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659일째, 2017년 4월 9일(일) 애틀랜타/맑음
어제 흔치 않게 다른 곳에서 골프를 했듯이 오늘은 1년에 며칠 안 되는 골프를 안 하는 일요일
늦잠을 자며 느긋함을 즐겨야 하는데 적어도 ‘잠’에서만은 그러질 못한다.
자다·깨다를 반복하면서 7시를 넘겨서까지 누워 있다 몸을 일으켜
바나나와 콩, Pecan을 넣은 아침과 커피로 하루를 시작했다.
점심을 먹고 있는 아해와 통화를 하면서 징징 대기도 하다가
허기로 빵을 구워서 먹고는 아침 햇살이 드리우는 집안을 배회하였다.
조금은 지나치다 할 정도로 크게 음악을 틀고
(이러는 이유는 혼자 있는 사람의 자유스러움이고
혼자 있는 것을 느끼지 않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흔히 볼 수 없었던 테이블 위에 양란이 햇빛을 받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본다.
꽃이 빛을 향한다는 것은 상식으로 알고 있지만
아침 햇살과 마주하며 샤워를 하고 대화를 하며 즐기는 모습은
오랜만에 느끼는 자연의 속삭임이다.
강하게 유리창을 뚫고 들어 온 빛으로 오히려 길 건너 숲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람 마음이 묘한 것, 잘 보이지 않으니 시선을 집중해 무언가 찾듯 살피니
어느덧 어떤 나무은 녹음에 가까운 옷을 입어 옅은 녹색의 나무들과 어우러져
다양한 모습과 색상으로 지루하지 않고 천천히 볼 수 있도록 치장하고 있다.
흐르던 음악이 끝나 고요함이 엄숙해져 오자 자연의 노래를 들으려는 듯
눈을 더 밝히고 귀를 더욱 쫑긋이 집중하니 햇살과 수다를 떠는 꽃이
향기 없는 향에, 소리 없는 노래와 춤으로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으며 대화에 동참한다.
그리움·사랑·행복을 느끼는 중에 어렴풋이 들리는 새소리가 파티를 더욱 흥겹게 한다.
나른함을 즐기며 책 한권을 들고 자연에 읽어주니 즐거움이 더해간다.
Lenox에 있는 Apple 매장에 11시 약속이 되어 있기에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조금은 쌀쌀하지만 화창한 날씨에 걷다보니 ‘그냥 골프 나갈 걸 그랬나?’하는 생각을 하였다.
약속시간 직전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그 사이에 직원 한 명이 접수를 받는다.
창으로 보이는 매장 안에서는 직원들이 모여 뭔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오늘도 잘 해보자”는 식의 의례적 Open전 매니저의 당부사항을 전달하고 있으리라.
분명 예약을 하였는데 이름이 없다 하더니 걱정하지 말라며 2~30분 기다리면 된단다.
Open을 막 해서 그런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전화로 순서가 되었다는 Text Message가 오고
매장으로 들어서니 몇 분 지나지 않아 상담할 수 있었다.
아해의 Wireless Ear Piece의 고장으로 다시 찾은 것인데 History를 찾아 쉽게 일을 마쳤다.
일을 마치고 Lenox Mall을 돌아 Nordstrom Rack이 있는 Mall까지 걸어
잠시 눈요기를 하고 TJ Max 매장으로 가서 선풍기·Heater을 올려놓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 계산을 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점심은 농심의 인스탄트 우동, 끓는 물을 부어 Microwave에 넣어 돌리면 끝
아주 쉽게 만들어 오이무침과 함께 간단하게 잘 먹었다.
아보카도와 에스프레소로 후식을 즐기고 거실의 편한 의자에 앉으니 꾸뻑꾸뻑 졸음이 온다.
10여분 잤나?
개운한 마음으로 몸을 일으켜 설거지 등 이것저것 정리를 마치고 다시 의자에 앉아
TV 채널을 맞추고 마스터즈 중계를 보기 시작했다.
오이를 무치고 있는 알찌개, 돼지고기야채볶음으로 저녁을 먹을 예정이었고
우선 어제 남대문에서 사 온 돼지고기를 정리해 냉동실로 넣을 생각이었다.
돼지고기를 손질 사는 중에 생각지 못했던 뼈가 많아 저녁 메뉴를 급 변경
어제 감자를 10파운드나 사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뼈를 발라내 한 번 끓여 국물을 버리고
양파와 파슬리를 넣고 한 참을 더 끓이다
생 고추와 감자 등을 추가해 한 시간을 넘게 고았다.
그 사이 최근에 자주 하는 오이 무침,
오이를 썰고 참기름과 고추장, Balsamic Vinegar를 넣어 무쳤다.
마스터즈를 보면서 후식까지 마치고 나니 7시 30분을 넘겼다.
오늘, 일요일 하루를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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