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605일째, 2017년 2월 14일(화)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7. 2. 15. 09:20

천일여행 605일째, 2017214() 애틀랜타/맑음

 

어제 저녁 불편하다며 잠자리에 든 시각이 대략 7,

조금 이른 감이 있었지만 몸살기운에 견디기 어려운 두통, 불편한 속

이를 달래는 방법은 약 먹고 일찍 자는 것이라 생각하였고

몇 시에 일어나고 얼마나 자는 것은 나중에 생각하자며

소화가 조금 덜 된 듯 하였지만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자면서도 두통과 더부룩함을 느끼면서 이게 언제부터지?‘하며 날 수를 헤아려봤다.

지난 주 목요일 책을 사야겠다며 집을 나서 분당의 서현역에서 서점을 못 찾고

잠실로 향할 때부터 더부룩함이 느껴졌음을 잠결에서도 찾아냈다.

이미 지난 일을 뭐 그리 따져보나?‘ 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들어 이렇게 여러 날 사람을 괴롭히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잠실의 교보문고에서 찾을 찾으면서도 트림을 토해내던 기억도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아 기쁜 마음에 잠시 속이 편해졌던 것도 잠결에서 더듬었다.

 

자다·깨다를 반복하다 더부룩함과 두통은 있지만 몸살기가 없어진 것을 느낀 것에

아마도 12시는 다 된 것으로 생각하여 Alexa에게 물으니 1017.

그냥 열 시가 조금 넘었다고 말해도 될 것을 분까지 알려주는 디지털이 야속했다.

에궁~ 몸부림치며 잔 시간이 갓 세 시간을 넘겼으니 더 자보자고 몸을 구부렸지만

화장실 가야한다는 핑계를 몸이 만들어 낸다.

 

조금 저속한 듯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된통

변기에 앉아 소변을 보면서 든 생각이 이번에 된통 아프구나였다.

볼 일을 마치고 침대로 향하려다 꺽꺽 거리는 속이라도 달래보자는 생각과 함께

어떻게 뭘 해야지? 물을 받아 들어 앉아 땀을 흘려 몸이 데워지면 좋아지지 않을까?’

하지만 그건 나를 괴롭히고 있는 편두통에 불을 지르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럼 뭐가 도움이 될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잠은 달아나고 두통이, 더부룩함이 해결점 찾기를 재촉한다.

그래 차 한잔 마셔야겠다

물을 끓이며 정돈된 차 들을 하나씩 열어 냄새를 맡아본다.

어떤 것은 두통이 거부하고 어떤 차는 속이 거부한다.

그러다 걸려 든 것이 수국차

달달한 뒷맛이면 속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자가 처방을 내린다.

 

책에서 읽고 내 경험으로 비추어 너무 뜨거운 물에 차를 다리면 텁텁하다.

특히 옅은 박하 향과 단 맛의 여운이 있는 수국차는 떫어지면 젬병이다.

조금 기다렸다 약간 물이 식은 후 찻물을 부러 우려냈다.

조금 길게 잡아 3~4분이면 적당한 차 맛이 나고 먹다 모자라면 한 번 더 우려 낼 수도 있다.

테이블의 불을 켜고(실은 불을 끄고 앉아 마시고 싶었지만 그러지 말라는 아해의 충고에)

향을 음미하며 차를 마셨다.

자다 이게 뭐하는 짓이래?‘ 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속이 편해질 수 있다면

자다 아니라 자면서라도 라고 할 정도로 된통불편하다.

하지만 그리 큰 성공을 하지는 못 한 것 같다.

처음 몇 모금 마실 동안은 차에 취해 두통이나 불편한 속이 편해지는 것 같았는데

잔이 반 쯤 비었을 무렵 배가 불러 오면서 두통과 더부룩함이 스멀스멀 시작되었다.

아무래도 이 번 된통은 조금 시간이 걸리려나 보다.

 

세 시 가까이 아해와 통화를 하고 두어 시간 더 잤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다행이 두통은 사라지고 속 또한 그리 나쁘지 않았다.

갈아먹는 우유와 커피를 마시며 스트레칭을 하고 출근 할 때까지도 그냥 그런대로

출근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몸살 기운이 시작되었고 갑자기 커피 맛이 쓰게 느껴졌다.

 

클럽에 가고 있을 무렵 코스가 얼어 Delay가 된다는 이메일이 왔다.

피곤한데 한 숨 자면 되지하는 마음으로 클럽에 도착해 차 안에서 20분을 넘게 잤다.

원래는 Rocker Room이나 Sauna에서 잘 생각도 했었지만

차에 비치는 햇살이 좋아 그냥 차 안에서 쿨쿨

깨니 40분 지연된다는 이메일이 다시 도착하였다.

연습을 하고 나갈 무렵이 되면서 속에서 쓴 물이 넘어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자꾸 움직이니까 좋지 않은 몸이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해서 오늘은 9홀만 걸었다.

뒤에서 정 선생이 따라왔지만 무리하지 않는 속도로 걸었다.

 

운동에 샤워까지 마치고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Togo 하였다.

샐러드는 한 번 Dressing을 넣으면 전부 먹을 것 같아 양 조절이나 과일을 먹고픈 마음에

Side는 과일로 선택해 사무실에 도착 한 조각의 샌드위치와 과일을 따스한 녹차와 함께 먹었다.

점심 후 펩토비스몰을 먹고 일을 하는데 속이 쓰리면서 몸이 자꾸 처진다.

음식이 들어가니 위에서 거부하는 듯

화장실을 자주 가 보지만 연신 Gas만 배출한다.

아무래도 오늘 저녁 메뉴도 부드러운 것으로 조금만 먹어야 할 것 같다.

 

집에 도착했을 때 아해의 주문에 의해 홍삼엑기스에 꿀을 많이 넣고 뜨겁게 마셨다.

의자에 앉아 쉬다가 또 깜박 잠이 들었다.

집에 하얀 쌀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찹살죽과 배춧국을 불 위에 올려 약하게 틀어놓고

앉아 있다가 잠든 것인데 화들짝 깨서 가 보니 팔팔 끓는다.

 

정신을 차리고 불 조절을 하고 다시 의자에 앉아 쉬는데 박일청 사장 전화가 와서

집으로 저녁 먹으러 오란다.

아마도 발렌타인데이에 혼자 있을 것을 걱정한 형수님의 아이디어 인 것 같은데

속이 좋지 않아 못 가겠다며 전화를 끊고는 죽과 국을 마무리하였다.

점심도 많이 먹지 않았기에 배가 고프련만 그러기는커녕 집에 와서 마신

인삼·꿀차가 트림을 하며 올라온다.

속이 모든 먹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거다.

이를 어쩐다.

먹지 않고 자리에 누우면 허기져서 힘들게 분명한데

그렇다고 먹자니 받아들이질 않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럼에도 약을 먹고 자야하니 적은 양이라도 먹기로 했다.

찹쌀로 만든 죽에 배춧국, 매실짱아지로 저녁상을 차렸다.

저녁을 먹고 거북한 속을 달래기 위해 집안을 서성이고 이것저것 하다가

어느 정도 소화가 되었다고 생각이 들 때야 잠자리에 든다.

된통 앓으며 긴 하루를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