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구나무
내가 태어난
외할머니 댁 동네 어귀 지킴이
오가는 외지사람들과 만남·이별의 장소
둥구나무
몇 개의 큰 돌이
의자며 탁자로 준비된
시골동네 모든 이의
쉼터
작렬하는 태양의 여름 뙤약볕
그늘 만들어
아이들 소꿉놀이터
크기 다른 작은 돌 다섯 개
조막만한 손의
여자아이들의
공기놀이터
기력이 쇠약해
농사 거들지 못하는 할아버지
낮잠 자는 그늘
돌 위에 패인 장기판에
모자란 장기 알은
큰 돌은 차(車)
작은 돌은 졸(卒)
그것도 부족하면
너는 넓적한 풀
나는 좁은 풀
시원한 바람 불면
흩날리는
어른들의 나눔 터
대처로 나가는 자식 배웅하고
숨죽여 기도하고
오늘 올까 기다리며
아낙네의 발걸음
멈칫 잡는 곳
학교에서
무상으로 받은 강냉이 죽
책보 위에 바쳐 들고
잰 걸음 가노라면
학교가고 얼마 후부터
목 빠져라 기다리는
동생의 기다림 터
나이 들어 찾았을 때
세월 무게 이고지고
힘겨워 기우뚱해
긴 가지는 쇠기둥에
먼저 간 이 혼이 도와
겨우겨우 버티면서
추억을 이어주던
친근한 친구
둥구나무
그게 벌써 몇 해 전
지금도
잘 버티고 있으려나?
October 12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