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607일째, 2017년 2월 16일(목)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7. 2. 17. 10:52

천일여행 607일째, 2017216() 애틀랜타/맑음

 

예정 되었던 대로 공장 식구들이 파업으로 아무도 나오지 않아 공장은 All stop 되었고

예보 되었던 대로 클럽의 코스는 얼었다며 정상적인 시작을 하지 않았다.

오늘 새벽 한 차례 깨서 몸부림치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잘 자서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움직이다 보니 여전히 속이 편치 않고

뭐가 문제인지 모르지만 설사까지 동반하여 몸이 더 처진다.

어머님은 내가 떠나고 앓으시다가 결국 이틀을 거의 못 먹고 몸져 누워계시다

오늘에서야 겨우 죽을 드신다는 소식에 마음이 복잡하면서 힘이 더 빠졌다.

이게 오늘 아침 시작의 내 환경과 풍경과 사정이다.

 

오늘 저녁에 여행을 떠나는 Jonas는 다른 날 보다 빨리 출근해서

공장 아래의 자동차 정비공장의 Max라는 멕시코인 사장도 문을 닫기로 했고

어제 저녁에 일부 레스토랑은 ‘Close Tomorrow'라는 Sign을 붙였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어떤 백인들이 오늘 식사를 하러 갔다 문을 닫은 것을 보고 Mad 할 것이라는 예측도 한다.

 

커피를 머금은 입 안이 쓰디쓰다.

도저히 삼킬 수가 없어 뱉어내려 하지만 일어나기가 귀찮아 그냥 넘겼더니

바로 속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며 복통으로 대답한다.

앞에서 일을 하며 통화하던 Jonas가 통상적이기는 하지만 "Fucking, Hate"라도 토해내는 말이

마음까지 쓰리게 만든다.

내 마음은, 정신은 저런 말에 길들여지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저항이라고나 할까?

 

이제 뭘 해야 하지?

그냥 외출하기도 그렇고, 일단 클럽의 이메일을 기다리며 잔무를 처리한다.

 

Slabs Delivery가 있어서 Unload하고는 그냥 이일저일 하다

1130분을 조금 넘겨 샌드위치를 먹었다.

그 사이 Customer 한 사람이 와서 마음 급한 Jonas를 부여잡고 뜸을 들인다.

연락이 오질 않는 클럽에 전화를 해 보니 CourseOpen 했단다.

왜 이메일로 Update를 하지 않았느냐 따지려 했지만 전화 받은 사람이 무슨 잘못?

12시 무렵에 Liana에게 언제든 문 잘 잠그고 퇴근하라며 클럽으로 향했다.

 

클럽에 도착해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한 한국회사의 애틀랜타 현지법인장을 하다

고문으로 Retire하고도 Sugarloaf에서 계속 살고 있는 한인부부가 막 도착했다.

안면이 있는 터라 인사를 하는데 굳이 다가오며 악수를 청한다.

한 쪽 발을 자동차 트렁크에 올리고 골프화 끈을 매고 있다가

엉거주춤 그 자세로 악수를 하게 되어 미안해 하니 괜찮다며 악수를 했다.

부인이 함께 나가고 싶어 하는 눈치를 보이기는 했지만

운동을 얼른 끝내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연습도 없이 바로 출발했다.

걷는데 평상시 보다 더디고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가끔씩 쓰고·신 물이 올라온다.

아마도 위산이 넘어오는 것으로 생각되며 그 때서야 내가 힘들어하는 것이

역류성식도염 같다는 자가진단을 하였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아홉 번째 홀을 막 시작하려는 데 Liana에게서 전화가 왔다.

“Slabs Delivery가 왔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하기에

사무실까지 가려면 1시간은 걸린다고 하니 그럼 Rescheduling 하겠단다.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해 보니 230분 넘어 까지 Liana혼자 일하는 것이

걱정되기도 하여 다시 전화를 걸어 “Driver에게 기다리라하자

어차피 큰 Truck이 와서 누군가 도와야 해서 보냈단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도 하지 않고 사무실로 향했다.

Liana 혼자 있는 것이 걱정 된 것은 물론 내 Push Cart의 바퀴 하나가 문제가 되어

수리를 해야 되는데 적합한 Tools이 사무실에 있어 방향을 그리 잡았다.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다행히 오전에는 보이지 않던 Chris가 나와서 일을 하고 있다.

렌치로 고장 난 Cart 바퀴를 뜯어보니 재생이 불가능하여 집에서 수리하는 것으로 했다.

지난 1월에 한 쪽 바퀴가 문제를 일으켜 한 Set를 사서 집에 두었기 때문이다.

저녁은 닭백숙을 해 먹으라는 아해의 말에 H-Mart에 들려 닭과 배추, 포도를 샀다.

집에 도착하여 찹쌀을 물에 담그고 마늘을 까고 생강을 손질하여 닭백숙을 안쳤다.

그 사이 새 Cart 바퀴를 달기위해 사전 준비로 조립하고 샤워까지 마쳤다.

 

저녁 반찬은 김치, 무짱아지, 조개젓을 준비하여 조금 많은 듯 하게 닭백숙을 먹었다.

진짜 많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요즘 먹는 양에 비해 많다는 뜻이다.

먹고는 조립한 바퀴를 차로 가지고 가서 Cart에 갈아 끼우고 올라오니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다.

 

오늘 낮에 골프장에서 운동을 할 때 집 짓는 현장이 멈춘 것을 보았다.

우리 공장처럼 히스패닉들이 공동파업을 하였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뉴스에서는 전국에 걸쳐 연대파업을 했다는데

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조치를 취해 줄지?

일 하는 사람들이나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이 어떤 손해로 이어질지?

조금은 걱정이 된다.

 

오늘 하루를 이렇게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