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757일째, 2017년 7월 16일(일) 애틀랜타/오전/대체로 흐림, 오후/대체로 맑음
자아도취(自我陶醉),
내가 별로 좋아하는 문구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살면서 종종 그렇게 살고
또 그렇게 살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살이가 각박하고 힘들 때 희망이 있을 거라고
늘 불행한 것만은 아니라고
더해선 지금 나는 행복하다고 다짐하고 생각하는 게 좋지 않을까?
오늘 골프를 하면서
내 골프가 최고다.
나는 지금 잘 하고 있다.
내일은 더 잘 할 수 있다.
이러는 게 착각이라고
아님 겸손하지 못하다고 비난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즐기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바이다.
오늘은 골프 하는 내내 흐리거나 약간의 비가 내렸기에
세상을 태우려는 듯한 태양이 쉬는 듯하여
그래서 덜 더워 더욱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내 경우 골프 장갑이 가장 먼저 생기는 구멍은 새끼손가락 위쪽,
그러니까 손바닥의 제일 두툼한 곳이다.
전에 누군가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샤프트의 가장 끝을 잡기 때문에
그립과 장갑의 마찰이 심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 번째 뚫어지는 곳이 엄지 위 소목 부분인데
땀이 많이 배어 낡아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 내가 땀이 많이 나서 그런지 버리는 장갑이 유난히 많다.
오늘도 축축한 날씨라 잘 마른 장갑을 꺼내 연습을 하는데 손바닥의 두툼한 곳에 구멍이 생겼다.
다른 곳은 멀쩡하여 버리기 아까워 그냥 치려하며 클럽을 1cm 정도 짧게 잡고 연습을 하였다.
1cm 짧게 잡으니 거리는 짧아 졌지만 방향이 좋아짐을 느꼈다.
습한 날씨 때문인지 쉽게 장갑이 젖어 엄지손가락 위가 흠뻑 젖으며 뚫어질까 걱정이 되었다.
해서 아예 골프장갑을 벗고 플레이하기로 작정을 하였다.
No glove, 1cm 짧게
뭔가 잘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자아도취
3번 홀 그린에서 퍼팅을 하고 있는데 뒤 페어웨이에 한 사람이 카트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분홍색 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카트를 탄 Single Player,
Tee sheet에는 없었기기에 예약 없이 나온 멤버 정도로 생각하고
‘다음 홀 쯤에서 Pass 시켜야 하겠다‘
4번 홀 그린에 다달았을 때 Marshal에게
"Tell to behind me, pass through next hole"
"Okay, I'll tell her"
순간 'Her? 여자였어?‘
5번 홀에서 드라이버 티 샷을 하고 페어웨이 중간에서 뒤를 돌아 지나가라는 신호를 보내자
손을 흔들어 치겠다는 신호로 답하더니 드라이버 티샷을 한다.
티샷을 하고 오는 사이 내가 두 번째 샷을 하고 기다리다 인사를 하니 고맙단다.
그녀가 두 번째 샷을 하곤 나에게 말한다.
“Would you join with me to play? If you want"
"No, you can go"
그야 말로 고맙다는 말도 없이 무뚝뚝하게 그냥 가라고 말하곤
내 무례함에 ‘아차!’ 했지만 이미 늦었다.
영어로 말하는 게 이럴 때 참 당황스럽다.
그 말을 듣곤 무안한 표정을 잠시 하더니 샐쭉하곤 그린 쪽으로 간다.
두 번째 샷을 물에 빠뜨렸기에 Creek 앞에서 Drop하고 그린 쪽으로 가는 사이
나 역시 두 번째 샷을 물에 빠뜨려 Drop하고 네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다.
그녀는 내 무례함에 기분이 많이 상했는지 첫 퍼팅을 퉁~ 치고는 "Oh my God!!"
두 번째 퍼팅도 성의 없이 툭~ 치더니 홀에 들어가지 않은 볼을 들고 총총 걸음으로 갔다.
미안한 마음이 다시 들었다.
7번 홀,
티 박스에 올라가니 앞서가던 여자가 두 번째 샷을 하고 카트 길로 걸어간다.
