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의 컬럼과 글

오렌지, Orange, 내가 좋아하는 색

송삿갓 2016. 9. 23. 02:46

오렌지, Orange, 내가 좋아하는 색

 

내가 좋아하는 색이 뭐지?

그런 생각을 깊이 했던 게 언제였나?

아마도 30대 초반 이었을 거다.

그 전에는 좋아하는 색,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좋아하는····

그런 걸 뚜렷하게 생각해 보지도, 정리도 안 하고 살았었다.

배고픔, 가난함 같은 것들은 싫어하긴 했지만 그것도 뭐 대충이었지.

그 만큼 개성도 없고 주목도 받지 못했다고 봐야지.

그러니까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고 생각도 안 했겠지.

 

불 같이 일하며 약간의 주목을 받았던 30대 초 누군가 물었을 거야?

좋아하는 색이 뭐죠?”

당황했지만 그 때는 순발력이 뛰어나고 재치도 있는 젊음이 있었으니까

컴퓨터 프로그램 돌아가듯 스피드를 올려 생각했을 거야.

내가 흑백이 뚜렷하고 칼 같은 날카로운 성격을 부리고 있었을 때니까

오래 생각하지 않고 검정과 흰색이요라고 대답 했던 것 같아.

그리곤 나중에 곰곰이 생각하니 크게 틀린 말도 아니고 나를 쇠뇌 시켰겠지.

누군가 같은 질문을 하면 똑같은 대답을 할 것이고

그래야 하기 때문에 검정과 흰색을 더욱 좋아하기로

이후론 정말 그렇게 되었어

여러 가지 색상이 있으면 마음과 눈이 검정·흰색으로

 

작년인가 아님 재작년인가

청바지를 샀는데 지퍼가 오렌지색 이었잖아

살 때는 전체적인 색상이 좋아 그걸 골랐는데 나중에 보니까 지퍼색이 오렌지였지

 

이후로 내 주변에, 내 물건들이

오렌지색이 늘기 시작했어

셔츠, 팬티, 양말, 벨트에 내가 쓰는 용품들까지도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지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어낸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 사람이잖아

그 나라가 좋아지고 관심이 많아 진 것도 히딩크 때문이 아니라 상징 컬러가 오렌지 라서야

길거리를 가다가 누군가 오렌지색 옷을 입었거나 신발을 신었으면

눈길이 한 번 더 가고 동지애를 느끼고

쇼핑센터에 가서 오렌지색이 보이면 내가 사려는 것이 아님에도 발걸음을 멈추고

살까 말까?’를 고민을 하다가 저질러 사기도 한단다.

물론 내가 사려는 것에 여러 가지 모델이나 색상이 있으면 무작정 오렌지색

 

얼마 전 여행을 다녀와선 선물로 받은 골프채의 우드와 아이언 커버를 씌우고 나니

멀리서도 내 것인지 쉽게 알아본다.

커버는 물론 캐디 타올까지 형광 빛을 내듯 오렌지를 발산하니 금방 알게 되는 거지

 

오늘 아침에 집을 나서며 사진을 찍는데 오렌지색 벨트에 가방의 오렌지색 Name Tag를 보고

마음이 편안해 지면서 뿌듯하기까지 하더라고

운동하러 골프장에 도착해서 골프백을 내리는 데 오렌지색으로 도배한 것에 또 벅찬 마음

이 정도면 오렌지색을 광적으로 좋아한다고 할 수 있겠지?

지금은 누군가 나에게 무슨 색을 제일 좋아하게요?”라고 물으면

컴퓨터처럼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오렌지색이요

 

아니, 아니 오렌지족은 아니고 그냥 오렌지색족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언제부터 이랬는지

또 언제까지 이러려는지

너는 알지?

 

September 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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