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언품(言品) -이기주 지음-

송삿갓 2017. 8. 3. 07:57

언품(言品) -이기주 지음-

 

어제 비뇨기과에 다녀왔다.

당연히 한국말을 모르고 영어만 사용하는 의사

미국 살면서 언어에 대한 불편함이 가장 큰 곳이 병원이다.

며칠 전부터 귀에서 윙윙 하는 소리가 나면서 한 쪽 머리가 빠개지듯 아파요

이를 어떻게 영어로 표현할까?

미국서 학교를 다니지 않은 나로서는 쉽지 않은 영어다.

그래서 병원을 가려면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은지 사전 찾아가며 공부를 하였는데

비뇨기과는 처음이라 색다를 준비를 했고

다행이 한국말을 하는 간호사가 옆에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진찰과 검사가 끝나고 기다리는 방에 의사와 간호사가 들어왔다.

 

의사가 말로 설명하는 것 보다는 그림으로 하는 게 좋겠다며

Marker를 들고 White board에 사람을 그려 나간다.

둥글 넙적한 머리에 조금 작은 몸을 그리더니 신장, 방광, 전립선을 그리곤

신장, 방광에 이상은 없는데 일반적인 사람은 전립선이 25~30인데 당신은 35

라는 숫자까지 써가며 열심히 설명하는데 말은 듣지 않고 그림과 숫자 만으로도

내 전립선이 평균에 비해 크다는 사실을 알았다.

 

<언품>

이건 순 한자다.

한글로 풀어쓰면 말의 ???

책의 표지에 말은 마음의 소리다!’라는 것과

말 때문에 고민하는 비즈니스맨과 리더를 위한 책!‘이라 되어 있으니

책을 읽는 대상이 20대가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고등학교 때 한자를 배운 나도 言品이라는 글자는 거부감이 든다.

책 속에 은 입 구()자가 세 개나 있으니 사람의 품위에 입이 중요하다는 설명에도

선뜻 다가가기 쉽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책과는 관계없겠지만 예전에 들은 이야기로

사람의 얼굴에 눈, , 귀 등 모두 두 개씩인데 입만 하나 인 것을 보면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은 냄새를 맡아야 하지만 말은 적게 하라고 입이 하나라는 것과

품에서 입 구가 세 개라는 것이 상통한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입은 하나이기에 다른 것들과 보조를 맞추려면 많이 사용해야 한다면 뭐랄까?

 

암튼 제목이 한자인데다 대충 훑어보는 데 공자가 어떻고 동의보감이 어떻고 하고

거기다 소제목들도 과언무환(寡言無患: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

이청득심(以廳淂心:들어야 마음을 얻는다) 등의 복잡하고 어려운 한자가 줄줄이 나와

에궁 또 어려운 한자풀이 책인가 보다하는 선입견을 가져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가면서 상당한 재미를 느꼈다.

다다익선보다 단단익선이 효과적이다라는 소제목에 나오는 강남스타일의 싸이에 관한 것

2012911일 오전, 미국 NBC TV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 가수 싸이가 등장했다.

싸이는 함께 출연한 유명 팝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프로그램 진행자 엘렌 드제너러스에게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추는 법을 가르쳐줬다.

춤 동작을 따라 하던 엘렌이 대뜸 그리트니의 굽 높은 신발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런데요, 하이힐 신고 이 춤을 따라 해도 괜찮은가요?”

방청객의 시선이 싸이에게 집중됐다.

싸이가 어깨를 으쓱 들어 올리며 재치있게 대답했다.

그럼요, 이 춤을 출 때는 의상은 고급스럽게 입어야 하고,

춤은 싼티 나게 춰야 해요(Dress is classy, dance is cheesy)."

 

책 내용에 의하면 이날 방송이 미국 전역에 가수 싸이의 스타성과 존재감을 알기는

계기가 되었다며 화술에 ‘2s’가 있기 때문이라며

말은 간결(Short) 하면서도 세심(sensitive)함을 강조하였다.

 

책에서 줄줄이 나오는 한자에 멈추지 않고 이 같은 쉬운 예와 설명은

내가 비뇨기과에 갔을 때 그림으로 설명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위의 예에서 책은 설명하지 않았지만 싸이는 당황했을 수도 있는 브리트니를 위해

고급의상이라는 것으로 그 녀를 추켜올려 그녀의 위상을 이야기 했고

유명한 팝 가수도 내 춤을 추니 그 어느 누구도 따라 할 수 있다는 것도 설명하는

실로 기발한 대답이라 할 수 있겠다.

 

말에 대한 중요성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자신은 남을 배려하며 말을 참 잘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주변에서 말의 실수를 흔히 볼 수 있고

자신이 말한 것에 아차!’하며 후회를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때로는 자신의 실언을 감추려 변명하고 에둘러 말하기 일쑤고

때로는 화를 내면서 감추고 모면하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거기다 남의 말실수를 꼬투리로 잡아 비난하고 비방하고 뒷담화까지·······

 

책의 제목 언품위에 작은 글씨로

사람에게는 인품이 있고 말에는 언품이 있다고 쓰여져 있다.

하지만 인품은 언품이 있고서야 가능한 것으로 생각되며 이런 다짐을 해 본다

, 조심하고 살자

 

책의 끝 부분에 프랑스의 한 카페에 걸려 있는 메뉴판이라며 이렇게 소개하였다.

커피 - 7유로

커피, 플리즈 - 4.25유로

헬로, 커피, 플리즈 - 1.40유로

 

, 예쁘게 하자

 

내 자신에게 "Thanks"

 

August 2 2017