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601일째, 2017년 2월 10일(금) 용인·수지/맑음,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7. 2. 11. 09:40

천일여행 601일째, 2017210() 용인·수지/맑음, 애틀랜타/맑음

 

어디서부터, 왜 시작되었는지 모르겠다.

어제 책을 사기위해 나갔다 어느 순간부터 소화가 되질 않는 듯한

그러니까 기분 나쁘게 속이 더부룩해지기 시작해서 집에 들어가는 길에

약국에 들려 약을 사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먹고 속을 달래기 시작했는데

저녁에 제수씨가 온다고 하기에 기다리는 데 몸이 으슬으슬하면서 살이 아프기까지 하였다.

제수씨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Advil PM을 먹고 온수매트 온도를 높이고 잠자리에 들었다.

약 때문인지 깊이 잠들었다 새벽녘에 깨었을 때는 속이 울렁거리며 구토증이 심하게 났다.

어제 저녁을 먹지 말았어야 했나?

하지만 이미 늦은 거

참다못해 목구멍 쪽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으니 바로 올라온다.

화장실로 달려가 토를 하는데 많진 않지만 뭔가 나온다.

통상적으로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면 새벽이라 하더라도 나오는 게 없어야 하는데

뭔가 나오는 것을 보면 체한 것이 분명하였다.

그렇게 토를 하고 다시 자리에 누우니 조금 전 보다는 속이 안정되었고 편하다.

 

길진 않지만 한 숨을 더 자고 일어났을 땐 울렁거림이 아주 조금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견딜 만 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머님이 주시는 아침을 걸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먹지 않겠다고 하면 분명 어머님은 딱하게 생각하면서 걱정을 하시겠지만

만일 먹었다 비행기 안에서 고생을 하는 것 보다 나을 것 같아 그러기로 했다.

 

어머님이 일어나 움직이시는 소리가 들린다.

얼른 일어나 어머님께 아침우유 준비하지 말라고 하니 크게 걱정하며

딱하다는 말과 걱정을 하신다.

그럼 인삼이라도 씻어 줄까?”

이번에 와서 매일 아침 6 년 근 인삼을 한 뿌리씩 먹었다.

설에 둘째가 어머님 드시라고 강화인삼을 잔뜩 가져다주었는데 마침 내 차지게 된 것이다.

아니요, 그것도 안 먹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씻어 줄 테니 나중에 비행기 안에서라도 먹어라

그도 마다할 수 없어 그러시라고 하자 안타까운 마음이 가시질 않았는지

커피라도 줄까?”

잠시 망설이기는 하였지만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

네 제가 씻고 준비를 마치면 주세요

 

나갈 채비를 마쳤을 때 믹스커피를 따스하게 만들어 주셨다.

달콤한 게 들어가니 허기가 조금은 달래 지는 것 같다.

실은 일어나자마자 소화제와 과민성 소화불량 약을 먹었기에

제대로 Working을 하였는지 약간의 배고픔이 시작되었던 터라 달콤한 커피가 도움이 되었다.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도 되지만 동생이 Ride를 해 준단다.

제수씨와는 집에서 작별을 하고 어머님과 동생이 나와 함께 나섰다.

또 한 번의 작별이 시작된 것이다.

 

정류장에 도착해 버스를 기다리는 데 상당히 춥다.

꽁꽁 싸맸음에도 살갗에 닿는 공기가 차가워 얼마 지나지 않아 얼얼하게 한다.

감기에 걸린 어머님이 걱정되어 얼른 들어가라 해 보지만 절대 그럴 없는 빈 말이 된다.

아침에 아무것도 안 먹이고 보내야 하는 안쓰러움을 수시로 말하지만

그건 먼 길을 떠나보내는 자식에 대한 안타까운 애정의 표현이다.

버스가 도착해서 큰 가방을 아래쪽 선반에 싣고 자리를 잡았다.

이미 많은 경험을 하였기에 어머님이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았지만

어머님은 버스의 뒤쪽만을 바라보고 계셔 어긋난 두리번 시간이 잠시 흘렀다.

나는 창을 두드리며 앞을 보라고 하지만 어머님은 목을 더 길게 빼며 날 찾는다.

시선이 버스의 앞쪽으로 돌리면서 이내 손을 흔드는 것으로 작별의 소통이 이어진다.

