어 후반에 들어서자 급격히 체력이 떨어져

처음 두 홀의 드라이버 티 샷이 충분히 힘을 얻지 못하고 날아가다 뚝 떨어진다.

순간 이러다 또 병나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쩌랴 이미 두 홀이 지난 걸

뒤 따라오는 정 선생이 더욱 심하게 바짝 쫒아와 18홀을 3시간에 마쳤다.

그나마 오늘은 중간에 소시지, Seed Bar, 바나나 등을 먹어 견뎠지만 참 힘들었다.

 

샤워를 하고 거울 앞에서 로션을 바르며 몸을 말리고 있는데

조종사 복장을 한 퉁퉁한 노인이 소변을 보고 손을 닦으러 세면대에 온다.

유니폼이 멋있다고 하니 이미 오래된 복장으로 베트남 전쟁에 참가할 때 입었던 것이라 한다.

그 이후 두 번이나 바뀌었지만 제대를 하고도 옛 것으로 다시 만들어 입은 것이라며

자랑스럽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설명한다.

 

한국 남자들도 군대 이야기를 하면 장황하지만 미국 남자들도 비슷하다.

물론 이야기하는 투나 내용에서 실전에 참가했던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게 미국인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데 새삼 시민권 선서당시

나는 미국에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합니다라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전 까지는 조국과 국적 모두가 한국 이었지만 이후에는 미국인이 되어

충성해야 하는 국가가 달라진 것이다.

선서 하던 날 옆에 있는 누군가가

오늘 이후에는 미국과 내 조국이 운동경기를 하면 누굴 응원하지?”라고 농담했던 기억도 있다.

그 때 나도 잠시 생각을 하다

조금 있으면 미국에 충성하겠다고 맹세를 해야 하는데 나중에 생각하자라고 밀었었다.

한국과 미국이 운동경기를 하면 누굴 응원할까?

아마도 나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한국을 응원할 것 같다.

지금 브라질에서 올림픽을 하는데 미국 보다는 한국의 메달에 관심이 있고

한국이 더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생각이 든다.

그게 피 때문인가?

 

암튼 화장실에서 만난 예비역의 자랑스러운 영웅담에 "Thank you" 했던 것은

내가 미국 국적이라는 것을 암시해 주는 것이다.

 

사무실로 들어와 Togo 해 온 샐러리로 점심을 먹고 한 주의 마무리 일을 마쳤다.

 

퇴근길에 Costco에 들려 커피, 호두, 버섯, 오이 등을 사서 집으로 와서는

돼지고기야채볶음을 새로 하고 냉장고에 있던 부추전, 어묵국으로 저녁을 차렸다.

이틀 전 어묵국을 끓이며 국물 멸치를 넣었는데 오늘 먹으면서 그냥 버리기 아까운 생각이 들어

머리와 내장을 떼어내고 씹으면서 20대 학창시절 고추장에 찍어 술안주 했던 회상을 했다.

이미 맛은 다 국물로 빠져나가 맛을 느낄 수 없었지만 그 때를 회상하며 몇 개 씹었다.

 

8월의 첫 주가 이렇게 지나간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