오늘 Cart path only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걷고 있는 거였다.
드라이버 티샷을 하고 내 볼 위치로 갔는데 그린에 있을 것으로 생각한 앞 사람이 안 보였다.
‘아직도 카트 길에 있나?‘하는 생각을 하며 조금 기다리는데도 나타나질 않아
‘퍼팅도 안 하고 그냥 갔나보다’라며 3번 우드로 두 번째 샷을 했지만 볼은 그린 오른쪽,
앞으로 걸어가면서 보니 카트 길에 Mary Ann의 카트가 보이고
앞서가던 여자와 뭔가 한 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에궁, 간 줄 알고 샷을 했는데 이게 뭐람? 혹시 내 흉 보고 있는 거 아니야?’
카트를 내리막에 밀고 Mary Ann 쪽으로 걸어가자 앞 선 여자가 카트를 타고 가서는
그린 근처에 가서 칩 샷과 퍼팅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Mary Ann에게 커피와 바나나를 주문하곤 앞서가는 여자가 Nancy냐고 묻자
Nancy Stockslager는 긴 금발머리의 여자고 앞은 Kendra Grant라고 답한다.
그렇게 물은 것은 도둑이 제발저린다고 무례하게 한 미안함에서였다.
골프를 마치고 Grill에 내일 점심 Togo Order 하러 갔을 때 Kendra를 다시 마주쳤을 때
미안함을 표현 할 생각도 있었지만 ‘이제야 뭐라 설명하지?‘하는 마음에 그만두었다.
8번 홀에 갔을 때 흐리던 날씨에 비가 조금 뿌렸다.
4번 홀에서도 빗방울이 떨어지긴 했었지만 잠시 그러다 멈췄는데
이번에 제법 내리는 것이 ‘9홀만 마치고 그만 둬야 하나? 아님 차에서 우산을 가져 올까?“
하지만 9번 홀에 다다랐을 때 비는 잦아졌고 10번 홀로 옮겨 갈 때 거의 비가 멈춰 그냥 직진,
후반에 잠시 해가 비치기도 했지만 대부분 흐린 상태에서 걸으니 많이 덥게 느끼진 않았다.
18홀 마쳤을 때 8오버, 80타, 더블보기 2, 보기 5, 파 10, 버디 1, 퍼팅은 27개, No 3 put.
앞으로 장갑을 끼지 않고 클럽을 1cm 짧게 잡고 칠까?
뭐 그런 생각을 했지만 갑자기 바꾸는 건 아니지·······
어찌 되었든 숏 게임은 내가 최고라니까······
그야말로 자아도취(自我陶醉)다.
집에 도착해 어제와 같이 빵에 치즈를 얹어 점심을 먹곤 1주일 치 빨래 돌리고
저녁 먹을 밥 안치고 잠시 낮잠 즐긴 뒤 TV 시청,
어제와 같은 LPGA US Open, 박성현 극적으로 우승
멸치로 국물을 내고 양파와 Brown 버섯을 넣고 끓이다
어묵을 추가해 한 참을 더 끓이다
다진마늘과 국간장으로 양념을 하여 조금 더 끓이면 어묵국 완성,
오늘 저녁 메인메뉴다.
김치와 조개젓을 추가해서 상을 차려서는 맛있는 식사를 하였다.
오전에 흐리다 점심 무렵부터 조금씩 구름이 걷히더니
저녁엔 맑은 햇살이 긴 그림자를 만들어 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다.
그치?
이것도 자아도취인가?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
'천일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일여행 759일째, 2017년 7월 18일(화) 애틀랜타/맑음 (0) | 2017.07.19 |
---|---|
천일여행 758일째, 2017년 7월 17일(월) 애틀랜타/맑음 (0) | 2017.07.18 |
천일여행 756일째, 2017년 7월 15일(토) 애틀랜타/맑음, 오후 한 차례 소나기 (0) | 2017.07.16 |
천일여행 755일째, 2017년 7월 14일(금) 애틀랜타/맑음 (0) | 2017.07.15 |
천일여행 754일째, 2017년 7월 13일(목) 애틀랜타/맑음, 저녁 서너 차례 소나기 (0) | 2017.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