아해와 공항에서 작별과는 다른 형태의 아쉬움의 표현,

뒤의 사람들이 짐을 싣고 타는 내내 수시로 손을 흔들며 무언의 대화를 주고 받는다.

버스가 출발하면서 나는 거의 180도 몸을 뒤로 뒤틀며 손을 흔들고

어머님은 버스의 진행방향으로 한 걸음씩 움직이며 답례를 하는데 표정이 일그러지신다.

에궁, 차가운 날씨에 눈물 흘리면 더 찰 텐데·······

더 이상 몸을 틀 수 없고 서로를 인식하지 못할 때까지 손을 흔들어 보지만

이미 손으로의 대화는 끊기고 마음에 솟구치는 여운만 길게 늘어진다.

 

공항의 라운지에서 시리얼과 야채샐러드, 에스프레소 더블로 아침을 먹었다.

편한 속에 음식이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더부룩해지고 울렁거리기까지 한다.

많이 먹지 않았음에도 그러는 것으로 보아 아직 속이 충분히 좋아지지는 않은 것 같다.

공항에 사람이 많아 Ticketing이나 출국심사가 지연되어 라운지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기에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에 들렀다가 탑승구로 갔다.

가는 길에 한국공예품을 파는 상점에 들려 놋수저와 젓가락 Set를 샀다.

이전부터 사려고 했던 것을 미루다 오늘 산 것이다.

 

비행기 연결의 문제로 탑승이 20분 늦어진다는 안내방송이 나와 조금 더 여유로워졌다.

탑승을 했을 때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졸음이 쏟아진다.

타기 전 멀미약을 먹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삼십 분 잤을까 창을 통한 밖은 하얀 뭉게구름만 보이는 것으로 이미 하늘에 있는 거다.

 

조금 더 지났을 때 점심을 준다.

주문한 대구요리를 반도 먹지 못했다.

배가 부르기도 하지만 울렁거리던 속이 겨우 진정되었는데 또 그럴까 염려 때문이다.

아스피린과 소화제를 달라고 하니 대신 타이레놀을 준다.

어제 저녁의 몸살기도 약간 남아 밥을 먹고 자 보려는 생각에서 였다.

약을 먹고 한 숨 자고, 영화보고, 또 한 숨 자고 일어나니 두 번째 식사를 준다.

동치미 국수,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2/3정도는 먹었다.

먹고 잠시 쉬었다 한 숨 자고 있는데 또 구토증이 난다.

참아 보려고 했지만 비행기가 흔들릴 때마다 울렁거리며 영 불편하다.

화장실로 달려가 손가락을 목에 넣어 구토를 유도하는데 그리 많지는 않지만 뭔가 나왔다.

그러고 나니 한 동안은 괜찮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그런다.

아마도 비행기 멀미까지 겹쳐진 것으로 생각하지만 약 먹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

비행기를 타기 전 먹은 멀미약은 효과가 여섯 시간이라 하니 약효가 떨어진 게다.

그럼에도 왠지 약을 먹어야 한다는 의지가 전혀 없다.

그리 심하지 않은 탓고 한 몫 했으리라.

 

예정시간에 크게 벗어나지 않게 애틀랜타에 도착했다.

발을 땅에 디디니 울렁거림이 크게 줄어든다.

집에 도착해서 누룽지를 끓여 무말랭이무침과 조개젓을 반찬으로 먹었다.

 

클럽에서는 코스가 얼어 10:30부터 시작이 가능할 것이라는 안내 메일이 왔는데

후속 지침이 없다가 11시가 가까워질 무렵 나머지 팀은 On-time에 플레이를 할 수 있단다.

서둘러 클럽에 도착해 연습할 시간을 전혀 주지 않고 백9Meadows로 나가란다.

18홀 마치는 데 3시간 30, 피곤하고 지친 몸으로 걸은 시간치곤 나쁘지 않다.

중반쯤에 많이 지치다 후반에는 비몽사몽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오면서 H-Mart에 들려 무, 콩나물, , 감자 등 간단쇼핑을 했다.

집으로 내려오는데 어찌나 졸음이 오든지 차창을 열고 집으로 왔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무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김치와 점심에 먹다 남은 조개젓이 내 반찬,

다 먹기가 무섭게 졸음이 급습한다.

 

이제 자야 하겠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